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가 사람 잡네”...공시지가 올라 피부양자 탈락 '아우성'
“건강보험료가 사람 잡네”...공시지가 올라 피부양자 탈락 '아우성'
  • 권의종
  • 승인 2021.04.0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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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양자 자격이 까다로워져...재산이 9억원 초과하면 소득이 전혀 없어도 피부양자 자격 잃게 돼
현행 복지제도 운용기준 전면 손질...피부양 범위 줄이고, 재산 기준 없애고 소득 중심으로 개편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어디 취직할 데 없나요?” 요즘 들어 노년층이 부쩍 자주 하는 말이다. 건강보험료 때문이다. 자녀 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올라 건보료를 안 냈으나 주택 공시가격이 오르는 바람에 낭패를 당했다. 지역가입자로 전환되어 안 내던 건보료를 새로 물게 되었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보유세도 늘어나나 부담이 건보료에 비할 바 아니다. 종합부동산세는 장기보유·고령자 감면이 있고 일 년에 한 번만 내면 되나, 건보료는 그런 감면 혜택이 없고 매달 내야 한다.

실제로 수입 없는 퇴직자에게 건보료는 여간 큰 부담이 아니다. ‘건보료테크가 재테크’가 되었다. 용돈 수준의 노인 일자리에 지원자가 몰리는 것도 건강보험과 무관치 않다. 돈도 돈 이려니와 건보료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속마음이 엿보인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1년 전국 평균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19.08% 올랐다. 지난해 상승률 5.98%의 3배가 넘는다. 세종시는 작년보다 70% 넘게 급등했다.

재산 보험료는 공시가격의 60%를 과세표준으로 잡는다. 지역 간 구분 없이 60등급으로 나눠서 '재산 보험료 등급표'에 근거해 산출한다. 피부양자 자격이 까다로워지고 있다. 연 소득이 3,400만 원이 넘거나, 과세표준 재산이 5억4,000만~9억 원에 연간 소득이 1,000만 원 넘으면 안 된다. 또 재산이 9억 원을 초과하면 소득이 전혀 없어도 피부양자 자격을 잃고 만다. 공시가격 변동 등으로 올해 피부양자 탈락자가 1만8천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2022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지역가입자 보험료 산정 시 건보료를 책정하는 재산 과세표준에서 500만 원을 공제한다. 갑작스러운 보험료 상승을 막기 위해서다. 그래도 127만 세대의 건보료가 오르게 된다. 한시적 조치가 끝나고 나면 보험료는 도로 오를 수밖에 없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재산공제도 걸맞게 같이 올리는 게 당연하다. 공시가격에 재산공제를 연동해 자동으로 올리고 세분화해야 하는 게 이치에 맞다.

공시지가 상승으로 안 내던 건보료 새로 내야...올 한해만 피부양 자격 탈락자 수 1만8천 명

정부도 할 말은 있다. “피부양 자격에서 제외되는 경우는 약 0.1% 수준으로 예상되며 이들 대부분이 고령층인 여건을 고려해 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신규 보험료의 50%만 부과할 방침"이라 밝혔다. 피부양 탈락자 수보다 제외 비율을 내세우는 논리가 옹색해 보인다.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2단계 조처에서 공시가격에 따른 변동을 일정 부분 완화될 거라는 설명에도 별 믿음이 안 간다. 순간 모면의 핑계로 들린다.

공시가격 상승은 가진 자들만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다. 없는 자들에는 더 큰 피해를 안겨준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40여 가지의 복지 급여나 서비스가 영향을 받게 된다. 기초연금은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하고, 건강보험은 재산의 커트라인을 정해 운용된다. 정부는 ”기초연금 수급자의 63%가 주택을 갖고 있고 이 중 97%가 3억 원 이하이다. 기초생보 생계급여 수급자의 10%만 부동산이 있고 저가라서 공시가격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실상은 다르다. 정부가 주장하는 바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기초연금의 경우만 하더라도 소득과 재산 변동에 따라 매년 1만~2만 명가량이 수급자가 탈락하는 실정이다. 2019년 공시가격이 5.23% 올랐을 때도 1만6,000명이 수급자에서 제외되는 일이 벌어졌다. 올해도 탈락자 수가 2만 명가량에 이를 거라는 예상이다.

다만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하기 전에 일정액을 공제한다. 효과가 별로다. 공시가격은 급등하는데도 재산공제는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기초연금 재산공제액은 2014년 1억800만 원에서 2015년 1억3,500만 원으로 25% 오른 뒤 지금까지 그대로다. 6년 전에도 1억3,500만 원, 지금도 1억3,500만 원이다. 공시가격은 2017~2021년에 서울시 67%, 세종시 92%가 올랐다. 이에 비해 기초연금수급자는 2020년 10년 만에 28% 오르는 데 그쳤다.

힘들 때일수록 복지 운용 빈틈없어야...만인이 수긍하는 원칙·기준 세워서 국민 행복 지켜야

해법은 어렵지 않다. 원칙과 상식에 따르면 된다. 복지제도 운용기준을 전면 손질할 필요가 있다. 소득 변화가 없는데도 공시가격이 올랐다고 건보료를 올리고 피부양자를 탈락시키며, 기초연금 등의 복지수혜를 박탈하는 건 온당치 못하다. 차라리 건강보험의 경우 형제자매까지 인정하는 후한 피부양자 범위를 배우자와 자녀로 축소하고, 소득 기준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편하는 게 낫다.

궁극적으로 재산 기준을 폐지하고 소득 중심으로 부담금 부과체제를 진화시켜야 한다. 재산 특히 사는 집을 소득으로 환산해 적용하는 시대착오적 무리수를 더는 범하면 안 된다. 소득 파악이 힘들던 시절에 궁여지책으로 채택되었던 재산 기준이 여태껏 유지되어온 게 어찌 보면 신기하다. 대한민국만큼 소득 파악이 잘 되는 나라가 많지 않다. 솔직히 국세청이 마음만 먹으면 소득 파악에 어려움이 없다.

정부가 손 놓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수렁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피해 지원을 위해 갖은 지원을 마다치 않고 있다. 백신 확보와 접종 확대를 위해 안간 힘을 쓰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고 공공주택 개발에 가일 층 속도를 내는 것 또한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다.

당면 현실이 엄중하다. 줄어드는 일자리, 늘어나는 조세공과, 고개 드는 금리, 솟구치는 물가에 서민들의 지갑이 텅 비었다. 어렵기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매출 감소에 원자재가 상승, 물류비 급등으로 성장성과 수익성 양면에서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 수주도 어렵지만, 주문을 받아도 손해인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처럼 힘들 때일수록 복지제도 운용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 만인이 수긍할 수 있는 원칙과 기준을 세워 국민 행복을 지켜야 한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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