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EP 가입 잘했고 TPP도 참여해야... 큰물에서 놀아야 큰일 한다
RCEP 가입 잘했고 TPP도 참여해야... 큰물에서 놀아야 큰일 한다
  • 권의종
  • 승인 2020.11.2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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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물의 효용은 경제에서 더 잘 발휘...한국경제 경쟁력 높이려면 글로벌 강자들과 어울려 부대끼게 해야
노는 물의 수준 오르면 경쟁력은 따라 향상...축구로 말하면 EPL급, 미스터 트롯으로 치면 톱7 수준 올라야

[권의종 칼럼] 손흥민은 온 국민의 자랑거리다. 어깨를 으쓱대게 만든다. 이번에도 희소식이 들린다. 매주 20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 3억 원가량을 받게 될 거라는 낭보다. 그렇게 되면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손흥민보다 주급이 높은 선수는 8명 뿐이다. 2023년까지 주급 15만 파운드로 계약돼 있는데 구단 측에서 서둘러 재계약을 하고 싶다며 주급 인상을 제안했다.

주급 3억 원. 엄청난 돈이다.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임원 연봉을 능가한다. 대단하고 자랑스럽다. 이번 시즌 들어 공격력이 좋아 골을 많이 넣기도 했지만 뭔가 다른 요인이 있는 듯싶다. ‘욕심 없고 이타적 선수’라는 평판이 한몫했을 거라는 추정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몰려있는 EPL에서 득점 순위가 높기도 어려운데 이타적이라는 호평까지 받다니. 국위 선양도 이런 선양이 없다.

사람은 모름지기 ‘큰물’에서 놀아야 크게 될 수 있는 법. 손흥민도 EPL이라는 깊고 넓은 물에서 활약했기에 오늘에 이를 수 있었을 것이다. 국내 리그에 머물러 있었다면 지금처럼 세계적인 유명 선수가 되었을까. 어찌 보면 경쟁은 필요악이다. 없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여건상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존재로 여겨진다. 경쟁을 좋아할 자 많지 않을 것이나, 경쟁력은 경쟁을 통해 길러진다. 묘한 아이러니다.

스포츠에서 잘하지 못해도 주전 자리를 꿰찰 수 있거나, 이기고 지는 게 중요치 않은 친선 경기만 해서는 실력 향상이 어렵다. ‘국민 예능’이 된 미스터 트롯 오디션만 봐도 '노는 물'의 중요성을 확인케 된다. 국내외 수많은 가수가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실력이 가일층 높아진 측면이 크다. 트롯 열풍에 화력을 더하고 제2의 전성기를 이끌 차세대 스타들을 대거 배출한 결과가 이를 잘 말해준다.

경쟁은 없는 게 좋으나 필요한 존재...경쟁 좋아할 사람 없으나, 경쟁력은 경쟁 통해 길러져

큰물의 효용은 경제에서 더 잘 발휘되곤 한다. 우리나라가 중국 주도의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가입에 서명했다. 한·중·일과 아세안 등 15개국이 참가하고 전 세계 인구 및 국내총생산(GDP)의 30% 정도를 점하는 ‘메가 FTA’에 합류했다. 일본과도 FTA를 맺는 효과를 보게 된다. 미·중·일·EU 등 세계 주요국과 모두 자유무역협정을 맺는 경제 영토 확장의 호기다.

고민도 있다. 시점이 공교롭다. 미·중 간 갈등 속에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출범한다. 우리 정부로서는 외교적 시험대가 될 수 있다. RCEP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중국을 배제하고 추진하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맞서 중국이 대항마로 내세운 무역 질서의 또 다른 축이다. 한 때는 ‘RCEP냐 TPP냐’는 아태 지역의 경제 질서 주도권 다툼에서 ‘미국과 중국 어느 편에 설 것이냐’는 압박으로 통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집권 직후 TPP를 탈퇴하면서 ‘RCEP 대 TPP’ 구도가 느슨해졌다. 일본 등 나머지 국가가 CPTPP(포괄적·점진적 TPP)로 이름을 바꿔 2018년 공식 서명했으나 미국의 불참으로 존재감이 떨어졌다. 그러던 차에 이번 바이든의 대선 승리로 미국의 CPTPP 복귀가 점쳐진다. RCEP을 통한 중국 중심의 무역 질서를 견제하고, 민주 진영 동맹들과 협력해 미국 주도의 경제 질서 회복에 나설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여기에 안보협의체 쿼드(Quad), 경제번영네트워크(EPN) 등 트럼프 행정부의 ‘반중(反中) 캠페인’에 대한 승계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미국이 중국 견제용으로 CPTPP를 활용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한국에도 가입을 요구해 올 공산이 크다. 동맹과 다자주의를 강조하는 바이든의 통상 정책과 RCEP와의 충돌이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미국, 중국 견제용으로 한국에 CPTPP 가입 요구 예상...한국, RCEP와 TPP 동시 가입 필요

난제일수록 쉽게 풀어야 한다. RCEP와 TPP를 양자택일로 볼 필요가 없다. 미·중 대결의 관점으로는 답을 찾기 어렵다. 두 협정에 모두 가입한 일본, 호주, 베트남, 싱가포르 등 7개국이라고 어디 그런 고민이 없었겠는가. 더구나 우리나라는 지난 정부 때 TPP 참가 기회를 놓친 바 있다. 비전과 전략 부재로 통상 전략의 축을 다자간 협정보다 양자 간 협정에 둔 결정이었다. 일본에 대한 시장 개방의 두려움과 농업 분야의 반발 우려도 솔직히 없지 않았다.

이제라도 TPP 가입을 준비해야 한다. 미·중 갈등이 진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이분법이 통할 리 없다. 양다리 걸치기식 접근으로는 실리 위주의 국제관계를 헤쳐나가기 어렵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중국 입장을 살피느라 미국 주도의 경제 질서 참여를 망설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실기(失機)는 한 번으로 족하다.

결국 중국 주도의 RCEP와 미국 주도의 TPP에 모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한 대안이다. 그래야 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큰물에서 놀아야 큰일을 할 수 있다”라는 점이다. 부존자원이 빈약하고 내수시장이 협소한 국가로서는 대외교역 확대 외에는 달리 활로가 없다. 최선이자 최후의 선택이 된다. ‘메이드인 코리아’의 재화와 서비스를 국제무대의 큰물로 내보내 글로벌 강자들과 어울려 부대끼게 해야 한다.

노는 물의 수준이 오르게 되면 경쟁력은 따라 오르게 되어 있다. 스포츠는 눈에 보이는 유명 선수들과의 경쟁이나, 경제는 보이지 않는 글로벌 강자들과 겨뤄야 한다. 더더욱 어렵다. 경쟁력을 축구로 말하면 EPL 급, 미스터 트롯으로 치면 톱7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한국경제의 궤적이 그랬고 삼성 반도체, 현대 자동차 등 대한민국 일류 상품의 행로가 그러했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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