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삼성전자 상무가 기자를 사칭해 국회를 출입하다가 덜미를 잡혔다. 가짜 출입증을 갖고 국회를 100여차례나 들락거렸다고 한다. 내가 삼성을 종종 비판하는 것도 이런 행위와 무관치 않다. 특히 삼성전자는 세계적 기업이다. 그럴수록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추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 임원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처음부터 사고를 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영입했다. 이 임원은 국민의힘 당직자 출신이라고 한다. 대관업무를 맡기려고 데려왔을 터. 그러자 임원은 못된 것부터 궁리를 했다. 기자를 사칭하기로 한 것. 그럼 국회를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다. 출입증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 임원은 기사까지 버젓이 썼다니 도덕적 해이의 끝판왕을 보는 느낌이다. 물론 삼성 최고경영진은 몰랐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이 같은 삼성의 문화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할까. 내가 지적하는 것도 바로 그런 점이다. 삼성은 삼성다워야 한다. 세계 일류 기업이 되려면 도덕적으로 흠결이 적어야 한다. 애플에서 이런 일이 터졌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최고 경영자가 사과할 것도 같다. 그러나 삼성은 회사 차원에서만 머리를 숙였다.
삼성전자는 8일 소속 임원이 출입기자를 사칭하고 국회를 무단으로 드나든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후 '다시 한번 사과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부적절한 방법으로 국회를 출입한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대기업의 민낯을 보여준 데 대해 사과를 한 셈이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 측과 국회 사무처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 소속 한 임원은 재직 중임에도 불구하고 2016년부터 약 4년간 인터넷 언론사 소속으로 국회에 출입기자로 등록해 의원회관을 드나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임원은 국회 대관 담당 업무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회 사무처는 김영춘 사무총장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국회 출입기자증 발급제도를 악용한 행위"라며 유감을 나타냈다.
삼성전자는 "해당 임원은 오늘 물의를 빚은 데 대해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면서 "회사는 이를 즉각 수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외에도 국회 절차를 위반한 사례가 더 있는지 철저히 조사 중"이라며 잘못된 점을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면서 "국회 및 관계자 여러분들께 거듭 머리숙여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나는 삼성의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여긴다. 뭐든지 1등도 좋다. 하지만 편법은 안 된다. 이 임원이 회사 측의 묵인 아래 그 같은 행동을 했다면 더 비난받을 일이다. 국회도 출입기자 모두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기 바란다. 의외로 가짜기자가 많을 수도 있다. 출입증도 함부로 내주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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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