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인기강사 설민석의 강의가 엉터리라고 한다. 어찌보면 예상됐던 일이 아닌가도 싶다. 나는 그가 방송에 나와 강의하는 것을 보고 그런 낌새를 챘다. 진정성이 묻어나지 않았다. 심하게 얘기하면 약장수 같다고 할까. 그럼 당장의 인기는 끌 수 있다. 하지만 오래 가지 못 한다. 무슨 일을 하든 팩트가 가장 중요하다. 사실 관계가 틀리면 그 다음부터 말할 필요가 없다. 설민석은 팩트조차 틀리다고 했다. 방송들도 문제다. 그 책임을 설민석에게만 미룰까.
내가 어제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이다. 방송사와 설민석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싶었다. 솔직히 시청자들을 우롱했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설민석은 강의서 하차하는 게 맞다. 어떠한 변명도 통할 리 없다. 그동안 연기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청률을 담보한다고 그를 쓴 방송사도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슬쩍 사과하면서 지나가려 한다. 이는 시청자들을 만만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 역사학자에게 공개 저격을 당했던 케이블채널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제작진은 21일 밤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방대한 고대사의 자료를 리서치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있었던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 제작진은 “방대한 이야기의 세계사를 다루다 보니 한 편당 평균 총 4~5시간 녹화를 하고 있다”면서 “방송시간 85분에 맞춰 압축 편집하다 보니 역사적인 부분은 큰 맥락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팩트 자체가 틀린 것은 간단히 넘길 문제가 아니다. 방송의 생명은 뭔가. 바로 공정성이다. 한 번 신뢰를 잃으면 회복하기 어렵다. 내가 올린 글에도 실망의 댓글이 여러 개 달렸다. 역사에 밝은 대사 출신 지인은 “저는 진작부터 ‘아니올시다’ 였습니다. 너무 얕고 (자신이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듯) 멋대로 해석해 버립니다. 언제 제대로 역사공부를 하긴 했는지도 모르겠어요.”라고 했다.
tvN은 “이 과정에서 생략된 부분이 있었지만, 제작진은 맥락상 개연성에 큰 지장이 없다고 판단해 결과물을 송출했다”면서 “이에 불편하셨을 모든 분들께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거듭 머리를 숙였다. 설민석은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과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점도 깨달았으면 한다. 그가 지금까지 했던 모든 강의가 의심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앞서 곽민수 한국이집트학연구소장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설민석이 전날 출연한 ‘이집트 클레오파트라 편’에 대해 “사실관계 자체가 틀린 게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언급하기가 힘들 지경”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설민석이 이에 대해 즉각 반박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그 같은 지적을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자기가 한 짓이 있었던 만큼 정신이 없을 지도 모르겠다.
설민석을 좋아하는 아들에게도 얘기했다. “절대로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설민석 보아라. 거짓말은 언젠가 탄로나게 되어 있다” 특히 역사는 정직하다. 역사마저 왜곡한다면 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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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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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