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장 '무작정 폭로'...김용판 의원, 서울경찰청장 출신 맞나
국감장 '무작정 폭로'...김용판 의원, 서울경찰청장 출신 맞나
  • 오풍연
  • 승인 2021.10.1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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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칼럼] 18일 국정감사는 경기도청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가 주목을 받았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지사가 나왔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미래권력에 대한 인사청문회라고 할 수 있었다. 새로운 내용은 그다지 없었다. 야당 의원들은 기존에 나왔던 내용들을 물어보았고, 이재명은 이리저리 빠져 나갔다. 맹탕 국감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 야당 의원들은 집요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 했다.

그나마 눈에 띄는 의원이 있었다. 서울경찰청장 출신인 김용판 의원이 새로운 내용을 폭로했다. 그는 “(이재명이)조폭 출신 박철민 씨로부터 20억 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돈뭉치 사진도 제시했다. 하지만 이 사진은 몇 시간 뒤 가짜임이 드러났다. 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박 씨가 이 후보에게 줬다며 김 의원에게 제보한 돈뭉치 사진이 박 씨가 렌터카와 사채업을 통해 벌었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띄운 사진과 동일하다고 지적하면서 제보의 신빙성 자체에 의문이 제기됐다.

김 의원은 이날 “과거 성남 국제마피아파 행동대원이자 코마트레이드 직원이었다가 현재 수원구치소에 수감된 박철민 씨가 진술서와 사실확인서, 공익제보서 등 총 17쪽 분량을 제보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재명 성남시장 재임 시절 전달된 현금 5천만원’이란 제목의 돈뭉치 사진을 공개했다. 박 씨의 진술서에는 “이 후보는 별칭이 ‘이재명 보스’였을 정도로 조직을 잘 챙겼다”는 박 씨의 주장이 담겼다. 박 씨는 또 “이 지사에게 직접 돈을 전달한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이 같은 주장을 할 때 이재명은 여러 차례 "흐흐"하면서 조롱했다. 사실이 아니라는 투였다. 이재명은 “제가 이렇게 했으면 옛날에 다 처벌받았을 것이고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현금 다발 사진을) 어디서 찍었는지 모르겠지만 참 노력은 많이 한 것 같다”고 비꼬았다. “존경하는 의원님 신작(新作) 잘 들었다. 사진 찍을 정성이면 계좌를 주면 깔끔하지 않느냐”고 응수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명백한 허위사실을 제시해 명예 훼손하고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명백한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법적 조치를 안 할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사진은 곧 허위임이 드러났다. 한병도 의원이 이 돈뭉치 사진이 2018년 박 씨의 페이스북에 올라왔다는 점을 국감장에서 공개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박 씨가 2018년 11월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이라는 취지로 같은 사진을 올려놨던 까닭이다. 이 글에는 “렌터카 동업 등 시행착오 끝에 월 2000만 원의 고정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고 적혀 있다. 더욱이 2018년 11월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 임기를 마친 뒤였다. 이 후보는 웃으며 “코미디가 참 이런 코미디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경찰 고위간부 출신이 이처럼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무작정 폭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더군다나 이재명은 상대 당 대선 후보다. 제보를 받더라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카더라" 식으로는 안 된다. 증인이나 결정적인 물증을 제시해야 주장의 신빙성이 더해진다. 이번 폭로는 사진 한 장으로 빛이 바랬다고 하겠다. 박 씨가 자신의 증언이 허위사실일 경우 허위사실 유포죄든 명예훼손죄든 얼마든지 처벌받겠다고 했다고 하지만 믿기 어렵다.

이재명에게 자칫 면죄부만 주는 국감이 될 지도 모르겠다. 야당의 화력이 무디어졌다. 유감이다.

# 이 칼럼은 '오풍연 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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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전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전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 'F학점의 그들'. 윤석열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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