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 유감(遺憾)... 예비창업자들 울리는 허울뿐인 ‘멘토링’ 프로그램
‘멘토’ 유감(遺憾)... 예비창업자들 울리는 허울뿐인 ‘멘토링’ 프로그램
  • 조석남
  • 승인 2023.01.1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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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멘토 열풍’...그러나 멘토는 ‘조연’일 뿐이고, 바로 자신이 ‘주연’이라는 인식이 중요

[조석남의 에듀컬처] 호메로스가 지은 고대 그리스 장편서사시 『오디세이(Odyssey)』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주인공인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에 출정하면서 현명하고 성실한 친구 멘토(Mentor)에게 자기가 없는 동안 집안일과 함께 아들 텔레마코스의 교육을 부탁했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전쟁 10년, 그리고 전쟁 후 유랑생활 10년, 도합 20년 동안 집을 비운 사이에 멘토는 텔레마코스의 선생이자 친구, 상담자, 그리고 자리를 비운 아버지의 역할을 충실히 해줬다. 이후로 ‘멘토’라는 말은 지혜와 신뢰로 한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주는 진정한 스승, 지도자의 의미가 됐다.

지금도 나아가야 할 길을 우리에게 진실되게 조언해주고 있는 ‘역사상 멘토’가 존재하고 있다. 중국 춘추시대 공자는 살아 생전에 고국 노나라에서의 짧은 정치 인생과 정치적 망명으로 14년 동안이나 중국 천하를 떠돌아다님으로써 당대의 정치상황에서는 실패하고 버림을 받았지만 『논어』를 통해 인간의 도리를 설파해 후세에게 배움과 가르침의 교훈을 전해주고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정치와 사회 현상의 모순을 알리고자 아테네 시민들의 위선과 거짓을 폭로하고 보편적 윤리와 정의, 도덕과 영혼에 대한 깨우침을 설파했지만 아테네 신들과 젊은이를 선동한 죄로 고발 당해 독배를 마셨다.

그들은 그 시대에 버림과 치욕, 그리고 죽음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자신의 성공을 강요하지도 자랑하지도 않았고, 시대에 영합하지도 않으면서 후대를 위한 멘토로서의 면모를 잃지 않은 삶을 살았다.

얼마 전부터 우리 사회엔 ‘멘토 열풍’이 대단했다. 다양한 이들이 멘토로 추앙받으며 순식간에 스타덤에 올랐다. 사람들은 앞다퉈 책을 샀고, 강연을 들었으며, 그들의 조언을 전파했다.

최근에는 스타트업과 관련된 컨설팅이나 창업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부 기관과 악셀러레이터들이 경쟁적으로 멘토링이라는 단어를 남발하며 ‘멘토 열풍’을 부추기고 있어 우려를 자아낸다. 멘토링을 수행하는 일부 멘토라는 이들에게도 문제가 많다.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멘토로서 예비창업자들에게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말이다. 멘토링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만큼 소명의식과 책임감이 필요한 자리인 것이다.

실제 창업계에서 멘토라고 지칭되는 이들 중에는 멘티를 올바른 창업계로 이끌어주기 위한 책임감을 가진 이보다 수당으로 먹고사는 ‘생계형 멘토’가 꽤 많은 것이 사실이다. 창업연구소, 경영아카데미 같은 명칭으로 1인 기업을 차려 자문, 특강, 심사 등의 명목으로 활동을 하고 이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수당으로 생계를 잇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들이 인지도와 유명세를 얻기 위해 스타트업, IT 산업계의 선지자, 예언자처럼 행세하면서 사실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 자신의 역할을 과장하고 부풀리기도 한다는 점이다. 또 자신의 전공 분야와 무관한 이야기들을 전문가처럼 늘어놓기도 한다.

창업에 뛰어든 이들 중에는 정말로 일 자체가 절실한 이들이 대다수다. 능력이 뛰어나서 다니던 회사를 스스로 박차고 나온 이들도 더러 있겠지만, 취업에 실패하거나 퇴직을 당해 생계형으로 창업을 결심한 이들이 더 많다. 멘토라는 이들의 가르침을 하나라도 더 얻고자 하는 이들의 눈빛은 간절함으로 가득하다.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한 사심으로 가득한 이들의 활동과 멘토링이라는 유행에 영합한 창업 관련 프로그램들로 인해 피해를 보는 당사자들은 이런 힘없는 예비창업자들이다.

우리 시대 멘토가 유투브, 카카오톡, 방송을 해야만 하고 스타 강사, 종교인, 인기 작가, 인기 연예인, 성공한 기업가·정치인이 돼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시대 진정한 멘토는 공자의 『논어』 「학이」편 ‘~ 患不知人也(환부지인야)’의 말씀처럼 ‘내가 남을 잘 알지 못함을 걱정해야 한다’는 자세로 자신의 허물을 고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자여야 한다.

우리 곁에 비록 화려하지는 않지만 열심히 묵묵하게 이웃과 더불어 그 시대의 아픔을 딛고 살아가고 있는 부모, 스승, 선배, 동료, 후배들도 진정한 멘토가 될 수 있다. 그들의 살아가는 모습에서 바로 자신의 형상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자의 삶과 아픔은 다르고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먼저 자아를 발견하고 성찰하려는 존재의 여행을 통해서 자긍심을 지녀야 한다. 이런 노력을 일기나 메모로 남김으로써 자기 자신을 알고 자기 스스로를 가르치는 자기 멘토적 자세가 되어야 한다. 멘토는 ‘조연’일 뿐이고 바로 자신이 ‘주연’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잠깐 고통을 잊게 해주는, ‘연출된’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아니라 그동안 애써 보지 않으려 했던 문제에 맞닥뜨리고자 하는 ‘용기’일 것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조석남 (mansc@naver.com)

- 극동대 교수

- 전 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 학장

- 전 서울미디어그룹 상무이사·편집국장

- 전 스포츠조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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