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수도 20%대 급등세 지속...연말 3%안팎
[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물가상승률이 5개월 연속 둔화하면서 21개월 만에 2%대로 낮아졌다.
석유류 가격이 37년5개월에 최대폭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크게 떨어졌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1.12(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7% 올랐다.
전월 대비로는 보합세(0.0%)를 보였다. 2%대 물가상승률은 지난 2021년 9월(2.4%) 이후 21개월 만이다.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2월 5.0%에서 올해 1월 5.2%로 소폭 상승한 뒤 2월 4.8%, 3월 4.2%, 4월 3.7%, 5월 3.3% 등으로 둔화세를 이어가고 있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5월 3.2%에서 6월 2.3%로 떨어졌다.
생활물가가 2%대로 둔화한 것은 27개월 만에 처음이다.
김보경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가격이 하락하고 서비스부문의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21년 9월이후 처음으로 2%대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품목 성질별로는 석유류 가격이 1년 전보다 25.4% 떨어지면서 관련통계가 작성된 1985년 1월 이후 38년5개월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경유는 32.5%, 휘발유는 23.8%, 자동차용 LPG는 15.3% 각각 내렸다.
전체 물가상승률에 대한 석유류의 기여도는 -1.47%포인트에 달했다. 석유류가 물가상승률을 1.5%포인트가량 떨어뜨렸다는 뜻이다.
뒤집어 말하면, 석유류 이외의 다른 품목들의 가격은 상당수 올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기·가스·수도는 지난해 동월대비로 25.9% 올랐다. 전기요금 인상 등과 맞물려 20%대 오름세를 이어간 것이다.
서비스도 외식가격(6.3%)을 중심으로 3.3% 상승했다. 농·축·수산물은 전년 동월 대비로는 0.2% 오르고, 전월 대비로는 0.1% 내렸다.
라면가격은 지난해 동월보다 13.4% 올랐다. 지난달 18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언급한 이후 라면 출고가격이 7월부터 소폭 인하된 변수는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4.1% 올라 지난해 5월(4.1%)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의 상승률도 5월 3.9%에서 6월 3.5%로 0.4%포인트 떨어졌다.
김보경 심의관은 "7월까지는 기저효과를 고려할 때 물가가 많이 안정될 것 같고, 하반기는 그에 비해 하락폭이 둔화할 수 있다"며 "국제 원자재 가격과 환율 등은 상방요인이고, 국내 경기에 따라 하방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풀이했다.
◇한은 "연말까지 3% 안팎서 등락"
한국은행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둔화했지만, 이후 다시 높아져 연말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4일 '물가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달까지 둔화흐름을 이어가겠으나, 이후 다시 높아져 연말까지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근원물가는 완만한 둔화흐름을 나타내는 가운데 지난 전망경로를 다소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 5월 전망에서 올해 근원물가 상승률을 3.3%로 예상했다.
한은은 앞으로 물가경로상에는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흐름, 공공요금 조정정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