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사라던 증권사들, '개미' 우롱...뒤로는 205억 매도
LG화학 사라던 증권사들, '개미' 우롱...뒤로는 205억 매도
  • 정우람 기자
  • 승인 2020.09.2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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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받고 등돌린 개인투자자들...테슬라 호재에도 나흘 째 매도, 뿔난 투자심리 못 되돌려

[서울이코노미뉴스 정우람 기자] 개인투자자들이 LG화학의 배터리사업 물적 분할 결의 이후 나흘 만에 4000억원 넘는 보유 물량을 내던졌다. 테슬라가 배터리데이를 앞두고 LG화학 배터리를 더 살 것이라고 밝히는 등의 호재가 있었음에도 뿔난 개인의 투자심리를 되돌리지 못했다.

증권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LG화학의 배터리 부문 물적분할 소식이 알려지자 외부에는 매수를 권하면서도 뒤로는 자신들의 LG화학 주식을 대량 매도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개인투자자는 LG화학에 대해 1027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이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1조원에 가까운 주식을 사들였지만 LG화학은 예외였다.

4거래일간 LG화학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누적 순매도 규모는 4200억원에 달했다.

이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를 통해 "LG화학, 파나소닉, CATL 등 배터리 파트너사들로부터 배터리 셀 구매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파트너사들이 빠른 속도로 생산을 늘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스스로 배터리에 관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2022년엔 심각한 공급 부족을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호재가 반영되며 LG화학 주가는 1만2000원(1.91%) 오른 63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등을 돌린 개인 투자자들의 마음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LG화학의 물적 분할 소식이 나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LG화학의 주요 매수 주체는 단연 개인이었다. 개인은 이달 들어 지난 16일까지 LG화학 주식을 상장 종목 중 가장 많은 6000억원가량 사들였다.

LG화학이 배터리사업을 분할하면 주주가치가 훼손될 것이라는 개인투자자들의 우려와 반발이 투심으로 이어졌다. 물적 분할을 하게 되면 LG화학을 통해 우회적으로 배터리 지분을 갖는 효과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들이 'BTS 빠진 빅히트' 등으로 비유하며 불만을 쏟아낸 이유다.

반면 외국인은 7거래일째 LG화학을 사들였다. 이날에도 외국인은 971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이 4000억원 넘게 파는 사이 외국인은 3740억원을 순매수하며 개인이 내던진 물량을 담았다.

문제는 증권회사들의 겉다르고 속다른 행태이다. 대부분의 증권회사들은 투자자들에게 LG화학 물적분할에 대해 "기업가치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주가가 오를 것"이라며 매수 권고 리포트를 내고서 회사자금으로 한 투자에선 LG화학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드러나 개미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17일 LG화학이 물적 분할을 결정하자 NH투자증권 ‘배터리 사업 분사는 기업가치 상승의 계기’, 미래에셋대 ‘배터리 분사와 기업가치’, 현대차증권 ‘바로 지금이 투자 적기’, 하이투자증권 ‘물적 분할에 따른 주가 급락, 저가 매수 기회’, 신한금융투자 ‘히든 밸류 찾기’, 유안타증권 ‘배터리 물적분할, 주주 손해볼 일 아니다!’, 신영증권 ‘분사로 인한 지분율 희석우려 크지 않아’ 등 배터리 사업의 물적분할은 기존 주주에게 악재가 아닌 호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현대차증권 측은 “배터리 사업 기업공개까지 최소 1년 이상 남았다”며 “그동안 LG화학 2차전지 사업의 성장과 수익성 개선 모멘텀을 향유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 주식을 보유하는 것 뿐”이라고 리포트를 통해 강조했다.

하이투자증권 측은 “LG화학 주가는 물적분할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로 지난 이틀간 11.2% 하락했으나 매수 기회로 삼기를 권고한다”면서 “물적분할을 통해 전지사업부문이 100% 연결 자회사가 될 것이기에 기업 실적과 주주가치 펀더멘털(기초여건)에 변경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유안타증권 측은 ‘배터리 물적분할, 주주 손해볼 일 아니다’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내고 “이번 LG화학의 물적분할은 배터리 가치 상승효과와 거래소 프리미엄 상장을 통한 주주가치 상승효과가 더 클 것으로 기대된다”며 “지금은 팔 때가 아니라 95만원까지 인내하고 기다릴 때”라는 분석으로 ‘강력매수’ 투자의견을 냈다.

신영증권 측은 “분사로 인한 지분율 희석이 크지 않으며, 국내 또는 해외 상장으로 적정 밸류에이션이 부여되고, 화학과 양극재를 포함한 재료사업 확대 가능성, 바이오 사업까지 전방위적인 투자가 가능한 점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고 판단한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70만원에서 91만원으로 30% 상향하기도 했다.

17일부터 현재까지 발표된 22개 보고서 중 16개가 ‘매수’나 '강력 매수'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이들이 LG화학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한 것은 향후 LG화학의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물적 분할로 인해 주가 하락을 필연적으로 보고 개인 투자자들에게 주가 하락 부담을 떠넘기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증권사들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온라인 종목토론방 및 커뮤티니 등을 중심으로 소액주주들이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주가가 내려갈 게 뻔히 보이는데 무슨 근거로 ‘매수’를 외치는 것인가” “매수 권고는 개인에게 물량을 떠넘기기 위한 수작” 등의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런 문제가 반복된다면 기관 리포트에 신뢰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대기업과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증권회사 연구원들이 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부정적 의견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은 금융투자업계에 널리 알려진 상식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사안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 아예 언급이 없거나 부정적인 이슈를 호도하는 것을 문제 삼고 있다.

LG화학이 회사 분할을 결정하고 이를 알리는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LG화학은 17일 오후 1시 회사분할 결정 공시가 발표된 이후 3시간 만에 긴급 컨퍼런스콜(투자자 대상 설명회)을 열고 애널리스트 및 기관·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재계 관계자는 "하지만 개인투자자에게는 이를 알리지 않아 대다수의 개인들은 관련 내용을 컨퍼런스콜 다음날인 18일 아침에서야 접할 수 있었다"면서  "LG화학이 고객과 투자자 보호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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