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 없는 죽음’ 고독사... 제도보다 중요한 것은 ’이웃의 복원‘
‘이별이 없는 죽음’ 고독사... 제도보다 중요한 것은 ’이웃의 복원‘
  • 조석남
  • 승인 2023.06.1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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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남의 에듀컬처] 서울 광진구 한 다세대주택 반지하 집에서 혼자 살던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한 지 석 달이 지나도록 이웃은 물론 가족과 지방자치단체까지 누구도 그의 죽음을 몰랐다. 몇 개월간 전기·가스료와 월세가 체납되는 등 위기 징조가 나타나고 있었지만 지자체와 관계 부처는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지난 6월 8일 서울 광진경찰서 등의 발표에 따르면 자양동 주택가의 한 반지하 집에서 A씨(56)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심한 악취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는 이미 시신 부패가 많이 진행된 상태였다고 한다. A씨의 죽음은 옆 건물 보수를 위해 방문한 수리공의 신고로 알려졌다.

사망 이후에도 방치됐던 A씨 사례는 고독사 방지 등을 위한 정부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에 사각지대가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A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전기료를 미납한 상태였지만,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복지부는 최근 고독사 사망자 수를 2027년까지 현재보다 20% 줄이는 내용의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을 내놨지만, 정작 기존 시스템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셈이다.

‘고독사’는 가족 친척 등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혼자 임종을 맞고, 일정 시간이 흐른 뒤 시신이 발견되는 죽음을 말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5년간 고독사 현황을 발표한 데 따르면 2017년 2,412명이던 고독사는 2021년 3,378명으로 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외로움 수준은 심각하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한국 성인(20~60세)의 87.7%가 ‘사회 전반적으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고 답하고 있을 정도다. 그래서인지 외로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가족 및 사회와 단절되고 고립돼 홀로 쓸쓸히 사망하는 고독사로 연계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과거와 달리 고독사는 더 이상 장년과 노년층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체 고독사 중 20~30대 청년의 비중은 6.5%, 40대 중년층의 비중은 15.6%를 차지하고 있으니 결국 22.1%가 20~40대의 고독사 비중으로 보면 된다.

고독사의 원인을 보면 연령층에 따라 상황은 많이 다르다. 고령층의 고독사는 주로 만성질병, 사별, 경제적 빈곤 등이 주요 위험요소가 되지만, 중장년층에게는 실직, 은퇴로 인한 생활고 및 우울감, 이혼 등으로 인한 가족관계 단절 등의 자살 관련 행동이 위험요소가 돼 고독사로 연결되고 있다.

반면 젊은 20~30대 연령층의 고독사는 실업으로 인한 스트레스, 사회적 체념, 자살 관련 행동이 위험요소가 돼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과반수(20대의 56.6%, 30대의 40.2%)에 이르고 있다.

그렇다면 선진국들은 구체적으로 고독사 예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크게 두 가지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1인 가구에 방문하거나 전화로 고독사 예방 관리를 하는 방식과 주거공동체를 형성해서 홀로 사망하는 일을 사전에 막겠다는 방식이다.

일본은 ‘고독사 제로 운동’의 일환으로 배우자가 없거나 이웃이나 친구, 가족이 없는 사람을 고독사 예방 관리 대상자로 선발해 이들을 위한 공동체 소통 공간을 운영하고, 고독사 예방 상담 전화 설치 등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은 협동조합 형태의 지역의 ‘은퇴공동체’를 만들어 자원봉사자가 노인의 건강 상태나 식사 여부 등을 확인하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친목 도모를 돕는 일을 하고 있는데, 2001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현재 미국 내 26개 주로 확대돼 있다.

우리나라도 늦었지만 다행스럽게 지난 2021년 4월 ‘고독사예방법’(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무리 국가가 제도적으로 노력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제도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웃의 복원’이다. 가족도 해체되고, 친구도 예전 같지 않은 시대. 예전처럼 앞집, 옆집 숟가락 숫자까지는 몰라도 서로 안부만 물어도 좋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사회적 고립과 고독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의 ‘말없는 도움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웃을 살피며 서로의 의지가 될 수 있도록 공동체 의식을 강화해 나가야만 고독사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조석남 (mansc@naver.com)

- 한국골프대 부총장

- 전 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 학장

- 전 서울미디어그룹 상무이사·편집국장

- 전 스포츠조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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