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운임담합 23개 해운사에 과징금 962억...업계 반발
공정위,운임담합 23개 해운사에 과징금 962억...업계 반발
  • 윤석현 기자
  • 승인 2022.01.1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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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도 과징금…절차 어긴 불법 공동행위로 결론
공정위원장 "법 허용범위 넘어서면 엄정하게 공정거래법 집행"
HMM 드림호

[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 기자] 고려해운 등 23개 국내외 해운사가 15년간 한국∼동남아 항로의 해상운임을 담합해 온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962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위는 해운사들의 행위가 해운법상 신고와 협의요건을 준수하지 않은 불법적인 공동행위라고 결론내렸다.

이는 정기선사들의 운임 담합에 대해 최초로 제재한 사례이다.

◇시차 두며 담합사실 은폐 시도…신고한 화주 '보복'도 거론

공정위는 23개 컨테이너 정기선사(12개 국적선사,11개 외국적 선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962억원을 부과한다고 18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03년 12월∼2018년 12월간 총 541차례 회합 등을 통해 한국∼동남아 수출·수입 항로에서 총 120차례 운임을 합의했다는 게 공정위의 조사 결론이다. 이들의 담합을 도운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동정협)에는 시정명령과 과징금 1억6500만원 부과를 결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고려해운, 장금상선 등 주요 국적선사 사장들은 지난 2003년 10월에 한∼동남아, 한∼중, 한∼일 3개 항로에서 동시에 운임을 인상하기로 교감하면서 담합이 시작됐다.

이후 동정협 소속 기타 국적선사, IADA(아시아 항로 운항 국내외 선사들간 해운동맹) 소속 외국적 선사도 가담했다.

이들은 최저 기본운임, 부대운임의 도입과 인상, 대형화주에 대한 투찰가격 등을 합의하고 실행했다. 이들은 합의효과를 높이기 위해 서로의 화물은 빼앗지 않기로 하고, 자신들이 정한 운임을 준수하지 않는 화주에 대해서는 선적을 거부했다.

이들은 세부항로별로 주간 선사·차석 선사를 정하거나 중립위원회를 설치해 합의 위반을 감시했다. 합의를 위반한 선사들에게는 총 6억3000만원의 벌금을 물렸다.

또 대외적으로는 '개별선사의 자체판단으로 운임을 결정했다'고 알리며 담합 사실을 숨겼다. 의심을 피하려고 운임 인상금액은 1000원, 시행일은 2∼3일씩 차이를 뒀다.

공정위가 확보한 2017년 3월16일 당시 선사 영업팀장 단체채팅방에서 동정협 관계자는 화주측 신고가 들어왔다는 해수부 연락을 받았다며, '운임회복은 철저히 개별선사 차원의 생존을 위해 시행한 것으로 대응해 달라'고 요구했고, 일부 선사들은 화주에 대한 '보복'을 거론하기도 했다.

◇120차례 합의, 해수부에 미신고…화주와 협의도 생략

해운법은 공동행위를 인정하고 있지만, 공정위는 23개 선사의 행위가 절차상 요건을 갖추지 않아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제재하기로 했다.

해운법에 따른 공동행위로 인정되려면 선사들이 공동행위를 한후 30일 이내에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신고하고, 신고전에 합의된 운송조건에 대해 화주단체와 서로 정보를 충분히 교환·협의하는 절차적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일부 선사들은 18차례 운임회복(RR) 신고를 해수부에 했고, 이 안에 공정위가 문제 삼는 120차례의 운임합의 내용이 포함되는 만큼 별도신고를 할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두 개의 신고는 전혀 별개의 것이고, 18차례 신고에 120차례 합의가 포함된다고도 볼 수 없는 만큼, 선사들이 해수부에 제대로 신고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선사들은 120차례 운임 합의에 대해서 신고전 화주단체와 충분히 정보를 교환·협의하지도 않았다. 선사들은 18차례 운임회복(RR) 신고전에 그 내용을 일회성으로 화주단체측에 통보했는데, 통보내용은 실제 선사간 합의내용과 달랐다.

화주단체측에 전달한 문건에는 운임 인상의 구체적인 근거도 적혀있지 않았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해상운임 담합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해상운임 담합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수입항로 빠져 과징금 대폭 축소…해운법 개정 추진키로

애초 공정위 심사관은 최대 8000억원의 과징금 부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공정위 전원회의는 10분의 1수준인 총 962억원만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해수부 국장이 직접 참고인으로 심판정에 출석해 충분히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줬고, 관계부처 의견을 주의 깊게 청취할 수 있었다"며 "조치 수준을 결정하면서 산업 특수성 등을 충분히 감안했다"고 밝혔다.

전원회의는 담합으로 인한 영향이 제한적인 점 등을 고려해 수입항로는 과징금 부과대상에서 제외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이 불법적으로 이뤄진 선사들의 운임담합 관행을 타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 위원장은 "해운협회의 반발, 국회에서 해운법 개정 추진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이 있었다"며 "허용범위를 넘어서는 공동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해서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하겠다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알린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법적인 운임 담합으로 우리나라의 24만개 정도의 화주기업들과 소비자 피해가 예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이 적용되는 선사들의 공동행위를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해운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해수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중 항로, 한∼일 항로에서의 운임담합 건에 대해서는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상정하고 심의할 계획이다.

◇해운업계  "소송 제기할 것"

이와 관련, 해양수산부는 "공동행위가 해운법상 불법행위가 아니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과징금 부과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공정위 조사과정 내내 해운사들이 함께 운임을 결정하는 것은 해운법상 공동행위에 허용되고, 선주들이 화주들과 최초 합의한 것보다 오히려 더 낮은 운임을 받았다는 점을 들어 불법 담합이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선사들을 대표하는 한국해운협회도 '해운 공동행위에 대한 잘못된 심결에 대하여'라는 성명에서 "해양산업계는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과 함께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해운협회는 "해운기업들은 해수부의 지도·감독과 해운법에 근거해 40여년간 모든 절차를 준수하며 공동행위를 해왔고, 이 사실이 명명백백 드러났다"며 "그런데도 공정위는 절차상 흠결을 빌미로 애꿎은 해운기업들을 부당공동행위자로 낙인찍었다"고 비판했다.

앞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해운업계의 건의를 받아들여 해운법에 따른 공동행위에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해운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해운·항만·물류 관련 54개 단체가 가입된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도 "공정위는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않고 현실과는 왜곡된 내용을 일관되게 주장하며 해운업계를 부당하게 행위를 한 불법 집단으로 매도했다"고 반발했다.

특히 연합회는 일본의 3대 컨테이너선사인 NYK, K-LINE, MOL과 독일의 하팍로이드, 프랑스의 CMA-CGM을 포함한 유럽지역 20개 선사가 조사에서 누락된 점을 언급하며 "심사보고서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지적에도 공정위가 이를 무시했다"며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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