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속 구례 양정마을 어미 소는 위대했다
홍수 속 구례 양정마을 어미 소는 위대했다
  • 오풍연
  • 승인 2020.08.1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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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도 제 새끼는 본능적으로 보호...사람도 이런 것은 배워야

[오풍연 칼럼] 이번 장마 기간 중 아찔한 사진들이 많았다. 전국에 걸쳐 피해를 입었다. 사람 뿐만 아니라 가축도 마찬가지였다. 소 돼지가 불어난 물에 둥둥 떠내려가기도 했다. 동물들도 필사적으로 탈출하려고 했지만 역부족이 많았다. 소 수백마리, 돼지 수천마리가 실종됐다. 그 피해액도 작지 않다. 보상을 받을 길도 막막하다고 한다.

가장 눈에 띄는 사진이 있었다. 소 떼들이 물을 피해 지붕위로 올라간 모습. 지붕이 뜯겨 나갔는데 그곳으로 피해 있었다. 그들도 살기 위해 몸을 던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려오는 것이 문제였다. 물이 빠졌는데도 내려올 수가 없다. 바닥까지 3m 가량 되는데 소가 뛰어내려올 수 없다. 그래서 기중기와 마취총까지 동원됐다. 이 무리의 소들 가운데 새끼를 밴 어미 소도 있었다. 몸이 무거웠을텐데 지붕 위로 올라갔다.

"새끼를 살리려고 지붕에서 악착같이 버텼나 봐요." 전남 구례군 양정마을 주민의 얘기다. 이 곳에는 물이 지붕까지 차 올랐다. 어미 소도 다른 소 들과 함께 헤진 지붕 위로 피했다. 보통 정신력이 아니고선 불가능한 일이다. 새끼를 살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포기했으면 물에 떠내려가 새끼들도 세상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 암소는 구출 직후인 11일 새벽 쌍둥이 송아지를 출산했다. 두 마리의 새끼를 품고 있던 어미 소는 더는 떠내려가지 않으려 굳게 서서 매섭게 쏟아지는 비를 온몸으로 받아냈다. 비가 그치고 물이 빠질 때까지 꼬박 이틀간 먹이 한 줌, 물 한 모금 제대로 먹지 못하면서도 악착같이 버텨냈다. 어미의 위대함이라고 할 수 있겠다.

비가 그치자 동네 사람들이 몰려와 지붕 위에 함께 있던 다른 소를 구조하기 시작했지만 이 어미 소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마 뱃 속의 새끼 때문이었을 게다. 사람의 손을 거부하며 끝까지 지붕 위를 지키려 해 구조대는 결국 마취 총을 쏴 쓰러트렸다. 그런 다음 기중기를 이용해 땅으로 내려 놓았다. 마취 약에 취해 밤새 몽롱해 하던 어미 소는 모두가 잠든 시각, 홀로 깨어나 그제야 두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주인에게는 출산으로 보답한 셈이다.

그렇다. 동물도 제 새끼는 본능적으로 보호한다. 사람도 이런 것은 배워야 한다. 생명의 탄생, 얼마나 소중한가. 오히려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도 든다. 축사 주인 백남례(61)는 "이 녀석이 지붕 위에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면 너무 안쓰럽다"면서 "살아 돌아와 준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쌍둥이까지 무사히 출산하다니 너무 대견하다"고 말했다.

주인 백씨는 또 다른 희소식을 들었다. 수해로 잃어버린 소 2마리가 경남 하동에서 발견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두 마리도 거친 물살을 이겨내고 살아남았던 것. 하동까지 찾아가 되찾아올 여력이 안 돼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수해를 이겨낸 소들이 대견할 따름이라고 했다. 동물도 사람 못지 않다. “살아야 된다”는 본능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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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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