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 운용이 어려운 만큼 투자자들 각별히 유의해야”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러시아 증시 폭락으로 러시아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펀드의 손실이 불어나는 가운데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러시아 펀드의 신규 설정과 환매를 잇따라 중단하고 있다.
러시아 주식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증권 매도 주문이 거부되고 있는데다 미국에서는 상장된 러시아 기업 주식의 매매 거래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운용되는 공모펀드 중 러시아 주식 펀드는 ETF(상장지수펀드) 1개를 포함해 총 9개다. 9개 펀드 설정액은 지난달 말 기준 1587억원이다.
러시아 대표 주가지수 RTSI가 지난달 24일 하루에만 38.30% 폭락하는 등 최근 러시아 증시가 휘청거리자 펀드 수익률도 곤두박질쳤다.
러시아 주식 펀드 9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49.12%다. 올 들어서만 펀드 자산이 반 토막 나면서 투자자 피해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게다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 제재가 촉발한 자본 유출을 막고자 외국인 투자자의 러시아 내 자산 회수를 제한하는 극단적 조처를 하기로 했다.
그러다보니 자산운용사들은 잇따라 러시아 펀드 환매 및 신규 매입 중단에 나서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2일 ‘한화러시아증권자투자신탁’의 신규 설정과 환매를 지난달 28일부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날부터 해당 펀드의 환매를 신청한 사람은 환매대금을 받을 수 없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법적으로는 25일부터 환매 불가 처분을 내릴 수 있으나, 고객들이 하루라도 더 환매할 수 있도록 28일 신청 건부터 환매 정지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화러시아증권자투자신탁’은 JP모건의 위탁 운용 펀드로, 모펀드 설정액이 584억원으로 국내 러시아 펀드 중 가장 크다. 전체 자산 중 러시아 주식 비중이 90%이며, 그 중 56%가 러시아 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나머지는 영국에 상장한 GDR이나 미국에 상장한 ADR이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펀드의 판매나 환매를 재개하기 위해서는 판매사와 다시 협의해야 한다”면서 “향후 거래 재개 일정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다.
KB자산운용은 지난달 25일 청구분부터 ‘KB러시아대표성장주증권자투자신탁’의 환매를 중단한 상태다. 이 펀드의 러시아 본토 상장주 비중은 40%에 이른다.
키움자산운용 역시 ‘키움러시아익스플로러’, ‘키움EasternEurope’ 펀드 2종의 설정과 환매를 25일 청구분부터 중단했다. 두 펀드의 러시아 본토 상장주 비중은 각각 37%, 23%다.
신한자산운용도 ‘신한러시아증권자투자신탁’, ‘신한더드림러시아증권자투자신탁’의 신규 설정 및 환매를 25일 청구분부터 중단했다. 두 펀드의 러시아 본토 주식 비중은 각각 48.92%, 49.85%다.
러시아 주식에 투자하는 ETF는 거래 정지 위기에 놓였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KINDEX 러시아MSCI’ ETF는 지난주부터 괴리율이 30%를 넘는 상태다. ETF는 괴리율이 출자자(LP) 관리 의무 비율의 2배인 12%를 넘을 경우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 예고된다.
이 ETF는 지난달 28일 지정 예고 공시가 나온 상태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3영업일 동안 단일가 매매를 지속하다 거래 정지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매우 커지면서 상품의 괴리율이 확대된 상황”이라면서 “정상적인 ETF의 운용이 어려운 만큼, 투자자들의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