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꿈이면 좋으련만...참척(慘慽)의 슬픔과 식매(息埋)
차라리 꿈이면 좋으련만...참척(慘慽)의 슬픔과 식매(息埋)
  • 오풍연
  • 승인 2021.08.04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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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칼럼] 딸아, 네가 떠나고 없으니 이세상에는 엄마와 아빠라고 불러줄 이가 없구나. 이제 처량하고 외로운 엄마와 아빠가 되었다. 내년 어버이날에는 누구도 카네이션을 달아주지 않겠지. 한숨과 눈물로 보내야 할 많은 남은 날들이 두렵구나. 엄마와 아빠는 애써 화제를 바꿔 잠시 웃다가도 너에게 미안하여 금새 시무룩해지고 깊은 한숨과 눈물로 미안함과 그리움을 대신하게 된다. 삶의 희망이 떠나니 삶의 의욕도 따라 떠나고. 남은 것은 절망과 사람들이 주는 동정어린 눈길과 약간의 위로(慰勞), 그리고 무상(無常), 칠흑같이 어두운 미래뿐이다.

최근 외동딸과 생이별을 한 김석영 대표님이 식매(息埋:자식을 묻음) 17일째를 맞아 오늘 새벽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하루도 빠짐 없이 일기 형식으로 딸과의 이별을 그리워 하고 있다. 그것을 보는 나도 울컥한데 김 대표님 부부는 오죽하겠는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 지금은 어떤 위로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 마음으로 함께 아파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삶과 죽음. 한 순간이다. 희원(딸)이도 그랬다. 이들 부부는 희원이가 잠들어 있는 포천 송우리 공원묘지에 매일 출근한다. 아침 일찍 가서 잔디에 물을 주고, 몇 시간씩 앉아 있다가 온단다. 그래야 마음이 조금 풀린다니 그 마음 이해하고도 남는다. 대표님 아내는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대표님께 이 말은 자주 전한다. “제수씨 건강이 더 걱정되니 잘 챙기시게”

왜 이처럼 착한 두 사람에게 시련을 준 걸까. 대표님은 나보다 네 살 아래다. 살아온 스토리가 무궁무진하다. 책으로 써도 몇 권을 펴낼 수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얼굴을 보면 구김살이 하나도 없다. 이웃도 열심히 돕는다. 나는 그만큼 착하게 사는 사람을 이제껏 보지 못 했다. 처음 만난지는 4년밖에 안 됐지만, 몇 십년 친구처럼 지낸다. 무엇 하나 흠 잡을 데 없는 친구다. 복을 듬뿍 받아도 모자란데 고통까지 주니 말이다.

49제까지는 매일 묘지를 가겠다고 했다. 그래야 희원이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희원이도 엄마 아빠를 기다릴지 모르겠다. “희원아, 49제 이후에는 엄마 아빠를 놓아드려라. 두 분이 희원이가 못다한 꿈을 이루고, 남은 행복까지도 누릴 수 있도록” 착한 희원이는 꼭 그러리라고 여긴다. 나도 조만간 희원이에게 가볼 생각이다. 생전에는 얼굴을 본 적이 없다. 얘기만 전해 들었다.

그렇다.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났다가 다시 땅으로 들어간다. 한 인간의 일생이다. 모두 똑같다. 희원이는 너무 빨리 갔기에 더욱 안타깝고 가슴이 미어진다. “희원아, 편히 쉬려무나. 지난 번 약속대로 아빠와 평생을 친구로 지낼게”

# 이 칼럼은 '오풍연 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전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전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 'F학점의 그들'. 윤석열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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