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선 후보가 촉발시킨 ‘손편지’의 힘, ‘손편지’의 매력
윤석열 대선 후보가 촉발시킨 ‘손편지’의 힘, ‘손편지’의 매력
  • 조석남
  • 승인 2022.01.3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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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남의 에듀컬처]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 때아닌 ‘손편지’ 논쟁이 한창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손편지’를 받았다는 인증샷이 이어지는 가운데, 친여 인사를 중심으론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친여 인사로 분류되는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손편지가 아닌 손글씨 편지”라고 지적했다.

황씨는 1월 29일 자신의 SNS에 “윤석열이 손편지를 썼다는 보도를 본다. 무려 230만장이다”라며 ”윤석열이 쓴 것을 인쇄한 편지겠다. ‘손편지’가 아니라 ‘손글씨 편지’라고 해야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손편지는 ‘손으로 직접 쓴 편지’다. 전자우편에 대응해 만들어진 말이다”라고 강조했다. 언론을 향해서도 “국어문제다”라며 “아무 생각도 없이 그대로 옮기면 안된다”고 날을 새우기도 했다.

반면 윤 후보의 편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유권자들도 많다. 세대주 유권자의 이름이 쓰여있고, 긴 분량을 할애해 진솔하게 자신의 공약을 내세운 만큼 신선하다는 지적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윤 후보의 편지를 받았다는 인증샷이 이어지고 있다. 윤 후보 손편지에는 편지를 쓰고 있는 윤 후보의 모습도 일러스트 형태로 담겨 있다.

필자도 얼마 전 손으로 쓴 편지를 한 통 받았다. 인쇄된 편지마저 드물어진 요즘 손으로 직접 쓴 편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이유로 어쩌다 ‘손편지'를 받으면 반가운 마음이 들며 가슴이 설레기까지 한다.

이메일과 휴대폰 문자에 익숙한 요즘 사람들에게 편지는 어쩌면 박물관 속 골동품처럼 케케묵은 과거의 도구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메일과 휴대폰 문자는 유용하기는 하지만 사람의 감정을 전달하기에는 편지보다 못하다. 특히 워드프로세서로 친 깔끔한 인쇄체의 편지보다는 온 정성을 다해 손으로 직접 쓴 편지는 쓰는 사람의 숨결까지 느낄 수 있어 받는 사람이 더 많은 감동을 받을 것이다.

어니언스가 부른 가요 ‘편지'는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잔잔한 감동을 준다. 풋풋한 옛사랑이 가슴 저리는 추억으로 다가온다. ‘말없이 건네주고 달아난 차가운 손/ 가슴속 울려주는 눈물 젖은 편지….' 이처럼 편지는 진한 감동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나오는 ‘베르테르의 편지'는 못다 이룬 사랑에 가슴앓이하는 그 시대 젊은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미국 줄리아드 음대에 입학한 최초의 동양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는 음악을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어머니가 써주신 10장의 ‘손편지'를 끼고 다니며 힘든 시간들을 이겨냈다고 한다. 필자도 대학시절 고향으로부터 꼬박꼬박 날아온 ‘어머니의 편지'를 지금껏 ‘가보'처럼 보관하고 있다. 누군가가 그리우면 가장 먼저 찾는 것이 남겨진 편지이다. ‘손편지'는 척박하고 메마른 세상에 그늘 같은 쉼터가 된다. 고달픈 출근 길, 우연히 발견된 "아빠, 힘내세요"라는 딸아이의 편지보다 더 신나고 힘나는 격려는 없을 것이다.

편지는 역시 ‘손편지'다. 차가운 키보드를 두드려 쉽게 지우고 쓴 이메일과 달리 펜을 들고 하얀 종이에 꾹꾹 눌러쓴 편지를 보면 누구나 진심을 느낄 수 있다. 미사여구를 나열하거나, 유명한 글귀를 인용하면 멋스러움은 있을지 몰라도 감동을 자아내지는 못한다. 그래서 편지는 ‘꾸미는 데서 시들고, 진실한 데서 피어난다'고 한다.

꽃은 눈을 즐겁게 하지만, 편지는 가슴을 설레게 한다. ‘마음의 꽃' 편지는 닫혔던 세상을 녹이는 희망이 된다. 짤막해도 친필로 전하는 메시지는 큰 격려가 된다. 고된 직장생활에 지친 아빠에게, 온 몸에 성한 데가 없으면서도 자식만을 걱정하시는 엄마에게, 오랫동안 못 뵌 스승님께, 마음을 열지 못했던 친구·선후배에게, 사랑하는 마음만은 꼭 전하고 싶은 연인에게, 한 통의 ‘손편지'를 보내보자.

이번 ‘손편지 논란’을 계기로 ‘손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면 좋겠다. ‘손편지’면 어떻고, ‘손글씨 편지’면 어떤가. 못 쓰는 글씨이면 어떻고, 맞춤법·철자가 좀 틀리고 문장이 더러 꼬이면 어떤가. 정성이 가득 담긴 ‘손편지'라면 받는 사람에게 감동을 안겨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은 그만큼 더 풍요롭고, 아름다워질 수 있을 것이다.

편지는 말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과거와는 다르게 말이 조금씩 가벼워지면서 글의 강점이 더욱 부각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글로 쓴 편지만이 줄 수 있는 감정이입에 사람들은 감동을 받게 된다. 상대방을 생각하며 말보다는 다른 깊음으로 한번 더 생각해서 작성했을 편지에서 더욱 많은 감동을 받는 건 당연할 것이다.

펜촉에 잉크를 콕콕 찍어 쓰는 낭만은 이제 아스라한 추억이 됐지만, 볼펜이면 어떻고, 연필이면 어떤가. 내 마음을 다 풀어내 바닥이 훤히 보일 때까지 ‘손편지'를 써보고 싶은 세밑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조석남 (mansc@naver.com)

- 극동대 교수

- 전 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 학장

- 전 서울미디어그룹 상무이사·편집국장

- 전 스포츠조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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