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이 무슨 죄?…족쇄 채운 손으로 ‘해금’ 시켜야
원전이 무슨 죄?…족쇄 채운 손으로 ‘해금’ 시켜야
  • 김명서
  • 승인 2021.06.0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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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정책 사양길에…‘역주행’ 주장에도 제대로 된 해명조차 없어

[김명서 칼럼]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탈원전 정책이 사양길에 들어선 것 같다. 4년 전 ‘원전 적폐’ 기치 아래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던 기세는 찾아보기 어렵다. 탈원전 폐기까지 요구하는 ‘역주행성’ 주장이 이어지는데도 반박은 커녕 제대로 된 해명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탈원전의 가시적 성과가 없다는 게 공격의 빌미가 되고 있다. 탈원전의 대안인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 사업은 시행착오의 반복 속에 주춤거리고 있다. 특히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를 조작한 사건이 치명적이었다.

반면 세계 각국은 ‘탈 탄소’를 뜻하는 ‘탄소중립’의 슬로건 아래 원전의 개발과 활용 쪽으로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에너지 정책의 큰 흐름이 탈원전 기조와는 정반대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진영 간 가치 논쟁에선 벌떼 공격으로 상대방의 입을 틀어막던 정권 강성 지지층의 움직임도 탈원전 대목에서는 두드러지게 목격되지 않고 있다. 정권 차원에서 보면 원전에 대한 공세 국면이 수세 국면으로 뒤바뀐 셈이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부터가 원전 문제에 소극적이다. 일부러 언급을 피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 달 26일 문 대통령 초청 정당대표 간담회에서도 그랬다. 이 자리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탈원전 정책 폐기를 검토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는 어찌 보면 정책적 ‘백기 항복’을 요구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현황을 파악해보도록 하겠다”고만 말했다. 자존심 때문이라도 몇 마디 설명 정도는 했을 법한데 더 이상의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한미정상회담 계기 탈원전 정책 궤도수정?…“변화 아니라 중장기적 에너지 전환일 뿐”

이보다 열흘 가량 앞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도 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주목되는 발언을 했다. 송 대표는 “바이든 정부가 탄소 중립화를 위해 추진하는 소형 모듈 원자로(SMR) 분야에서 미국과 전략적 협력을 통해 세계 원전 시장을 지배하는 중국‧러시아를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에 대한 문 대통령의 언급은 전해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송 대표가 청와대 뜻과는 다르더라도 ‘마이웨이’를 가려는 신호탄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1주일 후에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송 대표의 언급과 비슷하게 ‘원전사업 공동 참여를 포함한 해외 원전시장 내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약속하였다’는 내용이 공동선언에 담겼다. 그렇다면 송 대표의 발언은 이미 내려진 결론, 즉 ‘해답’을 보고 본인의 존재감 부각 차원에서 나왔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독자 노선’ 선언과는 관계가 없다고 봐야 한다.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탈원전 정책의 궤도를 수정했다고 봐야 한다는 해석도 설득력 있다. 자기 나라엔 원전이 위험해 탈원전을 하겠다면서 다른 나라에 원전을 판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대놓고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 내부에서도 “탈원전의 변화라기보다는 중장기적 에너지 전환”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변화는 탄소중립이 세계적 과제로 대두되는 데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온실가스를 줄이고 탄소제로를 달성하려면 원전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원전의 가장 큰 고민거리이던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문제가 획기적인 기술 진전으로 머지않아 해결될 것이라는 소식도 원전 정책 수정의 당위성에 힘을 보태주고 있다.

이에 반해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좋은 얘기는 뜸하다 못해 거의 없다. 태양광 발전은 전국의 산과 저수지에 심각한 상처만 주었을 뿐 기대에 훨씬 못 미친다는 비난을 받은 지 오래다. 얼마 전부터 정부가 부쩍 공들여 홍보하고 있는 해상풍력이 태양광의 실패를 호도하려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만큼 해상풍력의 효율성에도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탈원전 정책은 애초 ‘에너지 전환 정책’이었다고 한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단계적으로 조정하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단체 출신 등 강경파들의 원전 반대 주장에 밀려 탈원전으로 변질됐다고 한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공존하며 역할 조정토록 해야”...결자해지(結者解之)가 순리

전문가들은 탈원전 정책 변화 가능성과 관련, 79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퇴출 수순 밟기에 들어간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재개를 주장하고 있다. 원자력위원회의 ‘억지성 논리’에 제동이 걸린 신한울 1‧2호기의 운영 허가도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게만 되더라도 고사 상태나 다름없는 원전 생태계에도 웬만큼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여권으로선 내년 대선을 의식해서라도 더 이상 탈원전을 고집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탈원전에 대한 여론은 이미 부정적인 평가가 훨씬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들어 전직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사면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화해와 통합, 여기에다 이 부회장 경우는 산업경쟁력 강화가 그 명분이다.

그러한 이유라면 원전도 그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 복잡하게 갈 것도 없다. 탈원전 정책 공식화전에 구상했던 대로 원전과 신재생에너지가 공존하면서 역할을 조정토록 하면 된다. 다르다는 것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만 갖는다면 어려울 게 없다.

하지만 원전에 대해 사면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애초부터 죄를 지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정치와 이념의 잣대에 따라 감금당하고 족쇄가 채워졌을 뿐이다. 엄혹한 상황에서 고초를 겪은 원전은 하루 빨리 사면이 아닌, 해금을 시켜야 한다. 족쇄 채운 손으로 풀어주는 결자해지(結者解之)가 순리다.

<필자 소개>

김명서(clickmouth@hanmail.net)

-서울이코노미뉴스 부회장

-전 서울이코노미뉴스 대표, 주필

-전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심의실장

-전 서울신문 편집담당 상무

-전 서울신문 사회부장, 정치부장, 논설위원, 편집부국장, 사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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