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구직급여...고의실직과 부정수급 이대론 안된다
‘역대 최고’ 구직급여...고의실직과 부정수급 이대론 안된다
  • 권의종
  • 승인 2020.07.2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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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급여가 ‘공돈’이나 ‘눈먼 돈’ 되면 안 돼... 필요한 사람에게 요긴히 쓰여야 할 ‘혈세 자원’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극심한 실업난(難)이다. 구직급여 지급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6월 지급이 1조1,103억 원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62.9% 급증했다. 5월에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서고 시나브로 커지고 있다.

구직급여란 정부가 실업자의 구직활동 지원을 위해 고용보험기금으로 지급하는 수당을 말한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올 2월부터 매달 최고 기록을 계속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달 구직급여 수급자는 71만1천 명이다. 역시 역대 최다 인원이다. 신규 급여 신청자만도 10만6천 명에 이른다. 전년 동월보다 3만 명, 39.5% 증가했다. 구직급여가 많이 늘어난 데는 실업자 수 증가 외에도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구직급여 지급액 인상과 지급기간 확대 조치의 영향도 있다.

6월 고용보험 가입자는 1천387만1천 명이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만4천 명 늘었다. 작년 하반기만 해도 월 40만∼50만 명 수준으로 늘던 가입자는 올해 3월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증가폭 둔화가 현저하다. 5월에는 15만5천명 증가에 그쳤으나 지난달 그 폭을 확대했다. 서비스업 영향이 크다. 지난달 서비스업의 가입자는 949만4천 명으로 작년 동월보다 22만7천 명 증가했다.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는 지난달 352만1천 명으로 5만9천 명이 줄었다. 월별 제조업의 가입자 감소폭으로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월 이후 최대 규모다. 제조업의 가입자 감소폭은 올 3월부터 크게 주는 추세다. 지난달 가입자 증감을 연령대별로 보면 29세 이하와 30대에서 각각 6만1천 명, 5만9천 명 줄었다. 기업들의 채용 연기와 중단에 따라 청년 실업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구직급여 지급 폭증 제어할 특단의 대책 시급...제도운영 실패로 인한 '누수' 만큼은 꼭 막아야

구직급여 지급 폭증을 제어할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실업자가 늘어 구직급여 신청이 느는 거야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제도운영 실패로 인한 누수(漏水)만큼은 꼭 막아야 한다. 고의실직부터 가려내야 한다. 일부러 실직과 구직, 그리고 실직을 거듭하면서 구직급여를 반복하여 타가는 도덕적 해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

보다 못한 정부가 나선다. 상습적인 구직급여 반복 수급을 막기 위해 1인당 구직급여 수령의 횟수 제한을 검토한다. 실제의 형편은 고용노동부 자료를 통해 확인된다. 지난 1~4월 구직급여 수급자 중 직전 3년 동안 3회 이상의 급여 수급자가 2만942명에 이른다. 이들에게 3년간 지출된 금액이 2,759억 원에 달한다. 1인당 1,320만 원꼴이다. 3년 동안 5차례 구직급여를 받은 사람도 7명이나 된다.

주먹구구식 행정이 단단히 한몫했다. 지난해 10월 고용보험 보장성이 강화되면서 기이한 일이 생겨났다. 구직급여 수급액이 최저임금을 웃돌게 된 것이다. 2020년 기준 최저임금은 월 179만5,310원(주휴시간 포함 월 209시간 근로)인데 비해, 구직급여 하한액은 월 181만 원(하루 하한액 6만120원)이다. 노는 게 일하는 것보다 더 버는 상황에서 어느 누가 땀 흘려 일하고 싶겠는가. 정부가 ‘구직급여 중독’을 부추긴다는 비난이 나올 법도 하다.

부정수급도 막아야 한다. 구직급여 신청 시 허위 사실을 바탕으로 신고하거나 수급자격이 되지 않으면서도 허위로 신고하면 안 된다. 부정수급액 반환, 구직급여 지급중지, 추가징수의 불이익이 돌아간다. 사업주의 거짓된 신고·보고·증명으로 인한 것이면 사업주도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 형사처벌도 가볍지 않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제재를 받는다. 부정수급 제보자에게는 500만원까지 포상금이 지급된다.

구직급여는 재취업 촉진에 방점...실업 위로금, 고용보험료 납부 대가로 곡해하는 사람 적잖아

구직급여 인정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실직 인정 후 한 달에 한 번꼴로 구직노력을 증빙만 하면 되는 허술한 요건을 손봐야 한다. 코로나 발(發) 경기침체로 구직급여 신청이 급증하는 데다 구직노력 증빙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허점만 보완해도 기금 고갈을 한참 더디게 할 수 있다.

용어의 혼란도 크다. 구직급여가 실업급여 대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두 명칭이 구분 없이 혼용된다. 실은 둘의 의미가 다르다. 실업급여는 고용보험 가입 근로자가 실직하여 재취업 활동을 하는 기간에 소정의 급여를 지급, 실업으로 인한 생계 불안을 극복하고 생활 안정을 도와주며 재취업 기회를 지원하는 제도로 폭넓게 정의된다. 구직급여, 취업촉진수당, 연장급여, 상병급여 등을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주목할 점은 이 말고 또 있다. 명칭에서도 시사되듯 구직급여는 구직활동을 통한 재취업 촉진에 방점이 찍혀있다. 쉽게 간과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실업에 대한 위로금이나 고용보험료 납부의 대가로 지급되는 것으로 곡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실업이 발생했을 때 취업하지 못한 기간에 대해 재취업 활동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 구직급여를 지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구직급여는 거저먹는 ‘공돈’이나 먼저 본 사람이 임자인 ‘눈먼 돈’이 아니다. 필요한 사람에게 요긴히 쓰여야 할 ‘혈세 자원’이다. 올해만 해도 본예산 9조5,158억 원에다 3차 추경 3조3,937억 원이 보태져 12조9,095억 원이 실업 예산으로 잡혔다. 이걸로도 부족할 수 있다. 아껴 써도 모자랄 판에 고의실직과 부정수급까지 판치면 감당이 어렵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여기서도 정직은 최선의 방책이 된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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