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며칠 전 나훈아가 이런 말을 했다. “두고 보십시오. KBS가 달라질 겁니다” 그게 빈말이 아님을 입증했다. KBS는 어제 저녁 종합뉴스에서 특종을 터뜨렸다. 보기에 따라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특종으로 부족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강경화 외교부장관 남편이 요트를 사러 미국 여행을 나섰다는 것. 평소 같으면 눈길을 모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코로나 정국이어서 부적절 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금 여행 자제령이 내려진 상태이다. 그 주무장관은 바로 외교부장관이다. 그런데 그 남편은 버젓이 외국에 나가 요트를 보러 다닌다니 비난을 받을 만하다. 참외 밭에서는 신발끈을 고쳐매지 말라고 했다. 괜한 행동으로 오해를 받지 말라는 뜻이다. 강 장관의 남편은 그것을 지상중계하다시피 했다고 한다. 개인의 자유라고 말할 수 있을까.
3일 KBS 단독보도에 따르면 강 장관의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는 고가의 요트 구입을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날 기자와 인천공항에서 마주친 이 명예교수는 여행 목적을 묻는 질문에 “그냥 여행가는 거다. 자유여행”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노출 염려에 대한 물음엔 “걱정된다. 그래서 마스크 많이 갖고 간다”고 답했다.
아내인 강 장관의 의견이 있었느냐는 물음엔 “서로 어른이니까 ‘놀러 가지 말아야 한다’는 건 아니다(고 생각한다)”며 “나쁜 짓을 한다면 부담이지만, 내 삶을 사는 건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때문에 그것을 양보해야 하는가. 모든 걸 다른 사람 신경 쓰면서 살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이 명예교수의 생각을 존중할 만하다.
하지만 이 명예교수의 블로그와 KBS 보도를 종합하면 그는 미국 여행 준비로 9월 중 자신의 짐과 창고 등을 정리했고, 미국 비자(ESTA)도 신청했다. 이 명예교수의 구체적인 미국 여행 목적은 요트 구입과 미국 동부 해안 항해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달 중순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캔터51 선주와 연락을 주고 받고 비행기표를 예매했다”고 적었다. “요트를 구입한 뒤 미국 동부 해안을 여행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미국 같으면 뉴스거리조차 안 될 수도 있다. 남편은 남편, 부인은 부인이라는 개인적 사고가 강한 나라여서 그렇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다르다. 한국에서는 한국관습을 따라야 한다. 이 명예교수가 그것을 착각했는지 모르겠다. 코로나를 잡기 위해 강 장관을 비롯 전국민이 외출을 자제하는 등 조심하고 있는데 보란 듯이 외국에 나가고, 요트 구입 목적이라고 하면 누가 곱게 보겠는가.
강 장관이 남편 단속을 제대로 못 했다고 할 수 있다. 남편이 철부지 같은 생각을 하면 뜯어 말렸어야 했다.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때를 가릴 줄 알아야 한다. 당장 귀국을 종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 국민의 정서도 헤아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매를 버는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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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