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에 ‘뿔난’ 경제학자들..."마구잡이로 돈 푼다면 포퓰리즘 전형"
대선판에 ‘뿔난’ 경제학자들..."마구잡이로 돈 푼다면 포퓰리즘 전형"
  • 권의종
  • 승인 2022.02.1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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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경제학 공동학술대회’는 한국 경제에 대한 질타로 가득한 성토장...“정치권이 선심성 공약 남발” 꼬집어
추경 증액 강압하는 정치권, 펀더멘털 과신하다 위기 겪은 지난 날 되새겨야...위기엔 선제적 대비 만이 최선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스승의 매는 묘약(妙藥)이다. 신통한 효험이 있다. 다 제자 잘되라는 회초리인지라 맞아도 안 아프다. 섭섭함이나 원망은커녕 교훈으로 두고두고 되새김한다. 작금의 교육 현실에서 체벌을 언급하는 자체가 부적절한 언사일 수 있다. 그런 뜻이 아니다. 진리는 시공을 초월하는 법. 기실 돌아보면 스승의 가르침이 필요한 곳은 주변에 널려있다. 나라 경제를 책임지는 정부 당국에도 긴요한 필수 덕목인지 모른다. 

스승들이 뿔났다. 화가 나도 단단히 났다. ‘2022 경제학 공동학술대회’는 한국경제에 대한 성토장 같았다. 이구동성으로 위기 경고에 나섰다. 김인준 서울대 명예교수는 “대선 정국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정치권이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라며 추경 증액을 강압하는 정치권을 질타했다. 재원과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선별지원은 물론 전 국민 재난지원금까지 마구잡이로 돈만 풀겠다는 행태를 포퓰리즘의 전형으로 비판했다.

이게 현실화하면 한국경제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못지않은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함준호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정부와 민간부채에 대한 우려감을 표시했다. 정부의 씀씀이가 확대돼 재정 적자구조가 굳어졌다면서 정부부채를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재정 준칙 도입의 절실함을 피력했다. 

국가채무비율은 2018년 35.9%에서 지난해엔 47.3%로 치솟았고 2022년은 50%를 넘길 것으로 내다봤다. 또 국내총생산(GDP) 대비 254%까지 올라간 한국의 정부·민간부채(매크로 레버리지) 수준은 이미 임계치 수준을 넘어선 상황이어서 선제적 관리가 다급함을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또한 민간부채의 20%가량에 대해 잠재적 부실화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을 이미 내린 바 있다. 

한국경제학회, 우리 경제가 풀어야 할 7대 과제 제시...특히 부동산시장 수급 균형-가격 연착륙 필요성 강조

황순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재정건전성 악화가 금융 혼란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 재정건전성이 나빠지면 글로벌 금융시장이 한국과 은행의 부도 가능성을 크게 보고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을 올림으로써 국채의 최대 투자자인 은행의 자산건전성이 악화해 부도 위기가 발생할 수 있음을 걱정했다. 은행 줄도산으로 금융위기에 이를 수 있다는 경고다. 그러잖아도 저출산·고령화의 여파로 재정건전성과 금융 건전성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한국경제가 어려움에 부닥쳐 있는 것은 다들 체감하는 사실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종전의 이론과 규범이 통하지 않는 뉴노멀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실감케 한다. 실제로 새로운 형태의 위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 매년 10% 가까운 재정지출 증가에도 2022년 경제성장률이 3.0% 달성도 힘겹다. 경기부양 효과가 미미하다. 일자리 증가는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여기에 물가만 오르고 성장은 내리막길로 접어드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정작 유념해야 할 부분은 학자들의 경고에 이어 나온 고언(苦言)이다. 한국경제학회는 한국경제가 풀어야 할 7대 과제를 제시했다. 학회 정회원을 상대로 일일이 조사한 내용이다. 생산성 향상 및 신산업 육성, 저출산 문제, 부동산시장의 수급 균형과 부동산가격의 연착륙, 잠재성장률 제고, 가계부채 문제, 소득 불평등 문제, 국가부채 문제 등이다. 

특히 부동산시장 수급 균형과 부동산가격 연착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만일 일본의 1990년대 부동산가격 폭락과 비슷한 사태가 발생한다면, 한국경제에 치명적이고 장기적인 피해를 안겨 줄 것으로 예측했다. 평균적인 근로자가 월급을 모아 집을 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자산 불평등이 한층 심화했으며, 세대 갈등까지 빚어지고 있다면서 수급을 정상화해 가격이 서서히 내려갈 수 있게 하는 게 무엇보다 긴요함을 역설했다. 

위험 요인 짚어주는 경제학계의 진정성에 감사해야...그것이 바로 공직이 취할 자세이자 위기 극복 지름길

가계부채 해결도 주요 과제로 꼽았다. 2002년 465조 원이던 가계부채는 연평균 7.6%씩 증가해 2020년 1천728조 원으로 급증했다. 앞으로 금리가 올라 이자 부담이 커지면 상환 불능에 빠지는 가계가 늘고 이에 따라 금융기관 부실화가 커질 것을 우려했다. 또 향후 부동산가격이 하락하면 가계대출 담보가치가 줄어 집을 팔아도 빚을 못 갚는 상황이 발생하고, 이 또한 금융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걱정했다. 

국가부채 또한 긴급 현안으로 진단했다. 199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1.4%였던 국가채무비율이 2020년 43.8%로 늘었고, 2022년에는 50%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국제적으로 비교하면 우리 국가부채는 그리 높지 않은 듯하나, 우리의 독특한 회계방식으로 국가부채가 과소평가되는 점을 부연했다. 또 단기성 고용이나 선심성 복지지출에 정부부채가 집중된다면 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 회복이 어려울 거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정부부채 증가는 국가신용도 결정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현세대의 후생을 높이기 위해 후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행위로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정부부채가 장기적으로 경제에 실질적인 피해를 주게 되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이 밖에도 학회는 소득 불평등 문제와 잠재성장률 제고, 저출산, 생산성 향상 및 신산업 육성 등을 한국경제가 풀어야 할 과제 목록에 올렸다. 

좋은 말은 귀에 거슬린다. 듣기 싫다고 흘려듣다 큰일 난다. 스승이 어떤 존재인가. 가르쳐 인도하는 역할자이다. 학문 연구를 통한 사회발전을 소명으로 여기는 학자들이 무슨 억하심정으로 틀린 말을 하겠는가. 간과했던 위험 요인을 일일이 짚어주는 진정성에 되레 감사할 일이다. 그게 공직이 취할 자세이자 위기 극복의 지름길이다. 펀더멘털을 과신하다 겪어야 했던 지난날의 쓰라린 경험을 되새길 때이다. 위기는 선제적 대비 말고는 답이 없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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