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기업 애플의 '갑질'...광고비·AS 떠넘기고 최소보조금까지 뜯어내
글로벌 IT기업 애플의 '갑질'...광고비·AS 떠넘기고 최소보조금까지 뜯어내
  • 박지훈 시민기자
  • 승인 2020.08.2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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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코리아, 자진시정안 마련...공정위, 40일간 의견수렴 후 전원회의에서 동의의결 확정 여부 심의
1000억원 상생지원, 광고기금 통신사 자율권 개선...업계 "이통사, 애플 눈치에 의견 개진 어려울 것"

[서울이코노미뉴스 박지훈 시민기자] 국내 이동통신사에 광고와 무상수리 비용을 떠넘기는 등 '갑질'을 한 혐의를 받던 애플코리아(애플)가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한 끝에 소비자 후생증진과 중소사업자 상생을 위한 자진시정안을 마련했다.

공정위는 24일 애플과 협의해 마련한 거래상 지위남용 관련 잠정 동의의결안(자진시정안)을 공개하고, 25일부터 40일간 해당안에 대한 이해관계인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아이폰 수리비·보험료 10% 할인 등 1000억원 규모 상생지원안 제시

애플은 자진시정안에서 1000억원 규모의 상생지원안을 제시했다.

먼저 기존 아이폰 사용자에게는 디스플레이, 배터리, 기기 전체수리 등 유상수리 비용을 10% 할인해 준다. 보험상품인 애플케어 플러스에도 10% 할인을 적용한다.  애플케어 플러스나 애플케어를 이미 구매한 아이폰 사용자가 요청하면 구매금액의 10%를 환급해 준다. 애플은 여기에 250억원을 투입해 이 금액이 소진될 때까지 이어간다. 소진되려면 1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또 400억원을 들여 국내 중소기업의 스마트 제조업 역량강화를 위한 R&D(연구개발) 지원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중소기업이 스마트 공정 최신장비와 친환경 제조기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교육과 협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애플은 이 방안의 이행기간(3년)이 끝난 이후에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센터운영 등을 계속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인재양성을 위해 연간 약 200명의 학생에게 9개월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개발자 아카데미 운영에도 250억원을 투입한다. 아카데미에서는 학생들에게 소프트웨어 개발, 비즈니스, 마케팅, 디자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사용자 이용경험(UX) 등을 가르치며 글로벌 회사 네트워킹, 진로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역 대학과 스타트업 등과의 협업, 초·중등 학생과 노년층 기초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사회적 기업, 임팩트 투자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혁신학교와 특수학교, 다문화가정 아동 등 교육사각지대, 도서관과 과학관 등 공공시설에 디지털 기기와 교육을 지원하는 데는 100억원을 들인다.

송상민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이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애플코리아와 잠정 동의의결안 의견수렴 절차개시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연합뉴스
송상민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이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애플코리아와 잠정 동의의결안 의견수렴 절차개시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연합뉴스

◇광고기금 일부 이통사에 자율권…계약해지권 조항 등은 삭제

애플은 '갑질' 논란을 일으킨 이통사 광고기금 등에 대한 시정안도 내놨다.

광고기금은 공동의 이익추구와 파트너십을 위한 것임을 명확히 하고 광고 관련비용에 대한 분담 원칙을 계약서에 명시하는 한편, 매년 집행되지 않은 광고기금에 대한 처리방식도 합리적으로 규정하기로 했다. 이통사 광고기금 중 일부는 이통사에 자율권을 주고 광고계획, 광고 승인절차 협의 절차를 개선한다. 애플과 이통사가 합의하면 광고외 다른 마케팅을 허용한다.

다만 이통사의 애플제품 광고비 부담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송상민 시장감시국장은 "이통사의 광고비 부담이 줄어드는 부분이 있겠으나 전체가 다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애플이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간섭하던 것에서 애플과 이통사가 광고비를 상호협의하는 형태로 개선한다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무상수리 촉진서비스 관련비용을 이통사가 부담하도록 하는 조항, 일방적 계약해지권 조항은 삭제했다.

최소 보조금은 관련법령상 이통사 요금할인 금액에 상응하도록 조정하고 보조금을 변경해야 하는 사정이 생기면 서로 협의하는 절차를 도입했다. 과거 애플은 이통사가 거액의 보조금을 지급하게 하는 방식으로 판매량을 늘렸으나, 최근에는 보조금을 적게 책정했다. 앞으로는 이통사 요금할인액 만큼의 보조금이 지급되게 된다.

이통사가 최소 보조금 조항을 집행하지 않았을 때 적립하는 사업발전기금(BDF) 조항은 삭제했다.

또 현행 특허권 라이선스 조항 대신 계약기간 동안 특허분쟁을 방지하면서도 이통사와 애플의 권리를 모두 보장할 수 있는 방식을 찾기로 했다.

송 국장은 그간 피해를 본 이통사에 대한 직접지원 방안이 없다는 지적에 "동의의결 제도는 소비자 보호 등 공익을 고려하도록 설계돼 있어, 직접 지원안이 들어가기 어렵다"며  "이통사에 불리하게 설정된 계약 조항들은 상당 부분 수정됐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40일간 의견수렴 후 전원회의 심의

애플이 절차를 밟고 있는 동의의결은 조사대상 사업자가 제시한 자진시정방안을 공정위가 타당하다고 인정하면 법 위반 여부를 따지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애플이 마련한 자진시정안이 불공정 거래행위를 개선하고 중소사업자와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소비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인 의견수렴 절차에 돌입했다. 공정위는 10월3일까지 이해관계인 의견을 들어 자진시정안에 반영한 뒤 전원회의에 이 안을 올릴 계획이다. 전원회의 심의후 의결되면 동의의결이 최종 확정된다.

만약 전원회의에서 애플의 자진시정방안이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면 동의의결 절차는 무산되고 제재 심의가 다시 시작된다.

앞서 공정위는 애플이 무상수리 서비스 관련비용을 이통사에 떠넘기고, 보조금 지급과 광고활동에 간섭하는 등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지난 2018년 4월 애플에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그해 12월, 2019년 1월과 3월 등 3차례 전원회의를 열어 해당내용을 심의했고, 애플은 3차 심의이후인 2019년 6월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애플은 "우리는 한국 소비자들을 아주 소중하게 생각하며 고객들이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파트너사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우리는 교육분야 및 중소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여를 확대하고 미래세대 역량강화를 지원해 한국과 더욱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애플과 이해관계가 얽힌 이동통신사들이 의견수렴 과정에서 '공정한 개선 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한 의견을 제대로 내지 못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업계에서 충성 고객층을 보유하고 대체재가 없는 애플은 어쨌건 '갑'일 수 밖에 없다"며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반영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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