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비전(New vision) 없는 ‘한국판 뉴딜’...‘한국판 마샬 플랜’으로 키우자
뉴 비전(New vision) 없는 ‘한국판 뉴딜’...‘한국판 마샬 플랜’으로 키우자
  • 권의종
  • 승인 2020.06.0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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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술은 새 부대'가 제격...코로나 위기 속 한국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부흥 청사진이 함께 제시돼야

[권의종 칼럼] 아홉수의 저주인가. 10년 주기 침체인가. 2019년 국민소득이 10년 만에 크게 추락했다. 지난 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2115달러로 떨어졌다. 감소 폭 -4.3%는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0.4% 이후 가장 크다. 저성장에 환율 상승까지 겹친 결과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경제성장률이 외환위기 이후 21년 만에 최저 수준인 1.1%에 그치고, 환율이 6% 가까이 올랐다.

올해가 더 큰 걱정이다. 내수 불황에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저성장 구조가 굳어지는 양상이다. 선진국 진입을 상징하는 국민소득 3만 달러 붕괴가 우려된다. 한국은행의 ‘기본 시나리오’대로 금년 성장률이 -0.2%에 그치며 물가가 올 1분기만큼 하락하고, 환율이 지난해만큼 뛰면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달러대로 주저앉을 거라는 우울한 전망이 고개를 든다.

국내외 경제 환경 또한 녹록지 않다. 수출 급감이 예사롭지 못하다. 유가 하락 등의 여파로 수입이 크게 줄면서 무역수지는 한 달 만에 흑자로 돌아섰으나, 5월 수출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7% 감소했다. 4월 수출 감소 폭인 25.1%보다 둔화하였으나 두 달 연속 20%대 감소세다. 한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흔들리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도 걱정된다. 양국 간 갈등은 세계 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기세다. 글로벌 공급사슬이 불안정해지면서 기업 투자가 줄고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로서는 치명상이다. 한일 간 무역 마찰도 위협 요소로 가세한다. 정부가 잠정 정지했던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절차 재개의 뜻을 내비쳤다. 이래저래 비관론이 긍정론을 짓누르는 상황이다.

국민소득 10년 만의 최대 감소...불황에 코로나사태 겹쳐 저성장 굳어지는 올해가 더 걱정

낭보가 없는 것도 아니다. 한국 조선 3사가 23조6천억 원 규모의 카타르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업체들이 나란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한 수주 가뭄 속에서 2027년까지 100척 이상의 선박을 공급하는 쾌거를 이뤘다. 조선산업 호재를 넘어 국민적 경사다.

정부도 신성장동력 확보에 안간힘이다. ‘한국판 뉴딜’을 추진한다. 코로나 충격 버티기를 넘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개척하려는 구상이 다부지다. 단기적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위기 극복을 위해 일자리를 만들고, 중기적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성장 동력을 발굴해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다목적 포석이다. 공공부문부터 인프라 투자를 선도해나가면 민간 부문에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뒤따를 거라는 계산이 깔려있다.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이 양대 축이다. 디지털 뉴딜로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등 'DNA' 생태계 강화,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교육·의료 등 비대면 산업 육성, 농어촌·공공장소·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포용 및 안전망 구축 등 4대 분야와 추진 과제를 제시했다. 그린 뉴딜에는 도시·공간·생활 인프라의 녹색 전환,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등 3대 분야와 추진 과제들이 담겼다.

정부의 집념과 노력이 엿보인다. 앞으로 5년간 1단계와 2단계로 나눠 76조 원의 재정을 투입하는 야심 찬 계획이다. 우선 올해 추진할 과제를 위해 3차 추가경정 예산안에 5조1000억 원을 반영한다. 내수 및 수출 활성화 방안이 여럿 포함된 만큼 경제 활력과 성장률 제고에 상당한 기여가 예상된다.

신 성장동력 확보 위한 ‘한국판 뉴딜’...과제를 통할하고 견인할 비전 제시 없는 게 ‘옥에 티’

추진 과제를 통할하고 견인할 비전이 눈에 띄지 않는다. 옥에 티다. 이른 시일 내에 경제가 회복되도록 한국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부흥 청사진이 함께 제시되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한국판 마샬 플랜’의 이름을 달고. 비전이 선명치 못하면 효과적인 전략 수립이 어렵다. 전략은 비전 달성을 위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곧 이어 발표될 한국판 뉴딜의 종합계획에 이런 부분이 보완되기 바라나, 그렇더라도 본말의 전도는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재정 투입 중심의 정책이 민간의 자율을 저해할까 걱정이다. 정부 개입은 시장실패를 부르곤 한다. 지난 해의 경우가 그랬다. 한국은행의 ‘국민계정’을 보면, 2019년 GDP 성장에 정부소비 기여도는 1.1% 늘었으나 민간소비 기여도는 0.8% 줄었다. 물론 성장을 이끌어내려면 일정 부분 재정의 마중물 역할이 필요하다. 대공황 급 위기 상황에서 성장의 질을 따질 형편이 못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성장의 파이는 창의와 혁신의 주체인 기업이 키우는 게 맞다.

새 부대에는 새 술이 제격이다. 코로나 이후 일신된 환경에 혁신적 대안이 요구되는 이유다. 코로나 이전 정책에 대한 재검토도 거를 수 없다. 국민 소득을 높여 경제성장을 이끌겠다는 정책만 하더라도 1인당 국민소득의 10년 만에 최대 하락이라는 워낙 좋지 않은 결과로 나타났으니 말이다. 이제라도 실사구시의 정책들이 추가 과제로 다수 발굴되기를 기대한다.

「한비자」의 수주대토(守株待兎)가 연상된다. 송나라의 한 농부가 어느 날 토끼 한 마리가 밭 가운데 그루터기에 목이 부러져 죽은 것을 발견했다. 농부는 쟁기를 버려두고 그루터기에 앉아 토끼가 다시 오기를 기다렸다. 당연히 토끼는 다시 얻지 못했고 온 나라의 웃음거리만 되었다. 새 토끼를 잡으려면 새 먹이를 준비해야 하듯, 새로운 환경에서는 새로운 비전과 전략이 주효하다. 한물간 정책으로는 지속 성장이 어렵다. 무딘 쟁기로는 밭을 갈지 못한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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