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없는' 소유분산기업 CEO ‘모럴해저드’ 도마 위에
'주인 없는' 소유분산기업 CEO ‘모럴해저드’ 도마 위에
  • 김보름 기자
  • 승인 2023.01.3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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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투명한 지배구조 만들어야…‘스튜어드십’ 작동 강조
KT·포스코·4대금융지주 등 대표적…“기업 경쟁력보다 연임 골몰”
최근 연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구현모 KT 대표이사./연합뉴스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특정 대주주가 없는 기업이나 금융지주를 일컫는 ‘소유분산기업’들은 누가 경영권을 주도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경제 ‘핫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삼성 등 재벌그룹과 달리 확고한 지배주주가 없는데도 최고경영자가 10년 가까이 장기 집권하는 게 타당하냐는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논란의 초점이다. 

회장이 연임에 골몰하다 보니 보신과 자리 나누기가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는 게 비판론자들의 지적이다. 

대표적인 문제 소유분산기업으로는 KT, 포스코와 더불어 우리·신한·하나·KB금융지주 등이 거론된다.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0일 금융위원회의 새해 업무보고에서 민영화된 공기업이나 주요 금융지주 등 '주인 없는 회사'들의 지배구조 선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 정부 투자 기업 내지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되면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소위 '스튜어드십'이라는 것이 작동돼야 한다"고 말했다.

'스튜어드십'은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해 투명한 경영을 유도하는 지침을 뜻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의 새해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은행 등 소유가 완전히 분산된 기업들이 투명한 거버넌스를 만들고 거기서 만들어진 지배구조로 경영진이 경영 활동을 하면, 기업과 사회의 비용 및 수익을 서로 일치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유가 분산돼 지배구조 구성 과정에서 모럴해저드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엔 스튜어드십이 적어도 그 절차와 방식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줘야 한다"며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재차 강조했다.

다만 '주인 있는 기업'에 대해선 "스튜어드십이 과도하게 작동되면 연금 사회주의화 시키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어 “은행은 국방보다도 중요한 공공재적 시스템”이라며 “그렇기에 공정하고 투명한 은행의 거버넌스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대표적인 소유분산기업인 금융회사의 고위경영진과 임원의 내부 통제에 관한 최종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에게 가장 포괄적인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부여하는 한편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적정한 조치를 취할 의무 또한 부과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금융지주 회장의 거수기 역할을 하는 데 그친다는 비판을 받아 온 이사회가 경영진의 내부통제 관리 업무를 감독할 수 있도록 감시·감독 의무를 명문화하고, 임원별 책무 구조를 명확하게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고경영자 ‘황제·셀프 연임’ 쟁점 대두…“KT 대표이사 의혹 필터링 안 돼”

소유분산기업은 쉽게 말해 주인 없는 회사다. 그러다보니 특정인이 특정 세력과 손을 잡고 여러 차례에 걸쳐 연임하면서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게 정부내 비판론자들의 지적이다. 

정부는 소유분산기업을 둘러싼 논란이 단순히 지배구조(거버넌스)의 문제를 넘어 기업과 국가기간사업의 경쟁력 문제로 직결된다고 여기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최고경영자가 연임에 골몰하다 보니 보신과 자리 나누기가 관행처럼 자리잡았다”면서 “사업 다각화나 해외시장 개척은커녕 소비자와 주주에게 손해를 입히며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는 주된 병폐가 됐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부터 금융권 수장들의 ‘셀프 연임’에 제동을 건 것도 이러한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유수의 글로벌 금융그룹들과 비교하면 국내 은행지주그룹은 여전히 규모나 지배구조 등의 측면에서 미흡한 게 사실”이라며 장기집권 금융권 회장들에게 압박을 가했다.

최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이 3연임을 앞두고 자진 사임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연임이 무산됐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현황 및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소유분산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KT의 지난해 기준 주요 지분은 국민연금 10.35%, 현대차그룹 7.79%, 신한은행 5.58% 등으로 나뉘어 있다. 지난 18일 기준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9.95%로 떨어졌지만 최대 주주임에는 변함이 없다. 

포스코도 국민연금 9.75%, 씨티은행 7.3%, 우리사주 1.41% 등이다. 국민연금은 또 우리(7.86%), 신한(8.22%), 하나(8.40%), KB(7.97%) 등 4대 금융지주 지분율도 높다.

참여연대가 KT의 ‘현직 대표이사 연임 우선 심사’ 제도에 문제를 제기하는 등 여론도 부정적이다. 

정치권에서도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0일 국회에서 개최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현황 및 개선 방향’을 주제로 세미나에서 “소액주주 및 사외이사의 권리 강화가 CEO에게 실효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김 의원은 특히 최근 불거진 구현모 KT 대표이사의 연임 논란을 겨냥해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의결권 행사지침) 강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의원은 “구 대표이사의 ‘쪼개기 후원’ 등 의혹이 제기됐는데 필터링이 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면서 “스튜어드십 코드가 활성화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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