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측, “요구대로라면 3000억 필요…업종 특성상 무작정 배당 못해”
[서울이코노미뉴스 김준희 기자]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회사 측에 배당금을 7배 이상 크게 늘려야 한다고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촌인 박찬구 회장을 겨냥한 경영권 다툼을 앞둔 상황에서 우군을 확대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박 상무는 고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아들이자 박찬구 회장의 조카로, 금호석화 지분 1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박정구 전 회장은 고 박인천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의 2남, 박찬구 회장은 4남이다.
박 상무는 지난 달 27일 "기존 대표 보고자(박찬구 회장)와의 지분 공동 보유와 특수 관계를 해소한다"고 공시, 경영권 도전을 공식화했다.
금호석유화학 지분은 박 상무가 10%, 박 회장이 6.69%, 박 회장 맏아들인 박준경 전무 7.17%이고 국민연금이 8.16%를 보유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박 상무는 최근 금호석유화학 측에 보통주 배당금에 대해 1주당 1500원에서 1만1000원으로, 우선주 배당금은 1550원에서 1만1100원으로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상무 측 관계자는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면서 “배당 확대 요구는 무리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지난해 금호석유화학이 약 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3679억원)보다 흑자 규모가 9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흑자 증가는 의료용 장갑 원료인 NB라텍스와 각종 플라스틱 원료인 고부가합성수지의 판매가 늘었기 때문이다. 금호석유화학은 NB라텍스 분야에서 세계 1위 업체다.
박 상무의 이번 제안은 앞으로 경영권 분쟁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전체 지분의 50.48%(지난해 3분기 기준)를 차지하는 소액주주들의 표를 우호 세력으로 포섭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박 상무가 경영권 도전을 공식화한 것은 혼맥으로 형성된 직계가족들의 탄탄한 지원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박 상무의 선친인 고 박정구 전 회장은 슬하에 1남3녀를 뒀다. 장녀 박은형씨는 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차남 김선협 아도니스 부회장, 차녀 박은경씨는 고 장상돈 한국철강 회장 장남인 장세홍 한국철강 대표의 부인이다. 삼녀 박은혜씨는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차남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와 결혼했다.
이들 누나들이 적극적으로 박 상무를 지원하면 경영권 도전에 상당히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박 상무의 처가도 상당한 재력을 갖추고 있다. 박 상무는 2014년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 차녀 허지연씨와 결혼했다. 코스모그룹은 GS그룹 방계회사다. 허경수 회장은 고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박 상무의 요구에 대해 금호석유화학 측은 그대로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렇게 하려면 배당금으로 약 3000억원을 지급해야 하는 데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실적이 곤두박질 칠 수 있는 화학 업종의 특성상 무리라는 설명이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배당을 확대해 주주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이견이 없지만, 너무 많이 늘리면 회사의 이익이 배당금으로 대주주에게 다 돌아간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박 상무의 제안을 주주총회 정식 안건으로 상정할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