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정세화 기자]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26일 한중수교 30주년을 맞은 올해 양국 관계가 새로운 고비를 맞았다며 "가장 큰 외부요인은 미국이며 내부요인은 민심"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싱 대사는 한국 내 중국에 대한 여론 악화가 한국 언론의 부정적 보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싱 대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 모두발언에서 "현재 중·미 관계는 중한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중·미 관계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면서 미국이 자신들의 가치를 앞세워 다른 나라를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싱 대사는 "(미국은) 미국이 영원히 세계의 우두머리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자신들이 하는 일은 모두 정의롭고 보편적 가치에 부합한다고 여기며 그들과 다른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하고 복종하지 않으면 혼낸다"고 말하는 등 모두발언의 상당 부분을 대미 비판에 할애했다.싱 대사는 이어 "중국은 다른 국가에 중·미 사이에 어느 한 편에 설 것을 요구한 적이 없다"면서 "중국은 아직 갈 길이 멀어서 세계의 패권자가 되려고 다른 나라와 싸울 생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이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생각해 중국과 중한관계를 바라봤으면 대단히 고맙겠다"면서 "외부 요인을 배제하고 중한관계를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발전시켰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외교가에서는 한중관계가 돈독하면 경제적으로 한국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미 밀착을 견제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싱 대사는 반도체, 전기차 등에 대한 미국의 대중 경제압박에 보복을 검토하느냐는 질문에는 "미국은 자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독일도 중국과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면서 한국도 마찬가지여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나 반도체 공급망 협력대화인 이른바 '칩4' 등에 한국이 참여하는 데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싱 대사는 한중 양국의 상호 호감도가 높지 않아 "매우 안타깝고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솔직히 말하면 한국 일부 언론이 중국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인 보도를 한 점이 현재 양국 국민감정의 불화를 초래한 주요한 원인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국 언론의 자유를 매우 존중하지만, 부정적 보도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고 과장한다면 부정적 민심을 유도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중국의 대기 환경이 크게 개선됐지만 한국 언론은 이를 보도하지 않는다는 것을 사례로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 내 중국에 대한 여론 악화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경제 보복과 동북공정 등 중국의 일방주의적 태도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싱 대사는 이날도 최근 중국 국가박물관이 고구려와 발해를 뺀 한국사 연표를 전시한 것에 대해 "문화적으로도 역사에서도 같은 문제에 대해 인식이 다를 수도 있다"면서 "양국 현실관계에 영향을 주는 건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그는 중국의 대만에 대한 무력사용 불배제 방침과 관련, "누가 무력을 사용하고 싶겠는가"라며 "최대한 노력해서 평화를 통해 통일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대만의) 민진당이 독립하려고 하고, 미국을 겨냥한 듯 대만의 독립에 외부세력도 개입하려 한다면서 이를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한 뒤 독립세력에 대해 "무력 사용을 안 한다고 장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