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농협금융회장 관심 속 이성희-김광수 어색한 '동거' 관계 청산하나
새 농협금융회장 관심 속 이성희-김광수 어색한 '동거' 관계 청산하나
  • 최영준 기자
  • 승인 2020.11.2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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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지주, 조만간 김인태 부사장 직대 체제 전환 후, 이사회 열어 회추위 구성 예정
농협금융에 이해도가 높은 李 회장 의중에 따라 金 회장 후임 농협금융 회장 임명할 듯
역대 농협중앙회장과 농협금융 회장 갈등관계 노출...李-金 두 사람도 보이지 않은 '신경전'
이성희(왼쪽) 농협중앙회장과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

[서울이코노미뉴스 최영준 기자]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은행연합회 회장 후보로 결정되면서 차기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누가 될 지 관심을 모은다. 금융권에서는 연말 개각을 앞두고 모피아(옛 재무부의 영문 이니셜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의 경제관료를 중심으로 차기 후보군이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금융권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 차기회장 단독후보로 김광수 회장을 확정함에 따라 농협금융지주는 김인태 부사장(경영기획부문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한 후, 이사회를 열어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가동하게 된다. 새 은행연합회장 임기는 내달부터다.

금융계에서는 이성희 회장의 의중에 따라 김광수 회장의 후임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금융지주는 농업중앙회가 지분 100%를 쥐고 있다.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가 이뤄졌다 하더라도 농협금융지주 임원후보 추천위원회의 비상임이사를 통해 중앙회장이 금융지주 회장인사에 충분히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지배구조이다.

농협금융지주 임원후보 추천위원회 구성은 외부추천으로 선임된 사외이사 4명과 비상임이사 1명, 사내이사 1명으로 이뤄진다. 임추위는 이진순 의장과 박해식·이기연·이준행 사외이사 등이다.

비상임이사는 전현직 농축협 조합장이나 농협중앙회 또는 산하 계열사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사람을 금융지주 회장이 추천하도록 돼 있다. 주로 농협중앙회장의 인선에 따라 결정돼 왔다.

이 회장은 중앙회 감사위원장으로 지낼 당시 농협금융지주의 신경분리 감사를 진두지휘하기도 해 농협금융에 이해도가 높다. 이 회장이 바라보는 농협금융의 방향성에 따라 새로운 인물을 금융지주의 수장으로 선임할 전망이다.

이 회장이 조합장 중심의 농협 지배구조 새 판 짜기를 통해 중앙회 지배력 강화와 함께 농협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후임 농협금융 회장은 이런 각도에서 찾을 것으로 보인다.

김광수 회장 스스로도 이번 임기가 끝난 이후를 준비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농협금융은 지난 2012년 출범한 이후 단 한 번도 ‘3연임 회장’이 등장한 사례가 없다. 김광수 회장 이전 CEO였던 김용환 전 회장도 2년의 임기를 채운 후 1년짜리 연임을 한 차례 했고 김광수 회장도 2+1년의 임기를 보장받았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취임 직후 '인사 칼춤' 논란...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우여곡절 끝에 임기 1년 연장 승인 받아

농협중앙회

농협은 지난 1월 말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취임한 이후 농협중앙회, 상호금융, 농협경제지주 등 범농협 계열사 수장이 속속 교체됐다. 이 회장이 취임한 이후 한 달도 안돼 이대훈 농협은행장 돌연 사퇴하면서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경영기획부문장(부사장)이 농협은행의 새로운 수장으로 발탁됐다.

이를 놓고 NH농협금융지주가 임원후보 추천위원회를 열기도 전에 농협중앙회 인사추천위원회에서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부사장을 NH농협은행장 후보로 추천했다는 뒷말이 나왔다.

금융권에서는 당시 농협발 '인사 폭풍'이 이 회장의 인적쇄신이라는 명분 아래 핵심 금융계열사에 '자기 사람 심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실이라면 이성희 회장이 ‘친정체제’를 구축한 셈이다. 이 회장이 임기가 남은 CEO들을 돌연 퇴진시키는 등 '인사칼춤'을 춘다는 비난까지 나왔다.

농협금융 회장과 계열사 사장인사는 NH농협금융지주 임원후보 추천위원회에서 논의된다. 최근 임추위에 합류한 비상임이사가 이성희 중앙회장과 연이 깊은 인물로 평가된다. 공식적으로는 농협중앙회로부터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돼 있지만 임원후보 추천위원인 NH농협금융지주 비상임이사를 통해 농협중앙회장의 뜻이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농협금융지주 인사와 관련, 당시 중립성 훼손 논란이 불거지면서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여부에도 이목이 쏠렸다. 김 회장의 임기가 4월28일에 끝나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김광수 회장은 NH농협금융지주 임원후보 추천위원회에서 임기 1년 연장을 승인받았다.

김 회장의 재임기간 NH농협금융지주 실적은 크게 개선됐다. 농협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7796억원으로 전년 대비 46%(5607억원) 증가했다. 이는 농협금융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이다.

김 회장 연임 당시 이성희 회장의 결정으로 임기가 연장된 것은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과 김 회장은 역대 농협중앙회장과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그랬듯이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보고 있다.

농협법에는 중앙회가 자회사와 손자회사까지 지도·감독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돼 있다. 따라서 농협금융 계열사에 대한 '지도·감독'의 범위를 놓고 충돌이 벌어진다. 농협중앙회가 법에 따라 지주사는 물론 농협은행과 농협 생·손보까지 지도·감독한다는 것이지만, 농협금융지주로서는 사실상 ‘경영간섭’에 준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성희 회장, 과거 농협 계열사 대표이사 인선과정서 인사 독립성 논란 불거진 점 의식해 향후 영향력 행사 신중할 수도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지난 1월 당선 직후 축하화환을 목에 건 채 두 팔을 펼쳐보이고 있다.

신동규 전 농협금융 회장은 사퇴 직전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장의 권한이 있고, (나는) 금융지주 회장으로서 한계가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는 후문이다. 또한 농협중앙회장은 주무부처인 농림부 시각에서 금융을 다루려고 한다. 반면 금융위쪽 입장인 농협금융지주 회장과는 업무상 갈등하고 충돌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농민대표들의 투표로 선출하는 농협중앙회장은 사실상 정치인이니 다름이 없다.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정치인이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의 자회사 대표인 셈이다. 자존심 강한 모피아 출신인 김광수 회장이 그동안 이성희 중앙회장과 사실상 상하관계로 존재할 수 밖에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이성희 회장과 김광수 회장은 ‘한 지붕 두 가족’ 형태로 어정쩡하게 협조관계를 유지해 왔을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어색한 사이'이면서도 신경전을 벌일 수도 있는 구조라는 관측이다.

과거 신동규 전 농혐금융 회장은 사퇴 때 "농협은 밖에서 온 사람은 동화하기 어려운 문화"라며 "농협은 조합이라 그런지 약간 사회주의적인 문화가 있다. 나 같은 사람은 그런 걸 잘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성희 회장이 과거 농협금융 계열사 대표 인선과정에서 인사의 독립성 논란이 불거진 점을 의식해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엿보인다. 특히 지금은 정권 말에 접어든 민감한 상황인데다 최근 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해 각종 금융협회장 인선을 놓고 정피아와 관피아들이 자천타천 후보로 뛰며 과열 분위기 속에서 각축전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농협금융 회장 자리가 비어도 당장 연말 조직개편과 인사에는 큰 차질이 없을 전망이다. 주력인 농협은행장, 농협손해보험 사장의 임기가 1년 이상 남았다. 농협생명 사장 임기 만료가 임박했지만 계열사 최고경영자 인사는 그동안에도 사실상 농협중앙회 주도로 이뤄져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NH농협금융지주는 2012년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에 따라 농협중앙회에서 떨어져 나왔다“면서 ”금융기관으로서 경쟁력과 독립성을 확보한다는 취지였지만 금융지주 지분을 100% 보유한 농협중앙회 회장이 제왕적 권력을 갖고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전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도 농협 인사는 사실상 이성희 중앙회장이 절대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따라서 후임 농협금융 회장이 김 회장과 마찬가지로 이른바 모피아 출신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회장의 향후 농협 계열사 인사 방향을 점칠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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