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강기용 기자] KT가 전국을 혼란에 빠트린 유·무선 인터넷 장애 원인을 '네트워크 장비 설정 오류'라고 발표한 데 대해 26일 관련 업계에선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KT는 처음에는 대규모 디도스 공격 때문이라고 했다가 2시간 후에는 ‘라우팅’(네트워크 경로 설정) 오류를 원인으로 파악했다고 번복 발표했다.
라우터는 기지국에서 송신하는 데이터를 받아서 수신자(이용자)에게 전달해주는 중간 연결 장치다. 그 경로 설정을 수행토록 하는 작업이 라우팅이고, 이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는 게 KT의 설명이다.
그러나 다수의 정보통신업계 관계자들은 KT의 설명이 석연치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장애가 발생한 오전 11시 20분쯤에 라우팅 작업이 있었다는 것부터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KT새노조는 사고와 관련해 발표한 성명을 통해 "라우팅 오류이면 사람의 실수, 즉 휴먼 에러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내부 직원들의 의견"이라고 밝혔다.
이어 "단순 라우팅 오류로 전국 인터넷망이 마비될 정도라면 보다 안정적 운영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라우팅 작업처럼 네트워크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업은 이용자와 트래픽이 적은 새벽 시간대에 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면서 "오전 11시면 이용자가 가장 많은 시간인데, 그 때 왜 그런 일이 있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라우팅 뿐만 아니라 테스트나 업그레이드, 장비 점검과 교체 등도 상대적으로 한가한 시간에 작업을 하는 것이 상식처럼 돼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관리자의 조작 오류나 실수 등 ‘휴먼 에러’가 1차적 원인이고, 라우팅 오류는 그에 따른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새벽 시간에 라우팅 작업이 있었고, 이 때 발생한 오류를 적발하지 못해 네트워크에 부하가 쌓이면서 대규모 장애로 이어진 것일 수 있다는 주장도 일각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KT가 사고 발생 1시간 만에 대규모 디도스 공격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한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의 ‘먹통’에 따른 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일단 ‘대규모 디도스 공격’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 책임을 외부로 떠넘기는 ‘면피성 발표’를 했다는 지적이다.
KT가 조속히 정확한 사고 경위를 설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인이 디도스나 해킹처럼 외부 요인이면 경위 파악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내부 오류라는 게 분명해진 상황이라면 경위 파악에 24시간이 넘게 걸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보상에 대한 우려 때문에 머뭇거리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