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저성장 지속?…"한국경제 스테그플레이션 초기 단계"
고물가·저성장 지속?…"한국경제 스테그플레이션 초기 단계"
  • 한지훈 기자
  • 승인 2022.07.2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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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한국 성장률 2.3%로 하향,내년 더욱 악화…수출에 악재.
성장 이끈 소비도 앞으론 미지수…기업 경기전망도 부정적
한덕수 "성장률,예상보다 낮아질 것"…노무라 "올해 1.7%"

 

부산항 수출 컨테이너

[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물가상승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을 비롯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낮추자, 경기침체가 가시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 경제침체시 한국의 주 엔진인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우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제불황 속 물가상승) 초기 단계에 있거나 진행중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IMF, 올해 한국 성장률 2.3%로 하향…수출영향 불가피

27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IMF는 전날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5%에서 2.3%로 낮췄다.

예상보다 강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어두워진 세계경제 전망을 반영했다.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1%로 석달 전보다 0.8%포인트(p) 낮췄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IMF는 통상 매년 4·10월에 전체 회원국의 물가·성장률 전망을 발표하고, 1·7월엔 한국 등 주요 30여개국의 성장률 전망을 발표한다.

IMF는 지난 4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제시했는데, 이번에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인플레이션, 중국의 성장둔화, 전쟁과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세계 경제성장이 둔화하면 수출중심의 한국경제도 타격을 입으리라고 본 것이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3.2%로 예상했다. 지난 4월 전망에서 3.6%를 제시해 1월 전망치(4.4%)에서 대폭 하향조정한 데 이어 이번에도 성장률을 0.4%포인트 낮췄다.

특히 세계 경제의 두 축인 미국의 성장률을 종전 3.7%에서 2.3%로, 중국은 4.4%에서 3.3%로 각각 하향조정하면서 우리 수출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수출비중을 보면 중국이 23.2%, 미국이 15.7%로 두 국가가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경기가 둔화를 넘어 침체에 빠진다면, 우리 경제에 대한 악영향도 불가피한 셈이다.

중국은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1년 전보다 0.4% 성장하는 데 그쳐 2020년 2분기(-6.8%) 이후 가장 낮았다. 미국은 이번 주에 2분기 GDP를 발표할 예정인데 두개 분기 연속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물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부정적 요인이다. IMF는 올해 선진국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6.6%, 신흥국은 9.5%로 각각 0.9%포인트, 0.8%포인트 올려잡았다. 

고물가는 중앙은행의 긴축을 재촉해 경기동력을 더 꺼뜨릴 수 있다.

연세대 성태윤 교수는 "세계 경제가 가라앉으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물가상승세가 워낙 거세 금리인상이 세계적으로 불가피하고, 이는 실물 경기를 추가로 하락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수출 둔화...기대인플레이션도 14년만에 최고

소비자들의 기대인플레이션율(향후 1년의 예상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달 만에 0.8%포인트(p) 오르며 4%대 후반까지 올랐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7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6월(3.9%)보다 0.8%포인트(p) 오른 4.7%로 집계됐다.

기대인플레이션율과 전월 대비 상승 폭 모두 2008년 관련통계가 시작된 이래 14년만에 최고와 최대 기록이다. 2008년과 2011년에도 기대인플레이션율이 4%를 넘은 적은 있었지만, 4.7%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특히 상승 폭은 지난달(0.6%포인트)에 이어 두달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기대 인플레이션율 상승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황희진 통계조사팀장은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율에 대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지수(CPI)가 6%까지 유례없이 상승한 데서 주로 기인했다"며 "하반기에도 물가가 크게 낮아지지는 않을 거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제의 동력인 수출도 이미 둔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말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2분기 실질 GDP(속보치)를 보면 수출은 전 분기 대비 3.1% 감소했다.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건 지난해 2분기 이후 처음이다.

올해 2분기 성장을 이끈 소비도 향후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 지난 2분기 한국 경제는 전 분기보다 0.7% 성장했는데, 민간 소비의 기여도가 1.4%포인트로 집계됐다. 민간소비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3.0% 증가한 결과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런 소비증가세가 유지될지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찍혀 있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심리가 악화하고 있어 (하반기) 하방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가계의 구매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이다.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1.0% 감소했다. 실질 GDI는 실질 GDP에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무역 손익을 반영한 결과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국내총소득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는데 가계 구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라며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투자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다. 전경련에 따르면 기업들의 경기전망을 보여주는 내달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6.9였다. 

지수가 기준점인 100 이하면 전월보다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종합경기 BSI가 90 아래로 내려온 건 2020년 10월이후 1년10개월 만이다.

경기전망이 부정적이면 기업의 투자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전경련은 고물가, 금리인상 등으로 산업전반에 걸쳐 경기부진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덕수 "성장률, 예상보다 낮아질 것"…노무라 "4개 분기 연속 역성장"

정부도 올해 성장률이 종전 예상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2.6%로, 한은은 2.7%로 각각 전망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 대정부 질문에서 "당초 한국은행과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그 정도는 안되겠습니다만, 2% 중반정도는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성장률이 2%대 초중반에 그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전 분기 대비 GDP 성장률이 2분기에 예상치인 0.2%를 상회해 호조를 나타냈으나, 3분기에 둔화한 후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을 2.4%로 예상했다.

연간 성장률이 2%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노무라증권은 높은 금융부담과 경기침체 여파로 경제가 이번 3분기부터 내년 2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전년 동기대비 역성장할 것이라며 올해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1.7%로 제시했다.

◇스테그플레이션 진행 중인가...경제학자 10명중 6명 진단

이같은 경제상황을 종합하면 고물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학회가 '스태그플레이션'을 주제로 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국내 경제학자 39명 중 23명(59%)이 우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단계에 있다고 생각했다.

성태윤 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 자체는 이미 진행중이며, 이에 따른 위험성과 불안요인이 반영돼 외환 및 금융시장 불안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물가는 오르지만 본격적인 경기후퇴는 시작되지 않은 초기 진입단계"라고 분석했다. 

다만 '인플레이션은 존재하나 경기부진은 아니다'라는 응답을 선택한 경제학자도 16명으로 적지 않았다. 이들은 "산업생산 등 지표를 보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경기가 견조하게 회복하고 있다"  "경기부진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대내외 경제환경을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등으로 응답 선택근거를 제시했다.

'현재 경기상황에 대한 진단과 전망'에 관해서는 18명(46%)이 '현재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하고 경기부진 우려가 있다'를, 16명(41%)은 '현재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웃도나 긴축 통화정책으로 이후 하회할 수 있다'를 택했다.

윤영진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경제성장률은 2021년 중 4.1%, 2022년 1분기 중 0.6%였으며, 각 기관의 올해 전망치는 2%대 후반이어서 현재는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앞으로 급격한 국내외 통화 긴축에 따라 경기하방 위험이 커질 것"이라 예상했다.

유일하게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이 나타나지 않아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응답한 홍기석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행의 추정치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갭은 0에 가까운 수준까지 회복됐다"고 부연했다. GDP 갭은 실질 성장률과 잠재성장률 차이 정도를 보는 지표다.

현재 상황에 대한 진단과 별도로 스태그플레이션에 따라 가장 우려되는 측면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물가와 임금의 소용돌이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 고착화'라는 응답(11명·28%)이 가장 많았다.

또 '자산 가격의 변동성이 커져 자산시장이 불안정해지면 발생하는 금융시장 위험 증가'(8명·21%), '일자리 축소에 따른 빈곤 증가와 물가상승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로 불평등 심화'(7명·18%), '경기 대응에 지나치게 초점을 두면서 인플레이션이 악화하는 것'(6명·1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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