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재벌가 사람 마주친 것과 관련해 병원장 김 씨가 민감한 반응”
[서울이코노미뉴스 김준희 기자]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최근 재판에 넘겨진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가 법정 증인으로 출석해 “모든 걸 내려놓고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면서 프로포폴 중독에까지 이른 과정을 상세히 진술해 눈길을 끌었다.
프로포폴은 이른바 ‘우유 주사’라고 불리는 향정신성 수면마취제다.
채 씨는 지난 2일 연예인과 기업인 등 유력 인사들에게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성형외과 의사 김 모씨와 간호조무사 신 모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채 씨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채 씨는 2014년 피부 알레르기 치료를 위해 병원을 갔다가 처음 프로포폴을 맞았는데, 갈 때마다 맞다보니 자연스럽게 중독이 됐다고 말했다.
채 씨는 정신이 몽롱해지고 한 두 시간은 편하게 쉴 수 있어 프로포폴을 투약했고, 10회에 450만원 패키지로 주사를 맞았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시술 때문이었지만 얼마 뒤부터는 시술 없이 약만 맞는 이른바 '생투약'을 하게 됐고, 거의 매주 병원을 찾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채 씨는 “나중에는 매번 생투약을 하는 게 눈치가 보여, 3번 중에 한 번은 실제로 시술을 받는 걸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장 김 씨로부터 프로포폴 중독 위험을 고지 받은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채 씨는 해당 병원의 보안이 적당하고 적발이 잘 안 되게 운영되는 점 등을 고려해 프로포폴을 투약하러 다녔으며, 기록에 이름이 남는 게 부담스러워 차명 차트도 만들었다고 진술했다.
채 씨는 평소 친한 사이였던 원장을 “교주님”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병원을 좌지우지한다는 의미였다는 것이다.
병원서 마주친 ‘다른 재벌가 사람’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자신이 다른 재벌가 사람과 병원에서 마주쳤던 것과 관련해서는 원장 김 씨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고 진술했다.
이 병원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프로포폴을 맞았다. 이 부회장의 프로포폴 투약 사실은 지난 2월 해당 병원 간호조무사 남자 친구의 제보를 뉴스타파가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과거 병원에서 의사의 전문적 소견에 따라 치료를 받았고, 이후 개인적 사정 때문에 불가피하게 방문 진료를 받은 적은 있지만 불법 투약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불법 투약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었다.
채 씨는 자수한 이유에 대해 “모든 걸 내려놓고 후회하고 반성하고 싶었다”라고 말하고 “이런 날이 올 거라고 걱정하고 있었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채 씨는 지난 달 27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본인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