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의 걸림돌은 정부...퇴직관료의 위탁기관 취업 금지해야
개혁의 걸림돌은 정부...퇴직관료의 위탁기관 취업 금지해야
  • 권의종
  • 승인 2022.02.0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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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도우려는 인증이 되레 부담...중복인증 폐지, 수수료 인하, 유효기간 연장, 절차 간소화 등 인증제도 대수술 시급

흔해 빠진 인증서 놓고 받을까 말까 고민 빠진 기업들...공정한 업무처리-법 적용 위해 정부가 사사로운 정 포기해야

[권의종 칼럼] 사장,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기업 하기가 힘든 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나 사장들이 느끼는 위기감이나 상실감은 갈수록 크고 깊어진다. 겨우 잠자리에 든다 해도 숙면은 어렵다. 새벽녘에 혼자 깨어 온갖 상념에 잠긴다. 글로벌 경영환경이나 무한경쟁의 핵폭풍은 말할 것도 없고, 비대면이니 디지털이니 하는 정보통신기술 광풍이 몰고 온 비즈니스 패러다임의 대변혁 앞에 점점 위축된다. 한숨과 푸념을 달고 산다.

중소기업을 해오면서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 적응하려고 노심초사, 좌불안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최근 들어 그 변화는 정도와 성격이 예전의 그것과도 판이하다. 상상조차 못 해 봤을 크고 빠른 변화 앞에서 갈피조차 잡기 어렵다. 기업을 어떻게 꾸려가고, 의사결정은 어떻게 내려야 할지 막막하고 초조하기 그지없다는 탄식이 곳곳에서 들린다. 솔직히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막막하다. 

코로나 팬데믹과 경기 불황에도 언론 지상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일부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사상 최대 흑자실현 소식은 듣자니 속만 쓰리다. 스톡옵션, 보너스, 성과급, 고배당 등 그들만의 ‘돈 잔치’는 작은 기업을 꾸려가는 사장들에게 절망과 좌절을 안겨 주기에 충분하다. 기업이 어려워 겪어야 하는 절대적 빈곤감은 운명이라 감내한다 치더라도, 대기업이나 거래 은행의 풍요로움과 대비되는 상대적 허탈감은 견디기 힘들다. 이중의 박탈감에 두 번 울게 된다. 

그래도 힘들 때 편들어주고 도움 주는 곳이 있다. 정부다. 생면부지의 기업에 적지 않은 돈을 그것도 낮은 금리로 꿔준다. 담보 없는 기업엔 신용보증을 해준다. 기술개발자금은 갚지 않아도 된다. 기술, 경영, 교육도 지원한다. 세금감면 등 행정 지원은 파격적이다. 중소기업 관련 예산은 정부와 국회, 정치권에서 싫은 소리 한마디 하지 않는다. 되레 더 못 주어 안달이다. 피를 나눈 부모 형제도 그러기 힘들다. 감사할 따름이다. 

기업 도우려는 인증이 되레 부담...종류 많고, 수수료 비싸고, 인증기관 먹여 살리는 도구화

정부가 모든 기업을 다 지원하기 어렵다. 재원 등이 한정되다 보니 대상을 제한하는 수 밖에 없다.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절차가 요구된다. 이때 활용되는 수단 가운데 하나가 인증이다. 인증은 기업이나 제품 등 평가대상이 일정한 기준 또는 요건에 부합하는지를 평가하는 절차와 제도를 말한다.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정부 각 부처에서 시행한다. 

기업을 도우려는 인증이 되레 부담을 주기도 한다. 인증 종류가 많다. ISO, 벤처기업, 이노비즈, 경영혁신, 여성기업, 사회적기업, 우수 선화주(船貨主), 원산지, 가족 친화 우수기업, 녹색건축물, 직무발병 우수기업 인증 등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세제, 금융, 입지, 인력, 인수·합병(M&A) 등의 혜택을 받거나 국책사업 활용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증을 안 받으면 행여 지원받는 데 불이익을 당할까 봐 마지못해 신청하는 기업도 있다.

인증 수수료가 비싸다. 기업에서는 필요로 하는 인증이 한둘이 아니고, 한번 받은 인증도 일정 기간마다 재인증을 받아야 해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다. 절차도 간단치 않다. 인증이 기업에 도움보다 짐이 된다는 불평이 나오는 이유다.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중 절반가량이 인증취득에 따른 비용과 시간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증이 인증기관을 먹여 살리는 방편으로 전락했다는 말까지 회자된다. 실제로 상당수 인증기관이 운영비용을 인증 수수료에 의존하는 형국이다. 신청만 하면 대부분 인증서가 발급되는 허술한 운영도 문제다. 그런데도 정부는 관리 감독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듯 하다. 퇴직 관료가 인증기관에 취업하고, 인증기관이 정부로부터 직간접 혜택을 받는 현실에 비추어 괜한 오해나 사지 않을까 걱정된다. 

정부 지원책 발표될 때마다 인증 생기고 한없이 늘어나...인증기관의 조직-직원 계속 늘려야  

인증사업이 돈이 되다 보니 위탁기관 선정을 놓고 쟁탈전마저 벌어진다. 최근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중소기업 대표 등 100여 명이 ‘정부의 직접생산확인 위탁 환수조치에 대한 반대 궐기 대회’를 열었다. 직접생산확인은 관수(官需) 시장에서 중소기업 만이 납품할 수 있는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에 대해 생산시설을 제대로 갖췄는지 인증하는 제도다. 2007년부터 중기중앙회가 맡아왔고, 현장 조사는 200여 개 업종별 중소기업협동조합이 담당해왔다.

그런데 중소벤처기업부가 중기중앙회의 권한을 환수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산하 중소기업유통센터에 이 권한을 넘기기로 한 것이다. 오는 4월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인증 권한이 이전되면 40억원 가량의 수수료 수입이 없어지고, 인증 업무를 담당했던 협동조합 인력 100여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항변이다. 그래봤자 국민 눈에는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밥그릇 싸움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근본 대책이 긴요하다. 인증제도를 정비하고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을 손질해야 한다. 중복인증을 없애고 인증 유효기간을 늘려야 한다. 인증 수수료를 인하하고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 인증 신설도 최소화해야 한다. 정부 지원책이 발표될 때마다 인증이 생기다 보면 가짓수가 한없이 늘어나고 만다. 그러면 제도를 관리 감독할 공무원은 물론, 인증기관의 조직과 직원을 계속 늘려가야 한다. 

한번 생긴 인증은 없어지기 힘들다. 인증기관이 살아남기 위해 건수를 늘리게 마련이다. 건수가 늘면 대상이 많아져 혜택이 준다. 흔해 빠진 인증서는 사무실 벽 액자 속의 종잇장에 불과하다. 걸림돌은 정부다. 공정한 업무처리와 법 적용을 위해 정부가 사사로운 정을 포기해야 한다. 퇴직 관료의 위탁기관 취업을 막아야 한다. 중국 촉한의 제갈량이 아끼던 마속이 군령을 어겨 가정(街亭) 싸움에서 패했을 때 울며 참형에 처했던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각오로.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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