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도 불신하는 기재부 통계...세수초과 19조 일파만파
여당도 불신하는 기재부 통계...세수초과 19조 일파만파
  • 한지훈 기자
  • 승인 2021.11.1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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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청에 전망치 보고하고도 '10조원대'로 얼버무리다 들통
최장수 홍남기 부총리 리더십에도 상처

[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 여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곳간지기' 기획재정부가 초과세수 엉터리 통계로 빈축을 사고 있다.

예산당국으로서 세수예측이 크게 엇나간 것은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이번에는 여당과 청와대에 올해 초과세수 전망치가 19조원이라는 사실을 보고하고도, 언론에 '10조원대'라고 얼버무리다 들통나 신뢰를 송두리째 의심받고 있다.

역대 최장수 자리를 지키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의 리더십에도 큰 상처를 남기게 됐다. 
 
◇예정에 없던 자료 내고 19조 초과세수 인정

기획재정부는 16일 오후에 예정에 없던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당시보다 약 19조원 규모의 초과세수가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망치는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에, 지난 15일에 여당에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기재부는 당초 초과세수 규모에 대해 '10조원대'라는 막연한 수치만 내놨었다. 이날 갑작스레 제시된 전망치 19조원이라는 수치에 정관가에 파문이 일었다.

예산 편성당시 예측한 세수와 실제세수간 격차를 의미하는 초과세수 규모는 올해 이미 여러 차례 문제가 된 바 있다. 기재부는 올해 7월 2차 추경을 편성하며 올해 국세 수입을 본예산(282조7000억원) 대비 31조6000억원 늘어난 314조3000억원으로 올려 잡았다.

이는 지난해 9월 예측한 올해 세입전망과 올해 7월에 바라본 올해 세입전망 간에 31조6000억원의 격차가 있다는 것이다. 오차율로 보면 11%에 달한다. 

이 때문에 홍남기 부총리가 여러 차례 국회에서 사과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입경정 이후에도 경기회복과 자산시장 호조에 따른 세수호황이 이어지며 올해 세수는 2차 추경당시 예상치보다도 더 늘어나게 됐다.

◇오전만 해도 '10조원대' 발뺌…여당 때문에 들통

초과세수 규모에 대한 기재부의 입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바뀌었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올해 초과세수가 당초 예상한 31조5000억원보다는 조금 더 들어올 여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달 8일과 10일 진행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는 "(2차 추경대비 초과세수가) 10조원을 조금 넘을 것 같다" "10조원대 초과세수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초 단계엔 한자릿수 초과세수를, 두번째 단계에선 10조원을 약간 넘는 수준을, 마지막 단계에선 10조원대 후반대까지 초과 가능성을 열어논 것이다.

이런 미묘한 말 바꾸기가 들통난 것은 16일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국회 원내대책회의 및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잘못된 추계를 지적했다.

그는 "지난 7월 추경당시 31조5000억원의 추가세수를 국민에게 돌려드렸는데, 그 이후로도 19조원의 추가세수가 더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언한 것이다.

윤 원내대표의 방송출연 직후인 이날 오전 재정동향 브리핑을 할 때만 해도 기재부는 초과세수 규모를 '10조원대'라고 했다.

'여당에서 초과세수 19조원을 언급하는데 정확한 규모가 어떻게 되느냐'는 언론의 질문에 "저희(기재부)는 10조원대로 전망한다"고 답변했다. 기재부는 대통령과 여당에 이미 19조원이라는 초과세수 전망치를 보고했고, 여당 원내대표가 방송에 19조원이라고 밝힌 이후에도 버틴 셈이다.

그러나 파문이 커지자 오후에 부랴부랴 보도참고자료 한장으로 통계오류를 고백한 것이다.

정부 예상치가 반영된 올해 총 국세 수입은 333조3000억원으로, 2차 추경예산과 비교하더라도 또다시 6%의 오차가 발생한다.

◇포스트 코로나 경제예측 실패 탓…모델 바꿔야

기재부도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다. 세수 예측을 제대로 못한 것이지 제대로 안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초과세수가 50조원이 넘는데 이것을 세입예산으로 잡지 못하는 것은 재정당국의 직무유기를 넘어선 심각한 책무유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수초과분에 차이가 큰 데 의도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라디오 진행자 질문에 "의도가 있었다면 국정조사라도 해야 할 사안이 아닌가 싶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세수예측을 정확하게 하지 못한 것은 다시 한번 송구하다"면서도 "일각에서 지적하는 의도적인 세수 과소추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기재부는 경상성장률 등 각종 경제지표 전망치를 반영해 세목별로 국세수입 전망을 추계하고 있다. 경상성장률과 민간소비 증가율, 소비자물가 상승률, 설비투자 증가율, 수출입 증가율 등 자체 예측도 한다.

여기에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증권거래대금과 회사채 금리, 국토연구원의 주택거래량, 노동연구원의 상용근로자 수와 명목임금 상승률,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에너지소비량 등도 고려한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가을에 경제지표가 이처럼 V자 반등을 할지,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활황일지 예상하기 어려웠기에 세수 예측치도 크게 엇나가는 것이다.

학계에선 그렇다손 치더라도 세수 예측오차가 너무 심하다는 지적이 많다. 세수 추계모형을 개선하고 외부전문가의 점검도 거치는 등 프로세스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17일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를 방문한 홍남기 부총리가 생활물가를 살피고 있다.
17일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를 방문한 홍남기 부총리가 생활물가를 살피고 있다.

◇홍남기 "세수 추계오차 송구"…실제 가용세수는 12조∼13조

홍남기 부총리는 2차 추가경정예산 대비 19조원의 초과세수가 발생한 데 대해 "당측에서 정부의 고의성을 언급한 것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17일 말했다.

홍 부총리는 물가 관련현장 방문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세수 오차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송구하단 말씀을 드린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비교적 권위있는 전망기관인 국회예산정책처의 올해 세입전망과 2차 추경당시 수정세입 전망, 내년 세입전망 모두 정부 전망치와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홍 부총리는 "19조원의 초과세수 가운데 약 40%인 7조6000억원 정도는 교부금으로 (지방에) 교부된다"며 "이를 제외하면 12조원 정도, 많아야 13조원 정도가 가용재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초과세수의 상당부분을 소상공인 손실보상 재원부족분과 손실보상 대상이 되지 않는 업종에 대한 추가지원 대책재원 등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내년 세계잉여금으로 넘어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정부로선 내년도 예산안 심의와 관련해 국회와 머리를 맞대고 성의껏 임할 것"이라면서도 "재정당국으로선 재정에 대한 원칙과 기준을 견지하려는 노력이 불가피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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