[서울이코노미뉴스 김태일 기자] 하이트진로의 맥주 ‘테라(TERRA)’ 병의 회전돌기 디자인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장기화되는 모양새다. 하이트진로가 승리를 거둔 1심에 대해 디자인 발명자가 항소함에 따라 특허소송이 2라운드에 돌입한다.
중소기업 권리회복을 위한 공익 재단법인 ‘경청’은 특허 발명자인 정경일 씨가 경청의 법률지원을 받아 지난해 12월 항소심을 청구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해 11월 특허심판원 결정에 불복하면서 내린 결정이다. 오는 26일 특허법원에서 첫 항소심 변론기일이 열린다.
정씨는 경청의 무료 법률 지원으로 법률 대리인 선임을 마쳤고,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의 법률지원단 자문도 받게 됐다. 정씨는 홀로 맞서 싸웠던 1심과 달리 공익재단과 정부의 지원하에 2차전에 들어가는 셈이다.
경청은 “항소심의 최대 쟁점은 1심에서 하이트진로 측 주장이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진 특허무효와 권리 범위 확인 2가지”라고 밝혔다.
하이트진로 측은 정씨의 특허 기술보다 앞선 기술로도 병을 발명할 수 있기 때문에 정씨 특허는 무효라는 게 기본 입장이다. 또 디자인 측면에서 테라 병 외부에 회전돌기를 만들었을 뿐이고, 내부 모형은 의도한 것이 아닌 공정상 불가피하게 생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씨는 자신이 2009년 등록한 특허는 병 안쪽의 액체를 따를 때 볼록한 나선형 무늬가 액체를 회선시켜 나오도록 유도하는 것인데, 테라 병 구조가 이를 모방해 특허를 침해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이전 기술들의 단순 조합만으로는 자신의 특허 기술을 만들 수 없다는 게 정씨 측 입장이다.
장태관 경청 이사장은 “대형 로펌을 선임한 대기업과 기술탈취 분쟁을 펼치는 영세기업이 최소한 법률적으로 다툴 기회는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재심에 대한 법률 지원 배경을 설명했다. 더불어 “1심 때와 다르게 2심에는 정씨 측 응원군이 가세한 만큼 사뭇 다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3월 회전돌기 디자인의 테라 병을 출시했다. 정씨가 곧바로 하이트진로 법무팀에 이를 문제 삼자, 사측은 그해 6월 특허심판원에 ‘특허무효 및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했다. 같은 해 11월 특허심판원은 테라 병이 특허침해에 해당하지 않고, 정씨의 특허 역시 무효라는 판단을 내놓으며 하이트진로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