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 ‘포퓰리즘’과 ‘공약(空約)’ 남발...국민의 표로 심판해야
대선판 ‘포퓰리즘’과 ‘공약(空約)’ 남발...국민의 표로 심판해야
  • 조석남
  • 승인 2022.01.1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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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틀에서 어떻게 국가적 역량을 복원, 국민의 삶을 개선할 것인지 명확한 비전을 밝혀야

[조석남의 에듀컬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탈모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겠다”고 14일 공약했다. 이 후보는 그동안 탈모치료와 관련한 영상까지 찍었지만 공식적인 공약으로 내세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이른바 '모(毛)퓰리즘' 논란이 한층 더 가열되고 있다.

이 후보는 "박근혜 정부에서 미용으로 취급되던 치아 스케일링, 고가의 임플란트에 건강보험을 적용한 사례도 있다"며 "이때와 달리 탈모인들의 고통과 불편을 외면한 채 '포퓰리즘'으로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정치적 내로남불에 가깝다"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야권과 많은 시민단체들은 “이 후보 탈모 공약은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악화하고, ‘희귀·난치 질환 우선 지원 원칙’을 깬 포퓰리즘 공약”이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잠재적 탈모 인구가 1천만 명이라고 한다. 이들로써야 당연히 반색할 만한 공약이다. 하지만 탈모 치료에 재정을 투입하면 의료보험 도움이 더 절실한 이에게 돌아갈 몫이 줄어들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대선판이 달아오르면서 후보마다 돈 많이 드는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선심성 공약’은 대선 때마다 나오지만 올해 대선은 유독 정도가 심하다. 국가 재정을 뿌리째 흔들 수 있는 매머드급 공약들인데 ‘일단 던져놓고 보자’는 식이다. 주요 선진국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평균 비율이 110%인데 우리나라는 44%이니 괜찮단다. 위험천만한 사고다. 1997년 우리나라의 부채 비율은 12%인데도 외환위기를 맞았다.

새 정부는 추락하는 경제의 기초체력을 되돌려 놓아야 한다. 대선 후보들은 민생 위주로 선거공약을 제시할 수밖에 없더라도, 큰 틀에서 어떻게 국가적 역량을 복원해서 국민의 삶을 개선할 것인지 명확한 비전을 밝혀야 한다.

“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턴 프리드먼이 남긴 명언이다. 극히 자명한 그의 이 말 한마디는 경제학적 사고의 기초가 됐다. 누구도 남에게 돈을 거저 주지 않는다. 모든 경제적 혜택에는 필연적으로 대가가 따른다. 개인의 소비, 기업의 생산과 투자, 정부의 재정지출 등 가치를 낳는 어떤 선택과 행동이든 비용이 들기 마련이다.

정부 보조금 또한 ‘공짜 점심’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정부가 국민들에게 나눠주는 재난지원금은 화수분에서 나오는 돈이 아니다. 미래 세대에 빚을 떠넘기면서 지금 세대에 현금을 나눠 주는 것이다. 포퓰리즘식 재정지출에 나라 곳간이 거덜 난다.

정치권이 무차별 매표 경쟁의 늪에 빠지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 전가된다. 국가 부도 사태를 빚은 그리스의 예를 궂이 들지 않더라도 망국의 길을 피하려면 포퓰리즘의 망령에서 벗어나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당장의 쾌락을 위해 미래의 고통을 가볍게 여긴다. 하지만 미래는 반드시 오게 돼있다. 오죽하면 ‘외상이라면 소도 잡아 먹는다’는 속담이 생겨났을까. 포퓰리즘도 같은 맥락에 서있다.

포퓰리즘(populism)을 우리는 보통 ‘인기영합주의’, ‘대중추수주의’로 번역한다. 비현실적인 ‘선심성 정책’을 내세워 일반 대중을 호도한다는 부정적 의미다.

‘포퓰리즘’이란 단어의 근원을 찾아보면 원래 문학에서 비롯됐다. 1929년 <작품:뢰브르(L’Oeuvre)>란 문학잡지에 발표된 레옹 르모니에의 글 ‘문학선언:포퓰리스트 소설’에 처음 등장했다. 당연히 문학의 한 경향을 지칭하는 것이었지만 차츰 정치 현상을 논하는 어휘로 전용되며 주로 비판적인 의미로 사용돼 왔다.

정치에 대한 광범위한 혐오증, 충분히 납득이 가는 현실이다.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한국 만의 사정도 아니다. 포퓰리즘도 정치와 선거가 존재하는 한 끊이질 않았다. 정치혐오증은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할 때 확산되고, 포퓰리즘은 기존 정당이 궤도를 이탈했을 때 고개를 든다.

정치와 정치인을 아무리 비판하고 혐오해도 공허함이 남기 마련이다. 정권 말기마다 반복되는 현상인데다, 대통령과 정치인을 뽑은 장본인은 국민이니까. 포퓰리즘을 비난하면서도 자기 이익이 걸린 선심공세에는 약해지는 이중성도 문제다. ‘제 닭이라도 모른 채 잡아 먹고 싶은’ 장님의 심사가 현재의 우리의 모습일지 모른다.

공짜 포퓰리즘은 양잿물과 마찬가지다.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양잿물을 마시도록 선동해서는 안 된다. 유권자들도 눈앞의 이익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를 보는 안목을 키워야 포퓰리즘이 발을 붙이지 못한다.

달콤한 사탕발림은 선거로 끝나지만 그 후유증은 두고두고 이어진다. 이제 국민은 누가 ‘선심성 정책’과 공약(空約)을 남발하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심판해야 한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조석남 (mansc@naver.com)

- 극동대 교수

- 전 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 학장

- 전 서울미디어그룹 상무이사·편집국장

- 전 스포츠조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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