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SK와 최태원 16억 과징금 제재"...SK, 법적대응 검토
공정위 "SK와 최태원 16억 과징금 제재"...SK, 법적대응 검토
  • 한지훈 기자
  • 승인 2021.12.2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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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트론 지분 인수기회 양보…검찰 고발 빠져 '봐주기' 논란
SK "납득하기 어려운 제재에 유감,필요한 조치 강구"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 도착해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 사건 전원회의가 열리는 심판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 도착해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 사건 전원회의가 열리는 심판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SK실트론 지분을 인수한 것은 지주회사 SK㈜의 사업기회를 가로챈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따라 SK㈜와 최 회장에게 과징금 각 8억원씩 총 16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지난 2018년 조사에 착수한지 3년 만이다.

이는 지배주주가 계열사의 사업기회를 이용한 행위를 제재한 첫 사례로 주목된다. 다만 검찰 고발조치가 빠졌고, 과징금 수준도 낮아 '봐주기 타협'이란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SK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SK는 제재 결과에 대해 "충실하게 소명했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제재 결정이 내려진 데 대해 유감"이라며 "의결서를 받는대로 세부내용을 면밀히 검토한후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방침"이라고 밝혀 법적 대응 가능성을 밝혔다.

◇실트론 29.4% 지분 인수기회는 SK의 '사업기회'

공정위는 최 회장에게 사업기회를 제공한 SK와 이를 받은 최 회장에게 향후 위반행위 금지명령과 과징금 8억원을 각각 부과한다고 22일 밝혔다.

최 회장이 비서실에 검토를 지시하며 실트론 잔여지분 인수의사를 표시하자, SK는 자신의 사업기회를 합리적 검토없이 양보했다. 결국 최 회장에게 부당한 이익이 돌아갔다는 게 실트론 사건에 대한 공정위의 결론이다.

공정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SK는 반도체 소재산업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2017년 1월 ㈜LG가 갖고 있던 실트론(반도체 웨이퍼 생산업체)의 주식 51%를 인수했다.

이후 SK는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고 유력한 2대 주주가 출현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실트론 지분 추가인수를 고민했다. 그해 4월 잔여지분 49% 가운데 KTB PE가 가진 19.6%를 추가로 매입했다.

그러나 우리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나머지 29.4%는 SK가 아닌 최 회장이 매각입찰에 참여해 단독 적격투자자로 선정된후, 그해 8월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으로 사들였다.

공정위는 최 회장이 가져간 '실트론 지분 29.4%를 취득할 수 있는 기회'는 SK에 상당한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기회'였다고 판단했다.

실제 SK는 2016년 12월 경영권 인수 검토당시 실트론 기업가치가 1조1000억원에서 2020년 3조3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로의 판매량 증대와 중국 사업확장 등으로 실트론의 가치증대(Value-Up)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

내부적으로도 잔여주식 취득을 '추후 결정'하기로 검토했다.

◇SK, 최 회장 인수의사 밝히자 합리적 검토없이 입찰 참여포기

그러나 SK는 실트론 지분추가 취득을 포기하고 이 사업기회를 최 회장에게 양보했다. 이 과정에서 SK 임직원은 최 회장의 지분인수를 돕거나, 실트론 실사요청 등을 거절하는 방법으로 '경쟁자'들의 입찰 참여를 어렵게 했다.

최 회장에게 잔여지분 취득과 관련한 자금조달 방법이나 입찰가격 등에 대해 보고하기도 했다. 회사의 사업기회를 대표이사이자 지배주주가 가져가게 되는 '이익충돌' 상황이었으나, SK는 이사회 승인 등 상법상 의사결정 절차도 준수하지 않았다.

최 회장이 실트론 잔여지분 입찰 참여후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에 2차례 보고하긴 했다. 이 절차는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형태여서 이사회 승인과는 다르다고 공정위는 지적했다.

SK의 사업기회 포기는 최 회장 지배력 아래에 있는 장동현 SK 대표이사의 결정만으로 이뤄졌고, SK는 이 과정에서 사업기회 취득에 따른 추가이익 등도 검토하지 않았다.

상·증세법에 따를 경우 최 회장이 취득한 실트론 주식가치는 2017년 대비 2020년 말 기준으로 약 1967억원이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SK가 밀어준 사업기회로 최 회장은 2000억원에 가까운 부당이익을 챙길 수 있게 된 셈이다.

◇조사착수 3년만에 제재…검찰 고발 빠져 '봐주기' 논란

이 사건은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가 2017년 11월 이 사안이 총수일가 사익편취에 해당한다며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공정위는 이듬해 조사에 착수해 3년만에 위법성이 인정된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가 '지배주주의 사업기회 이용'에 제재를 가한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재벌기업에 대해 주로 제재했던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와 달리 이번 사건은 계열사가 총수에게 직접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행위를 제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공정위는 강조했다.

다만 검찰 고발조치가 빠지고 과징금도 적은 수준이라 '봐주기'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육성권 기업집단국장은 미고발 사유에 대해 "위반행위가 절차위반에 기인한 점, 위반행위 정도가 중대·명백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최태원이 SK에 사업기회를 제공하도록 지시했다는 사실을 직접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없는 점, 법원과 공정위 선례가 없어 명확한 법 위반인식을 하고 행해진 행위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과징금의 경우 사업기회를 받은 객체의 관련 매출액 등의 산정이 어려워 '정액 과징금'으로 결정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거래법은 매출액이 없는 경우 20억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한다.

◇12시간 자리 지킨 최태원…"돈 벌 기회,딴 게 없나" "어이없다"

SK그룹에서는 지난 15일 전원회의 심판정에 최 회장이 출석해 자신과 회사의 행위 및 판단배경을 조목조목 소명했지만 이같은 결론이 나오자 매우 억울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기업 총수로는 이례적으로 심판정에 선 최 회장은 SK실트론 주식을 매입할 당시 본인의 판단과 정황 등을 비교적 꾸밈없이 털어놓았다. SK측 변호인들 뒤편에 앉은 최 회장은 심의가 진행된 오전 10시쯤부터 오후 9시40분까지 12시간 가까이 자리를 지켰다. 

공정위 심사관과 변호인들이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이자 발언자를 유심히 쳐다보거나 발언내용을 메모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공정위 심사관이 '최태원은 본인이 이사인데도 이사회 의결을 받지 않고 직접 회사 기회를 무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답답한 듯 발언기회를 얻어 직접 소명에 나섰다.

"제가 겪었던 일을 그냥 쭉 얘기를 드리겠다"며 말문을 연 그는 달아오른 얼굴로 연신 손을 휘저어가며 5분간 입장을 밝혔다.

최 회장은 SK가 실트론 지분 29.4% 인수에 참여하지 않기로 확정했고, 그 때문에 조대식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자신에게 지분인수를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너무 당연한 게 회사가 살 수 있었으면 그냥 회사가 사면 되지 않느냐"며 "왜 조대식이 저한테 와서 갑자기 이걸 제가 사는 게 좋겠다고 얘기를 (했겠느냐). 저 돈 벌어주려고 얘기를 했다(는거냐). 솔직히 돈 벌 수 있는 기회가 이거 말고 딴 게 없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사회 절차도 진행하려 했지만 '할 필요가 없다'는 법률 조언 등에 따라 강행하지 못했다며 "(공정위가) 그 얘기를 뒤집어서 얘기하니까 제가 너무 조금 어이가 없다"며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최 회장은 심의가 끝나기 직전 최후진술 때도 적극적으로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실트론 지분을 인수했을 때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힘든 수형의 경험을 겪고 난 뒤 얼마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소위 국정농단 사건에 관여됐는지에 대해서 오랜 시간 특검하고 검찰에도 수사를 받고 있던 상황이었다"며 "저 스스로 아주 조심하던 때"라고 전했다.

이어 "실트론 지분인수가 그룹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 나름 개인적인 리스크가 있지만 감안하고 추진했는데, 오히려 회사 이익을 가로채려는 행위로 평가되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당혹스럽고 좀 억울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최 회장은 "제가 SK주식회사에 갖고 있는 주식이나 재산은 실트론에 갖고 있는 주식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큰 액수"라며 "돈을 벌기 위해서 SK주식회사에 해를 끼친다는 일은 저 개인으로도 할 수 없는 얘기"라고 힘주어 말했다.

최 회장은 취재진이 퇴장한후 심의가 비공개로 진행될 때도 실트론 지분을 인수할 수밖에 없었던 내밀한 사정에 대해 소상히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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