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차 조사결과 '글쎄요'…빙산의 일각만 드러났다
정부 1차 조사결과 '글쎄요'…빙산의 일각만 드러났다
  • 윤석현 기자
  • 승인 2021.03.1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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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차명,제3자거래,명의신탁 거래와 자금흐름 추적해야"
" 문제제기된 다른 신규택지·산업단지 등도 조사해야" 여론 비등
시흥 무지내동의 산수유는 그날의 진실을 알까

[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 기자] "빙산의 일각일 뿐, 진짜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다"

정부가 11일 국토부LH와 직원 1만4500명에 대한 3기 신도시 투기의혹에 대한 1차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아직은 실체가 극히 일부만 드러났을 뿐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차제에 3기 신도시 외에도 현 정부가 조성한 모든 신규택지와 산업단지, 그 배후지 중 개발압력으로 시세가 급등한 지역으로도 조사가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직자들이 은밀히 '투자클럽'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면서 법인을 만들거나 친척이나 지인 등 차명으로 투자했을 개연성이 매우 높은 만큼,  관련자에 대한 계좌추적 등 강제수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제기한다. 부동산투기 선수들 수법에 비해 정부의 1차 발표는 아마추어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등의 기자회견으로 촉발돼 전국을 강타한 이번 '망국적 공직자 부동산 투기사건'은 일단 1차 조사결과 발표로 변곡점을 넘었다. 조사대상이 된 이들 8개 택지의 면적만 4900만㎡가 되지만 1차 조사에선 7명을 추가하는 데 그친 셈이다.

앞서 정부는 참여연대와 LH 자체조사를 통해 13명의 LH 직원을 가려낸 바 있다. 정부는 인근 다산신도시 아파트 등 주택을 거래한 국토부 25명과 LH 직원 119명 등 144명도 추려내 경찰에 정보를 제공했지만 현재로선 단순 참고자료 형태다.

하지만 이는 국토부 공무원과 LH 직원 본인에 대한 조사결과일 뿐, 이들의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이 투자했는지는 더 조사해 봐야 한다. 관련된 지방자치단체나 다른 지방공기업 등의 직원과 가족들에 대한 토지거래 조사가 예정된 만큼, 본격적인 조사를 기대해 볼 만하다. 이미 광명 시흥지구에서만 14명의 지자체 직원들이 신도시 예정지 땅을 산 것으로 줄줄이 드러났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들이 'LH 땅투기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의뢰를 하기 위해 11일 오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들어서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들이 'LH 땅투기 의혹' 수사의뢰를 하기 위해 11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들어서고 있다.

조사대상 지역도 국민의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여론이 높다.

현 정권에서 주거복지 로드맵이나 수도권 30만호 건설계획 등으로 조성이 추진중인 택지까지 다 합하면 7200만㎡에 달한다. 신규택지 중 신도시급이 아닌 중소규모 택지 2300만㎡가량은 아예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오히려 대형택지보다는 중소규모 택지가 지정되기 전, 이와 관련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공무원이나 LH 등 공기업 직원이 땅을 샀다면 더욱 구입경위를 파헤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외에도 지자체가 자체 추진중인 개발사업도 부지기수인데, 벌써 어느 땅이 개발되기 전 누가 땅을 샀느니 하는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고 있다. 개발사업이 이뤄지면 해당토지는 공시가 수준으로 강제수용당하는 것이니 투기로 돈을 버는 것은 그 외곽토지 소유자다.

기존 3기 신도시를 대상으로 한 조사도 경계외곽부터 들여다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3기 신도시는 대부분 그린벨트를 풀어서 추진되는 사업이다 보니 반사이익을 얻을 주변지역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산업단지 지정전 개발소식을 듣고 마구잡이 투기행위가 벌어지는 데 대해 조사를 벌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세종시 스마트국가산단 예정지에 2018년 8월 산단지정 수개월 전부터 수십호의 이른바 '벌집'으로 불리는 조립식 주택이 들어서고, 빈 땅에 묘목이 심어지는 등 투기의심 사례가 발생해 논란이 일자 경찰이 내사에 들어간 상태다.

산단주변은 썰렁하던 땅에 인구가 유입되고 주택과 상점 등이 들어서는 등 개발이 진행돼 수혜를 볼 수 있다. 주변부이기 때문에 토지를 강제수용 당하지도 않아 투기꾼의 놀이터가 된다는 것이 업계의 조언이다.

부동산개발정보 플랫폼 '지존'의 신태수 대표는 "투기수요가 많이 몰리는 곳은 산단 주변부"라며 "정부가 공직자의 땅 투기를 제대로 조사하려면 산단 주변의 의심쩍은 토지 매매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국가 개발사업을 계기로 지가가 급등한 지역도 많다. 제주도는 제2공항 추진으로 땅값 상승률 1위 자리를 수년간 차지했고, 부산 가덕도 신공항 인근지역도 투기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공직자 땅 투기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규명은 계좌추적 등 강제수사를 통해 공직자와 지인간 수상한 자금흐름을 잡아내는 것이라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이번에 적발된 공직자들은 오히려 순진해서 뻔히 드러나는 본인 명의로 토지계약을 했을 것이고, 진짜 숨어 있는 투기꾼은 교묘한 방법으로 신분을 감췄을 것이라는 얘기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개인적으로 정부 발표가 얼마나 신뢰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라며 "차명이나 제3자 거래, 명의신탁 거래 등은 조사가 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계좌추적 등을 통해 관련자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고 토지 구입자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도 확인해야 할 것"이라며 "신도시 주변지역이 신도시 효과로 더 큰 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2차로 인근지역도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LH 내부에선 일부직원들이 투자클럽을 만들어 토지 투자정보를 공유하면서 함께 투자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는 증언도 나오는 상황이다. 광명·시흥에서도 직원들이 수명씩 몰려다니며 땅을 함께 구입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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