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정세화 기자] 샤워와 면도는 회사에서 하고 밥은 한 끼만 먹는다. 러시아의 ‘에너지 보복’으로 유럽에서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면서 많은 유럽인들의 일상생활이 달라지고 있다. 생활비를 절약하기 위해 집에서 목욕을 하지 않고 회사에 출근해 면도를 하고 샤워를 하는 회사원이 늘고 있으며 다수의 유럽인들은 식비를 절약하기 위해 하루에 한 끼만 먹는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각국과 미국이 경제 제재를 가하자 러시아는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관을 잠그는 방법으로 대응하면서 이대로라면 올 겨울 에너지가 부족한 유럽인들은 큰 고통을 받을 것이 뻔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의 에너지 규제기관인 오프젬은 표준가구의 가정용 전기·가스 요금이 오는 10월부터 연 3549파운드(약 560만원)로, 80% 인상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리고 유럽 가스 가격의 지표가 되는 네덜란스 TTF는 지난 12개월 동안 550% 급등했다. 가구당 매월 평균 50만원에 가까운 돈을 에너지 비용으로 쓰는 셈이다.
이에 따라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영국인은 에어컨을 켜지 않고 생활했으며, 하루에 한 끼만 챙겨 먹고 사는 사람이 늘어났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에너지난에 이달 초 영국 수장이 된 리즈 트러스 총리는 오는 10월부터 가계 에너지 요금 80% 인상 계획을 취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정부가 차입금 방식으로 에너지 요금 동결에 따른 비용을 충당한 뒤 10~15년에 걸쳐 에너지 세금으로 회수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5일 서방 국가들이 대러 제재를 해제할 때까지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폐쇄할 것이라고 밝혀 올 겨울 유럽 각국의 에너지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이탈리아 가정의 에너지 지출 비중은 5%로 지난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독일의 가격포털 체크24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7월 독일 가구의 에너지 비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