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의 미덕’이 절실한 극한대결의 시대...'담(淡)'의 의미
‘중용의 미덕’이 절실한 극한대결의 시대...'담(淡)'의 의미
  • 조석남
  • 승인 2023.07.0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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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격을 높이는 데 꼭 필요한 요소가 '품격 있는 사회'...이를 위해 바로 중요한 덕목이 '중용의 미덕'

[조석남의 에듀컬처] '불 화(火)'가 겹쳐진 '불꽃 염(炎)'은 불이 활활 타오르는 모양을 나타낸다. '담(淡)'은 물(水)과 불꽃(炎)으로 이루어져 있다. '담(淡)'은 '활활 타오르는 불(炎)에 상극의 성질을 갖는 물(水)을 끼얹어 그 기세를 죽인다'는 의미가 있다. 지나침을 경계하는 ‘중용의 미덕’을 담고 있다.

'물(水)을 한번 끓이는(火) 것이 아니라 끓이고 또 끓이니(炎) 맑게 되었다'고도 한다. 물을 아주 뜨겁게 끓이면 온갖 잡균들이 소독되어 맑고 깨끗하게 된다는 뜻이다. '물로 불을 끄고, 불로 물을 태우듯 모든 것이 다 사라지고 깨끗하게 된 상태를 의미한다'고도 한다.

자극과 속도가 넘쳐나는 시대다. 매체와 광고는 현란한 색채와 말초적 감각이 필수다. 숨 막힐 만큼 달고, 짜고, 쓰고, 신 맛으로 현대인을 괴롭힌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초고속 문명의 멀미를 호소하며 벗어나고 싶어 한다.

어떤 이들은 녹색을 찾아 걷고, 어떤 이들은 조미료 없는 맛집을 찾아다니고, 고요한 사찰로 템플스테이를 떠나기도 한다. 맛은 우리를 얽어매려 하지만, '무미(淡)'는 우리를 풀어준다. 맛은 우리를 사로잡고 몽롱하게 하며 예속시키려 하지만, '무미(淡)'는 우리를 감각적 흥분, 일시적 강렬함에서 해방시켜준다.

모든 소란을 침묵케 하고 내면의 정적과 평온을 되찾아준다. 엄숙한 제사일수록 제례는 극히 단순하다. 생선은 익히지 않고 탕은 간을 맞추지 않는다. 피자나 콜라의 달콤함은 일주일을 못가지만 밥이나 맹물은 평생을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아름다움보다는 단순하고 드러나지 않는 담백함이 물리지 않고 오래 간다. 최고의 격(格)은 치장하지 않고 드러내지 않는다.

좋은 물은 향기가 없다. 최고의 담백함을 가진 물은 별도의 감미료로 자신을 치장하지 않는다. 좋은 그림은 화려하지 않다. 최고의 미를 가진 그림은 현란한 색상으로 사람들의 눈을 어지럽히려 하지 않는다. 무색(無色), 무미(無味)의 담담(淡淡)함에 극상의 아름다움이 녹아든다. 자랑하고 드러내지 않기에 격이 있고 향이 깊다.

요즘 세상이 너무 현란하고 자극적이다. 극우, 극좌로 불리는 '정치 유튜버'들의 폐해가 대표적 사례이다. 그들은 상대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이용해 특정 정치인을 증오, 혐오하는 콘텐츠들을 지속적으로 제작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한편 극한대결을 조장하고 있다.

‘정치 유투버’들의 편향적인 정보는 디지털 미디어 경험이 부족한 유소년이나 노년층에게 더욱 빠르게 침투된다는 특성이 있다. 이들은 초기의 정보들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관련 정보들을 반복 시청하면서 확증편향적인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한다.

영상콘텐츠 시청은 '음식물 섭취'와 유사하다. 자극적인 음식을 반복적으로 섭취하거나 편식하는 습관이 건강의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것처럼, 자극적인 동영상이나 편견이 강한 시청 습관은 정신적인 균형을 잃게 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균형 식단'과 같은 '균형 시청'이 필요하다. 동양 철학에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것을 '중용(中庸)'이라고 한다.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이 도리에 맞는 것이 '중(中)'이고, 평상적이고 불변적인 것이 '용(庸)'이다. 나를 중심으로 선택하는 영상이 '중(中)'이라면, 미래지향적으로 선택하는 영상이 '용(庸)'이 될 것이다.

격(格)이 없는 것은 반드시 추락한다. '국격'을 높여야 한다. 국격을 높이는 데 꼭 필요한 요소가 '품격 있는 사회'이다. '품격 있는 사회'를 위해 바로 중요한 덕목이 '중용의 미덕'이다.

상대 진영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와 이해, 존중이 사라지면 혼란과 무질서로 모두가 불행해진다. ‘상극의 성질로 가라앉히고, 담담하게 관조하라’는 가르침인 '담(淡)'의 의미가 더욱 새롭게 다가오고 있는 요즘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조석남 (mansc@naver.com)

- 한국골프대 부총장

- 전 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 학장

- 전 서울미디어그룹 상무이사·편집국장

- 전 스포츠조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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