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제 밀 가격하락을 이유로 라면 가격인하를 권고한 것과 관련해 19일 국내 라면업체들이 대처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업체들은 국제 밀 가격은 하락했음에도 업체가 쓰는 밀가루 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밀 외에 다른 원료가격은 오히려 오르고 있어 원가부담이 여전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라면이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라는 상징성이 커 국민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추 부총리는 전날 KBS 프로그램에 출연해 라면값 인상의 적정성 문제가 지적되자 "지난해 9∼10월에 (기업들이)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안팎 내렸다"면서 "기업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하나하나 원가를 조사하고 가격을 통제할 수는 없다"며 "이 문제는 소비자단체가 압력을 행사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에는 라면업체들의 가격인상이 이어졌다.

농심은 지난해 9월 라면 출고가를 평균 11.3% 인상했다. 팔도, 오뚜기는 바로 다음 달 제품가격을 각각 9.8%, 11.0% 인상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11월 라면 가격을 평균 9.7% 올렸다.

업체들은 당시 밀가루, 팜유 등 주요 수입 원자재 뿐아니라 물류비, 인건비 등 생산비용 증가를 이유로 제품 가격인상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지금도 원가부담이 여전하다는 업계는 항변한다.

국제 밀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치솟았다가 최근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평년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밀 선물가격은 t당 419달러로 치솟았고, 올해 2월 t당 276달러로 떨어졌다. 평년의 201달러보다는 비싸다. 밀 선물가격 등락의 영향은 4∼6개월의 시차를 두고 수입가격에 반영된다. 

밀 수입가격은 지난해 9월 t당 496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올해 2월 기준 t당 449달러로 떨어졌다. 평년의 283달러와 비교하면 1.6배 수준이다.

밀가루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10.0% 상승했고, 2년 전과 비교해 38.6% 올랐다.

라면의 또 다른 원료인 전분은 오히려 가격이 오르고 있고, 물류비도 증가하고 있다는 업계의 변명은 고전적 레퍼터리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부담경감을 위해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적인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라면 가격인하와 관련해 "정부로부터 공식요청 받은 것이 없다"면서도 "어려운 여건이지만 방안을 다각도로 살피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국민 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도록 여러모로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식품기업들은 저간에 정부의 가격인상 자제요청에 따라 올해 가격인상 계획을 보류한 것도 사실이다.

풀무원샘물은 지난 3월 생수 출고가를 5% 올리려다 가격을 동결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CJ제일제당도 3월부터 고추장과 조미료 제품의 편의점 출고가를 최대 11% 인상하려다가 백지화했다.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는 지난 4월 아이스크림과 과자류의 편의점 가격인상 계획을 잠정보류했다.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오비맥주 등 주류업체들도 주정과 주세인상 등에도 소주와 맥주 가격을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앞서 식품업체들은 지난 2010년에는 원룟값 하락에 따라 제품 가격을 내린 사례가 있다.

당시 농심은 안성탕면, 신라면 등 주력제품의 가격을 2.7∼7.1% 인하했다. 삼양식품은 삼양라면 등 5개 제품의 가격을 최대 6.7% 내렸다.

롯데제과도 과자 7개 제품가격을 4∼14% 내렸고, 크라운해태는 참크래커와 아이비의 가격을 10∼12% 인하했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 베이크리 브랜드도 빵값을 낮추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