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강기용 기자]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30일 국가가 전국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와 노조원들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 배상 소송에서 “쌍용차 지부가 11억원을 경찰에 배상해야 한다”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2009년 5~8월 평택공장에서 77일 동안 파업 농성을 벌이다 사측과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이에 경찰은 헬기와 기중기 등을 동원해 진압 작전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경찰관들이 다치고 장비가 파손되자 국가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경찰관이 직무 수행 중 특정한 경찰 장비를 관계 법령에서 정한 통상의 용법과 달리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가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직무 수행은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대방(노동자들)이 그로 인한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를 면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대항하는 과정에서 경찰 장비를 손상했더라도 이는 위법한 공무집행으로 인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소송에서 쟁점 중 하나는 헬기를 이용해 진압 작전을 벌인 경찰의 행위가 위법한 지, 위법하다면 헬기에 대한 손해 배상 청구가 가능한지였다. 진압 과정에 동원된 헬기 3대는 노조원들이 새총으로 쏜 볼트 등 이물질에 맞아 손상됐다.
1심은 노조 측의 손해 배상 책임을 인정해 국가에 13억7000여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중 헬기 손상이 6억1400만원, 기중기는 7억4300만원이다.
2심은 1심 판단을 유지하면서도, 배상액은 11억3000여만원으로 줄였다. 헬기 손상은 5억2000만원, 기중기 손상은 5억9000만원이다. 기중기의 경우 크레인업체에 기중기를 빌린 경찰 책임 20%, 노조 책임은 80%로 봤다.
2심은 “쌍용차지부 간부 등이 폭력 행위를 직접 실행하거나 교사·방조했다”면서 “국가는 경찰 부상으로 인한 치료비, 재물 손상으로 인한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헬기 손상에 대해 “헬기를 의도적으로 낮은 고도에서 제자리 비행해 농성 중인 노조 조합원에게 하강풍을 노출시킨 것은 이들에게 생명·신체에 위해를 주는 행위”라면서 “여기에 대항하는 과정에 조합원들이 헬기를 손상한 것은 정당 방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헬기에 대한 노조의 손해 배상 책임이 없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