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정우람 기자] 농협중앙회가 이자비용을 연 평균 3322억원씩 지불하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하는 가운데 중앙회를 비롯해 농협은행 등 범농협이 올 연말 인력감축을 단행한다. 명예퇴직 조건을 예년보다 좋게 제공해 명예퇴직 신청자가 무려 800명을 넘었다. 농협중앙회는 차입금 증가에도 1억원 이상을 받는 고액 연봉자들이 급증, 사실상 '빚잔치'를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이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진행한 명예퇴직 신청에는 직원 총 503명이 몰렸다. 지난해 명예퇴직을 신청한 숫자(356명) 보다 147명 더 늘어났다. 예년보다 더 좋은 퇴직 조건이 제시되며 신청자가 많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농협은행은 올해 명예퇴직 보상을 늘렸다. 농협은행은 만 56세에 해당하는 직원에는 명예퇴직금으로 퇴직 당시 월평균 임금의 28개월치를 지급하기로 했다. 65년생과 66년생의 일반직원이 명예퇴직을 할 경우엔 각 월평균 임금의 35개월치와 37개월치를 주기로 했다. 또 67년생부터 70년생까지의 직원과 71년생부터 80년생에 해당하는 직원은 각각 39개월, 20개월치에 달하는 월평균 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
여기에 올해는 전직지원금도 추가로 지급하기로 했다. 농협은행은 만 56세에 해당하는 직원에 전직지원금 4000만원과 농산물 상품권 1000만원을 지급한다. 만 48~55세 직원에는 농산물 상품권 1000만원을 주기로 했다.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 농협금융지주, 농협은행 등 범농협에서 총 809명의 명예퇴직 신청자 발생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 농협금융지주, 농협은행 등 범농협에서 총 809명의 명예퇴직 신청자가 발생했다. 범농협은 만 56세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와 10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지난해와 비교해 퇴직자 대상 특별퇴직금 지급액을 크게 상향 조정한 점이 특징이다.
지난 해 일반직원의 경우 퇴직 당시 월평균임금의 20개월치만 받았던 것과 비교해 조건이 크게 좋아진 것이다. 농협은행은 2017년에 538명, 2018년에 597명의 명예퇴직 신청을 받은 데 반해 2019년 그 수가 370명으로 줄었기 때문에 올해 특별퇴직금 지급액을 크게 높인 것이 퇴직 신청자 연령대 분산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번 범농협 명예퇴직 신청현황을 보면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 617명 가운데 대부분인 613명이 퇴직 신청서를 냈다. 그런데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가 아닌 1964년생 외 신청자 수도 196명이나 된다. 직급별로는 책임자급을 제외한 일반 직원급에서도 121명이 퇴직 신청을 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명예퇴직ㆍ희망퇴직 조건은 각 은행 내부 상황에 따라 달리 정해지겠지만 퇴직금 지급액을 예년보다 높인 것은 그 만큼 적극적으로 퇴직자 신청을 받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며 "올해 순익이 줄어든 은행의 경우 비용 문제 때문에 퇴직자를 대폭 늘릴 수는 없겠지만 여건이 되는 곳은 지금의 영업환경을 반영해 곧 관련 노사 합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의 급격한 구조조정에 따른 반발도 크다.특히 지점 통폐합의 경우 금융 소비자 불편을 초래하고, 은행 노동자의 고용 불안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노조에서 반대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 4일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와 함께 은행 점포 폐쇄조치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김 연구위원은 "단순히 인력감축을 위해 비용을 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비용절감 차원의 인적자원관리를 수익창출을 위한 것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농협중앙회 임직원 1억 연봉 논란...이성희 회장, 지난 8월 창립기념일에 52억 성과급 직원들에게 지급
문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농민들 삶이 더 궁핍해지고 있는 가운데 농협중앙회가 방만한 예산집행을 일삼고 있다는 점이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지난 8월 15일 창립기념일에 52억원어치 성과급을 직원들에게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농협중앙회 정규직 직원의 약 30%는 연봉이 1억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월 농협중앙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성과급 지급이 계속해서 증가해 1인당 지급액이 2015년 400만 원 수준에서 2019년 800만 원 수준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억대 연봉자의 숫자도 5년 사이 두 배로 증가했다. 농협중앙회의 억대 연봉자를 연도별로 보면 △2015년 381명 △2016년 401명 △2017년 553명 △2018년 677명 △2019년 773명 등이다.
전체 직원 가운데 억대 연봉자의 비중이 2015년 11%에서 2019명 29.4%로 늘었다.
정운천 의원은 “농협의 존립 목적은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지만 현재 농협은 ‘농민을 위한 농협’이 아닌 ‘농협 직원들을 위한 농협’이 아닌지 우려된다”며 “농협이 신의 직장이라고 비판을 들을 정도로 억대 연봉자의 급속한 증가와 성과급 잔치 등은 농민들로부터 외면받고 농협의 설립 취지를 망각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정 의원실 관계자도 "범농협에서 억대 연봉자가 증가하는 등 방만한 경영 속에서 일선 말단 직원들이 명퇴에 내몰리는 현실을 엄중히 지켜보고 있다"면서 "농협중앙회의 최고 직책인 이성희 회장이 책임을 져야 할 일이 있으면 마땅히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인호 의원(더불어민주당·부산 사하갑)에 따르면 농협중앙회가 이자비용을 연 평균 3322억원씩 지불하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하고 있지만, 1억원 이상을 받는 고액 연봉자들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회의 현금수지는 2017년 4148억원 적자에서 2019년 5098억원으로 악화됐다. 또 중앙회의 차입금 규모는 2017년 12조4000억원에서 2019년 13조4000억원으로 1조원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른 이자비용은 2017년 3169억원에서 2019년 3343억원으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