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쳤으면 하는 우리나라 국민성
고쳤으면 하는 우리나라 국민성
  • 민계식
  • 승인 2023.06.1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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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계식 칼럼] 국어사전을 보면 ‘가치관·행동양식·사고방식·기질 등에 대해 어떤 국민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을 국민성이라고 한다고 돼 있다. 우리나라 국민에게는 부지런하고 정(情)이 많고 두뇌가 우수하며 일을 빨리빨리 하는 등 좋은 특성이 많이 있다. 그러나 필자가 오래전부터 고쳤으면 하고 생각하는 것이 세 가지 있다.

첫째,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점이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으로 불리어 왔으며 조선 시대에는 유교를 국가 이념으로 삼았다. 유교의 최고 이상은 ‘인(仁)’이다. 필자는 어린 시절부터 인의 뜻을 간단명료히 나타낼 수 있는 정의를 생각해 오다가 40대에 들어서서야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답을 얻었다.

仁이라는 한자를 파자(破字)해 보면 사람 인(人) 변에 두 이(二)를 옆에 붙인 글자가 된다. 필자는 파자를 통해 인(仁)이란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과 같은 뜻이라고 생각한다(논어와 성경에는 표현은 다르지만 뜻이 같은 말씀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요즈음 우리 사회에는 ‘인(仁)’이 실종됐다. 상대방은 생각하지 않고 나만 편하고 나만 잘살면 된다는 풍조가 만연해 있으며 각종 부정과 부패, 그리고 무질서가 여기에서 기인하는 바 크다고 본다.

둘째, 공명정대한 행위가 부족하다. 소위 ‘페어플레이(fair play, 정정당당한 행동)’를 하지 않는다. 상대방이 비록 적이거나 경쟁자일지라도 상대방의 노력과 업적을 인정해 주고 정당히 평가하면서 나 또한 성실히 최선을 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요즈음 일각에서는 내 편이 아니라면 무조건 발목을 잡고 깎아내리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사회지도층의 행태가 특히 그러하다. 상대를 인정하는 데에 인색함을 지나 상대의 약점을 찾아 드러내는 데에만 열중하는 모습들에 눈살이 절로 찌푸려진다. 청소년들이 사회지도층의 이런 행태를 보면서 무엇을 배우며 자랄지 안타깝다.

셋째, 그리고 가장 고쳤으면 하는 것이 대국적인 면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설사 자신에게 약간의 손실이나 희생이 따르더라도 공익을 위한 일이라면 그 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 즉,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할 줄 알아야 한다.

필자가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에도 회사 전체는 생각하지 않는 부서 이기주의를 자주 목도했지만 국가사회적 차원에서 보면 이러한 이기적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국가 전체를 위해서라면 지엽적인 이기주의는 버려야 하는데도 실제로 그렇게 노력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요즈음에는 ‘정치가들 머릿속에 국가에 대한 생각이 있기나 한 것일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조선 말기 대원군의 집권 시기에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메이지 유신(明治維新)이 일어났다. 당시 권력의 중심부에 있던 에도 막부(江戶幕府)의 마지막 쇼군(將軍, 실권자) 도쿠가와 요시노부(徳川慶喜)는 반란군보다 10배가 넘는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므로 계속 정권을 유지하려고 했었다면 일본은 에도 막부의 초대 쇼군인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이전의 역사로 회귀하여 내전에 휩싸였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정치적 또는 개인적 이유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시노부가 대국적 견지에서 ‘대정봉환(大政奉還, 천황에게 통치권을 반납한 정치적 사건)’을 단행했기 때문에 메이지 유신이 단기간에 성공할 수 있었으며, 일본이란 나라는 강력한 근대 국가로 새롭게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국민성에서 아쉬운 점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가 실종된 역사적 전통에도 기인하겠지만, 급속한 산업 발전에도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잘살아 보세’라는 기치 아래 뭐든지 빨리 갈아치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수십 년을 살아왔다. 과학이나 산업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추구하더라도 정신적인 문화만큼은 우리의 오래된 전통 중에서 좋은 것은 지키고 숭앙하며 나쁜 것은 조금씩 고쳐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무조건 빨리 하려니까 기존의 것 중 유지할 것은 유지하고 보완할 것은 보완하기보다는 일단 갈아엎고 새로 세우는 쪽을 선택해 왔던 것이다. 매사를 그렇게 진행하다 보니 정서까지도 그렇게 바뀌면서 국민의 의식에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공명정대함도 점차 사라져 갔고, 전체를 위한 희생보다는 당장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국민성을 바꾸는 데에는 국가 최고지도자급의 강력한 지도 아래 국민 전체가 합심하여 몇 대에 걸친 지속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도 전 국민이 합심해 인내심을 갖고 몇 대에 걸쳐서라도 의식 개혁을 추진함으로써 좋은 국민성은 더욱 승화시키고 나쁜 국민성은 고쳐 나가서 언젠가는 세계적으로 모범이 되는 1등 국민이 되자.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민계식 (minksdr@gmail.com)

사단법인 선진사회만들기연대 이사장
대한민국 최고 과학기술자상 수상

대한민국 국가 과학기술 유공자
(전) 현대중공업 대표 이사회장(CEO & CTO)
(전) KAIST 해양시스템 공학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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