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소작인과 부동산 정의(正義)
도시의 소작인과 부동산 정의(正義)
  • 김태동
  • 승인 2020.12.08 15:36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태동 칼럼] 어느 나라에서든, 자본주의 체제하에서는 착취와 수탈이 존재한다. ‘착취’는 자본가가 임금노동자를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부리는 것이라 한다면, ‘수탈’은 시장에서 부등가교환에 의해 소수 부자가 큰 불로소득을 얻고, 다수 약자가 빼앗기는 것을 말한다. 코로나19의 재확산과 함께, 전태일 열사 50주기도 지나갔다. 지난 50년간 한국자본주의의 수탈의 역사는 어떠했는가? 오늘은 수탈만 생각해 보자.

지주에 의한 농민 수탈은 1950년 농지개혁으로 많이 줄었다. 그러나 그 뒤에 오늘까지 주곡인 쌀 가격이 다른 공산물 가격이나 교육서비스 가격 등에 비해 점점 불리해지는 교역조건으로 농민은 농업을 포기하고, 도시로 탈출하였다. 도시에 와서 임금노동자가 되거나, 자영업자가 되었다. 가게터를 빌려 사업을 하는 자영업자는 매달 임차료를 건물주에게 내야 한다. 건물주는 ‘지주’이고, 임차 자영업자는 ‘소작인’이다. ‘도시의 소작인’이다. 장사가 안되면, 1년도 안 돼 문을 닫아야 한다. 장사가 잘되면, 건물주가 임차료를 크게 올려서 쫓겨나게 된다.

다산 선생이 『경세유표』에 토지개혁을 주장하시던 때의 소작 농민에 비해서도 21세기 ‘도시의 소작인’들은 상대적으로 더 불리하다. 수탈의 강도가 더 세고 악질적이다. 코로나19로 고객이 없어 매출이 90% 줄어도, 임차료는 꼬박꼬박 내야 한다. 임차료를 내고 나면, 집에 한푼도 못 가져가고 빚만 늘어난다. 흉년에 소작농보다 더 못하지 않은가! 풍년에는 20가마, 흉년에는 10가마 수확을 했고, 소작료가 50%라면 흉년에도 5가마는 소작인 차지가 되었었다.

‘도시의 소작인’은 불경기 흉년에 한 푼도 못 가져가고 빚만 늘어나니, 수탈률이 50%가 아니라 100%를 넘는 경우도 흔하다. 임차 자영업자의 비극은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자가를 소유하지 않은 자영업자는 무주택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사는 집에도 월세나 전세를 내야 한다. 초가 한 칸이라도 ‘내집’이 있었던 소작농에 비해서 물론 더 불리하다.

부동산 정의를 실천하자

‘도시의 지주’들인 건물주나 다주택자는 사정이 어떤가? 그들에게 임대료 수입은 불로소득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건물값이 오르면 임대료 연간 수입의 수십 배 자본이득(capital gain)이 생긴다. 유동인구가 많고 교통이 편리한 곳일수록, 건물값 상승률은 높다. 지역별로 부동산가격은 천차만별이다. 평당 1억 원이 넘는 곳이 있는가 하면, 평당 만 원이 안 되는 곳도 있다. 서울과 다른 도시의 땅값 차이도 크다.

지역에 따라 수탈의 정도가 다른 것이다. 기회는 불평등하며, 과정은 불공정하다. 결과가 정의롭지 못함은 불문가지이다. 초등학생의 꿈이 건물주 되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자기 힘만으로 건물주가 되는 것은 전교 1등 해서 의사나 검사가 되기보다 어렵다. ‘도시의 소작인’을 비롯한 대다수에게는 ‘헬조선’이다. 건물주나 다주택자에게는 천국이다. 놀아도 재산 가치가 수십억, 수백억씩 불어난다. 자식들에게 증여해도 세금부담이 크지 않다. 대대손손 잘 살 수 있다.

‘도시의 지주’가 차지하는 자본이득은 문재인정부 들어 매년 1천조 원 내외인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 예산보다 많고, 2천만 노동자의 총임금소득보다도 많다. 특히 강남 지주들은 관료와 언론을 부리고, 1당, 2당 두루 국회의원들도 부릴 만큼 힘이 막강해졌다. 어떻게 하면 ‘도시의 소작인’들이 덜 수탈 당하도록 할 것인가?

이미 30년 전 노태우정부 때, ‘토지공개념’도입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제시되었다. 70년 전 농지개혁처럼, 부동산을 통한 수탈을 대폭 줄이고, 수백만 ‘도시의 소작인’, 수천만 무주택자와 가족들을 수탈의 늪에서 구해 내기 위해서는 도시토지개혁이 필요함을 이미 한 세대 전부터 우리는 알고 있는 것이다. 정치계와 관계, 언론계, 학계에 ‘다산정신’으로 무장된 ‘부동산 정의’ 실천가들이 나오고, 그들이 ‘도시의 소작인’들과 함께 뭉쳐야 한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칼럼은 다산칼럼의 동의를 얻어 전재한 것입니다.

 

 
글쓴이 / 김 태 동
·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 예일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 저서 및 논문
『세계각국의 새천년 비젼과 전략』, 나남, 2000
『새천년의 한국경제 ?개혁과 발전-』, 나남, 2000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부회장 : 김명서
  • 대표·편집국장 : 박선화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1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