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늪에 빠진 한전…3고(高) 위기에도 요금 인상 난망
적자 늪에 빠진 한전…3고(高) 위기에도 요금 인상 난망
  • 윤석현 기자
  • 승인 2022.05.1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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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팔수록 손해만 본 한전…1분기 영업손실 8조원 육박
연합뉴스

[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 기자] 한국전력이 사상 최대 폭의 적자를 기록해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이 증대했으나 정부는 인상 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윤석열 정부는 전기요금에 발전 연료비를 반영하는 '요금 원가주의' 원칙을 공언한 바 있으나 고금리·고유가·고환율의 이른바 '3고(高) 경제위기'에 이를 현실화하는데는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적자난에 따라 한전도 보유 부동산과 해외 석탄 발전소를 매각하는 등 고강도의 자구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적자 폭을 메우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내외 경제 상황이 단기간에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물가 안정과 전기요금 조정, 한전 정상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6일 한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조3525억원 감소해 7조7869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는 한전의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수준 적자이다.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5조8601억원)보다도 2조원이나 많은 액수다. 올해 단 1분기 만에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를 뛰어넘은 것이다.

한전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15조912억원)보다 9.1% 늘어난 16조4641억원을 기록했지만, 연료비와 전력구입비 등으로 영업비용은 전년 동기(14조5256억원)보다 67% 치솟아 24조2510억원을 기록하면서 매출 증가가 무색해졌다. 전력 수요 증가로 매출이 늘었어도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 등 연료 가격이 전기요금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원가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t(톤)당 LNG 가격은 132만7500원으로 전년 동기(54만7600원)와 비교해 142% 상승했으며 유연탄 가격도 t당 260.6달러로 전년 동기(89.4달러)에 비해 191% 올랐다.

또 한전은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제도(RPS) 의무이행 비율 상향(9→12.5%)도 적자에 영향을 줬다고 지적했다. RPS를 맞추기 위해선 생산원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태양열·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민간이나 외부에서 구매해야 한다.

전력 업계에 따르면 연료비 변동분이 반영되지 않는 지금과 같은 전력시장 구조에서 LNG, 유연탄 등 연료비 영향으로 적자 폭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08년 적자를 기록하고 2009~2010년 저유가 상황에서 다시 흑자 전환했지만, 2011~2012년 유가가 100달러 이상을 호가하자 적자로 돌아섰다. 마찬가지로 2018~2019년에도 유가 상승, 각종부담금 증가로 적자를 기록했다가 2020년 유가가 40달러대로 떨어지면서 흑자 전환했다.

국내 전체 발전량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33.6%)을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 역시 심상치 않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의 5월1주차 광물가격 주간동향에 따르면 연료용 유연탄 가격은 t당 348.12달러로 지난주(316.67달러) 대비 9.9%가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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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국내 유연탄 수입량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가 한국 등 비우호적 행동을 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자국산 원자재 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하면서, 유연탄 가격 상승 압박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0.5% 올리는 '빅스텝'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통화 긴축에 의한 달러 강세도 부담이다. 달러 강세로 인해 환율이 오르면 고스란히 원자재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13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한 때 129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아울러 각국이 긴축재정에 속도를 내고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회사채 금리 상승으로 인한 한전의 이자 부담도 함께 커졌다. 한전의 회사채 금리는 3년물 기준으로 지난해 3월 1.3% 수준에서 지난 4월 3.6% 수준으로 올랐다.

악재가 거듭되면서 한전과 전력그룹사는 보유 중인 출자 지분 중 공공성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지분을 제외하고 매각을 추진하는 한편, 매각 가능한 모든 부동산도 매각한다는 원칙아래  '제로베이스'에서 부동산 매각 대상을 찾기로 결정했다. 또한 현재 운영 중이거나 건설 중인 모든 해외 석탄발전소의 매각을 포함한 해외사업 재편과 구조조정에도 나서기로 했다. 여기에 전력 공급과 경영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투자 시기를 조정하고 강도 높은 비용 절감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미봉책보다는 빠른 시일 내에 요금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료비 가격 인하만 기다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전도 연료비 등 원가 변동분이 전기요금에 합리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3고(高) 경제위기'에서 전기요금에 원가를 반영할지는 미지수다.

다음달 20일 이후 결정될 3분기 연료비 연동제에서 요금을 인상할 수도 있지만, 연동제는 전 분기 대비 최대 ㎾h당 3원, 연간 ㎾h당 5원까지 연료비 단가를 올릴 수 있도록 캡이 씌워진 만큼 실질적인 적자 해소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반적인 분석이다.

오히려 대외 경제 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전력 사용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여름철을 앞두고 요금을 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6월 1일 지방선거까지 예정돼 있어서 정부가 공공요금과 관련해 특별한 메시지를 내지 않고 '관리 모드'에 들어가는 등 한동안 방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일부 관계자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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