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유경진 기자] 저금리 기조에 한동안 안정적인 투자처로 평가받던 배당주의 기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실적 불확실성에 기업들이 배당을 축소하고 있고, 성장주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일부 배당주는 실적 악화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여름 보너스' 중간배당을 포기하는 기업이 속출했다.
대표적인 고배당 기업으로 알려진 에쓰오일(S-Oil)을 비롯해 현대차·현대모비스·SK이노베이션·두산이 중간배당을 포기했다.
2000년부터 매년 중간·기말배당을 해왔던 에쓰오일은 올해 1분기에 1조원이 넘는 적자를 내면서 발목이 잡혔다.
에쓰오일의 올해 주가 하락율은 38.51%에 달했고, 작년 말 기준 9만5300원이었던 주가는 지난 26일 5만8600원으로 떨어졌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영 악화와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올해 중간배당을 포기했다.
1분기에 세전손실이 2조원에 이르는 SK이노베이션 또한 올해 중간배당이 없다. 창사 이래 최악의 성적표를 받다보니 배당 정책에 부담을 느낀 것이다.
고배당으로 유명한 두산은 그룹 매각 이슈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1분기 배당을 하지 않는다.
배당주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여러 고배당 종목의 주가도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두산(-39.97%)을 비롯해 현대중공업지주(-30.03%), 기업은행(-29.24%), 메리츠화재(-28.85%), NH투자증권(-27.24%), 우리금융지주(-24.14%), 하나금융지주(-21.00%), 효성(-15.17%) 등 배당주로 이름을 날리던 종목의 주가가 줄줄이 하향곡선을 그렸다.
올 들어 코스피는 7.81%, 코스닥은 25.61% 상승했다. 주가 상승 국면에서 성장주가 강세를 보이고 배당주나 가치주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인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그러다보니 배당주의 부진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3월 19일부터 현재까지 한국 주식시장에서 성장주가 코스피 대비 15% 초과 성과를 거둘 때 배당주는 -20%, 가치주는 -15%의 상대 수익률을 기록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간 주식시장에서는 성장주의 상승에 초점이 맞춰졌으며 이와 성격이 다른 주식은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부진의 흐름은 배당주뿐만 배당펀드로도 이어졌다. 배당을 많이 주는 종목에 투자하는 배당주 펀드에서 자금이 대거 유출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 배당주 펀드 268개의 설정액은 지난 25일 기준 총 10조8145억원으로 연초 이후 1조9726억원 감소했다. 특히 지난 3개월간 자금 순유출 규모는 1조2922억원으로 최근 들어 자금 이탈이 두드러진다.
배당주의 주가 부진에 배당주 펀드 수익률도 부진하다. 배당주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1.89%로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 7.74%를 크게 밑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