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지진 참사...어려운 세상, 나눔이 힘이다.
튀르키예 지진 참사...어려운 세상, 나눔이 힘이다.
  • 이영미
  • 승인 2023.02.1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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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 칼럼] 아이 털 조끼는 태그도 떼지 않고 두었었다. 새 오리털 파카도 비슷한 게 있어서 내년에도 입히지 않을 것 같아 깨끗한 상태로 같이 넣었다. 헌 바지와 스웨터는 입던 거라서 포장 상자에서 도로 뺐다. 담요 몇 개와 선물 받은 새 수건도 넣었다. 

아무리 그 나라가 난리 통이라도, 구호품이라며 쓰레기를 보내거나 종이학 따위를 보내는 건 달리는 일손에 부담만 주는 일이라고 했다. 단단히 여미고 싸서 우체국 택배로 부쳤다. 상자에 튀르키예 뭐뭐라고 쓰래서 그렇게 썼다. 구호품으로 보이는 택배 상자 몇 개가 우체국에 쌓여 있었다.

그날 아침, 버릇처럼 뉴스를 열었다. 아무 생각 없었는데 속보가 떴다. 튀르키예에 강진 7.8 강도. 사실 이게 얼마 정도의 충격인지 우리네는 숫자로 가늠하기 어렵다. 후속 보도가 이어지고, 피투성이 아이를 업고 뛰는 다친 부모의 얼굴 사진이 나오고서야 짐작을 할 수 있었다. 

우리는 재개발을 위해 파헤친 공사 현장에서나 자주 볼 수 있는 그 거대한 지역의 사진. 마을 자체가 무너지고 파헤쳐진 잔해가 넓게 펼쳐져 있었다. 처음에는 현실감도 없었다. 더 끔찍한 건 거기에 사람들이 아직 있다는 사실이다. 슬프게도 벌써 수일이 지나 그들이 살아 돌아올 확률은 점점 줄어든다. 마지막까지 버티고 버텼어도 생명은 무너져버린 건물들 잔해 속에서 그렇게 꺼져만 간다.

10만, 20만, 그런 숫자는 실감조차 나지 않는다. 가족들을 거기 두고 온 사람들의 심정은 차마 헤아리기 어렵다. 열 다섯 딸이 건물 더미에 깔려있고, 삐져나온 손을 잡고 놓지 못하는 한 아버지의 그 눈빛은 차마 보기가 어려웠다.

산 사람들도 막막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루아침에 가졌던 모든 것이 사라졌고, 아마도 가족까지도 잃고 추위에 떠는 사람들의 모습을 차마 눈 뜨고 보기 어려웠다.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난의 현장에서 울부짖는 사람들의 모습. 최근에 우리도 겪은 일이었다. 지진이라는 자연 재해는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는 없다. 지각판이 뒤흔들려 과거에 비해 지진이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 달라진 기후와 환경으로 홍수에 가뭄에 한파에 태풍까지 지구촌 전체가 몸살을 앓는다. 이 또한 남의 일이 아니다.

그런가 하면 천재지변에 인재가 더해진 것도 있다. 부패한 권력이 유착을 통해 부실 공사를 해 인명피해가 더욱 커졌다는 소리도 들렸다. 이건 몇 년에 한 번 터지는 우리나라의 대형 사고 소식에서도 들리는 얘기다. 그리고 최근에도 서울 한복판, 대통령실이 있는 곳 근방에서 159명의 젊은 사람이 숨졌다. 

도저히 남의 일이라 볼 수가 없었다. 우리 역시 폭염, 한파, 극강의 기온 변화, 가뭄과 물난리, 미세먼지와 태풍으로, 또 지진으로 피해를 입는다. 관리가 미흡해서, 수습도 잘 못해서, 체계가 없어서 피해가 더 커지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 때문에 망한 현장이지만 또 사람이 구하러 온다. 한국의 구조대원이 귀한 생명을 그 현장에서 네 사람이나 구조했고, 지금도 남은 사람을 위한 구호 활동에 매진한다고 들었다. 재난과 구호의 체계와 방식 역시 발전해, 근래에 잦아지는 사고에도 인명피해는 비율적으로 현저하게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그보다 더 귀한, 다행스러운 소식은 역시 사람의 힘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지난 여름, 수해 입은 국내 한 지역의 아파트에는 근처의 맘까페 회원들이 보낸 물과 생필품 박스가 모였다. 헬스클럽은 샤워 시설을 무료로 개방했고, 헬스강사들은 고층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거동이 힘든 사람들을 위해 생수 박스를 지고 계단을 올랐다. 

고무장갑을 낀 사람들이 모여 청소를 거들기도 했다. 이번 사고가 난 튀르키예에도 이유식을 단계별로 나누어 포장하고 터키어로 사용법을 써 넣은 생필품을 보냈다고 한다.

슬라보예 지젝은 절망적인 세계를 그나마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약자들이 힘을 모으는 것이라고 했다. 마음을 모으는 것, 나누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요, 자기 자신을 구하는 힘이라는 뜻이다.

필자 소개

이영미<klavenda@naver.com>

동화작가/문화예술사

세종대학교 대학원 미디어컨텐츠 박사

경희대학교 대학원 신문만화

전 명지전문대 글쓰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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