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환경 대응 위해 젊은 리더십 필요...때론 스스로 물러날 줄도 알아야
[오풍연 칼럼] 잔치집에 재를 뿌릴 생각은 없다. 그러나 KB금융 윤종규 회장이 16일 사실상 3연임 된 데 대해 유감을 나타내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회장 선임은 처음부터 윤 회장 쪽으로 기울었다는 게 중론이다. 그럼 회장 선임은 하나마나다. 공모 역시 의미가 없었다. 윤 회장과 함께 최종 후보에 오른 3명도 결국 들러리였던 셈이다. 나도 서울신문 사장 공모에 3번 응해봤던 터라 잘 안다.
회장추천위가 윤 회장 사람들로 짜여진 이상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는 어렵다. 윤 회장이 세 번째 도전은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뜻이다. 연임이면 충분했다. 후진들에게 기회를 줄 줄도 알아야 한다. 솔직히 윤 회장의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모르겠다. KB국민은행 전 직원도 그의 3연임을 반길까. 나는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런 점에서 유감이라고 한 것이다.
선우석호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비은행과 글로벌 부문의 성공적인 M&A, 디지털 금융혁신,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대한 철학과 소신 등을 높이 평가하며 "윤 회장이 조직을 3년간 더 이끌어야 한다는 데 위원들이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 또한 짜맞추기 위한 평가라고 본다. 좋은 말은 모두 갖다가 붙였다.
물론 재임 중 윤 회장의 경영 성적이 나쁘지는 않다. KB금융의 자산은 취임 첫해인 2014년 308조원에서 올해 상반기 570조원으로 늘었다. 2017년에는 그룹 설립 후 처음으로 당기순이익 3조원을 달성했고, 국내 금융지주로는 처음으로 3년 연속 3조원대의 순이익을 이어갔다. LIG손해보험(2015년), 현대증권(2016년), 푸르덴셜생명(2020년)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그가 2014년부터 KB금융을 이끄는 동안 만든 성과가 안정적인 조직 운영을 기반으로 가능했다는 시각도 있지만 주인 없는 금융사에 회장 장기 집권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아울러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점차 커지는 금융위험 요인들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갈지도 관심사다. KB금융그룹을 포함한 기존 금융그룹 앞에 성큼 다가선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경쟁을 뚫고 나갈 적임자인지도 의문이 든다.
앞서 금융정의연대는 2015년 윤 회장의 채용비리 개입 의혹이 명확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그의 3연임 반대 뜻을 표명하기도 했다. 윤 회장이 3연임에 도전한 것은 욕심이 지나쳤다는 생각이다.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응하려면 보다 젊은 리더십이 필요했다. 사람이 때론 스스로 물러날 줄도 알아야 한다. 내가 보는 KB금융 회장 선임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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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