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강기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규정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이에 따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국회로 넘어가 재표결에 부쳐지게 됐지만 법률로 확정되려면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폐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된 '양곡관리법 일부 개정법률안 재의요구안'을 정오쯤 재가했다.
양곡법 개정안은 지난달 23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지 12일 만에 거부됐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양곡법 개정안은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농가 소득을 높이려는 농정 목표에도 반하고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의 쌀 소비량과 관계없이 남는 쌀을 정부가 막대한 혈세를 들여 모두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법안 처리 후 40개 농업인 단체가 양곡법 개정안의 전면 재논의를 요구했다”면서 “관계부처와 여당도 현장 목소리를 경청하고 검토해서 제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했다”고 거부권 행사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그간 정부는 이번 법안의 부작용에 대해 국회에 지속적으로 설명해 왔지만 제대로 된 토론 없이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곡법 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전량 매입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윤 대통령은 개정안 통과 나흘 뒤인 지난달 27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을 갖는 자리에서 "긴밀한 당정 협의를 통해 의견을 모아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다음 날인 28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으로부터 국회에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보고를 받고 "당정 협의 등 다양한 경로의 의견 수렴을 통해 충분히 숙고한 뒤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따라 양곡법 개정안은 국회로 다시 넘어가 재표결에 부쳐지게 됐다.
재의결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요건으로 한다.
재의결시 해당 법안은 법률로 확정되고 정부도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재적 의원(299명) 중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115명)이 3분의 1을 넘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재의결될 가능성은 희박하고, 이에 따라 개정안은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 고유권한인 법률안 거부권 행사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2016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로는 약 7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