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김태일 기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10일 일본계 저축은행인 JT저축은행의 매각을 “전형적 먹튀”라고 규정하고 금융당국에 방관치 말고 적극 대응하라고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2003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4조7000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매각한 이른바 ‘론스타 사건’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당시 금융당국 고위직들의 방관 내지 묵인 탓에 론스타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터라 금융당국이 이번 매각 건을 좌시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사무금융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금융위원회 앞에서 ‘JT저축은행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매각에 대해 “서민들의 예금으로 자금을 모아 최대 이윤을 낸 뒤 해외로 자금을 유출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아울러 노조는 “일본계 금융자본 J트러스트는 이제껏 국내 저축은행을 운영하면서 업계 최저의 임금정책으로 일관했다”면서 “타 저축은행에 비해 높은 이직률 및 비정규 노동자 비율을 유지해왔다”고 지적했다. 전체 30% 이상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했다는 게 노조 설명이다.
고용안정도 강력히 주문했다. 노조는 “JT저축은행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도 회사 성장을 위해 노력해왔으나, 사측은 이러한 공헌은 외면한 채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노조와의 협의를 일방적으로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측이 최대 매각 차익을 내기 위해 인위적 구조조정, 사업비 축소 등을 단행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매각 성사 시 J트러스트가 인수금 대비 최대 3배 가까운 차익을 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결국 J트러스트가 당장 밀실매각을 중단하고,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협약을 체결하라는 게 노조 주장의 핵심이다. 매각 과정에서 노조 참여를 보장하고,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겠다는 협약 역시 맺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의 단호한 대응도 촉구했다.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워장은 “금융위는 J트러스트의 먹튀 행각을 결코 승인해서는 안 된다”면서 “노조는 고용보장 및 노동조건 사수를 위한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JT저축은행은 2015년 J트러스트그룹이 SC저축은행은 인수하면서 바꾼 사명이다. 그러다 인수 5년 만인 지난 6월 돌연 JT저축은행 매각을 발표했다. 현재 J트러스트는 보유한 JT저축은행 지분 100%를 매입할 투자 대상자 물색에 착수한 상태다.
노조는 이에 대해 “노동자의 고용안정 보장이 없고, 회사의 지속경영과 서민금융 생태계를 훼손하는 사모펀드나 대부업체로의 매각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