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임종룡 회장 교체...이달 7일 조병규 신임 행장 취임 뒤 검사본부 신설하고 내부통제 강화에 나선 바 있어
[서울이코노미뉴스 최영준 기자] 지난해 600억원 이상의 횡령 사고로 홍역을 치렀던 우리은행에서 또다시 직원이 돈을 빼돌리는 사고가 터졌다.
11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전북 지역의 한 지점에서 근무하던 사원급 직원은 지난 5월 중순부터 6월초 사이 외화 7만달러(약 9천만원)가량을 횡령했다가 자체 내부 조사를 통해 적발됐다.
해당 직원은 가상자산 투자를 위해 지점 내 영업자금으로 보관 중인 외화에 손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내부통제시스템에 이상거래가 포착됐고, 이에 곧바로 조사에 착수해 해당 직원의 횡령 사실을 조기에 파악해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며 "이른 시기에 적발해 횡령한 금액의 대부분을 회수할 수 있었으며 나머지도 모두 변제받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해당 직원은 후선 배치돼 영업 업무에서 완전히 배제된 상태다. 징계 절차를 진행 중인 우리은행은 해당 직원을 면직 처리한 후, 별도로 형사고발도 할 예정이다.
아울러 우리은행은 해당 직원 이외에도 사고가 일어난 지점 관리자에게도 횡령 사고의 책임을 물어 자체 징계 절차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조직 내 문제가 아닌 직원 개인의 일탈이나 비위로 볼 수 있지만 우리은행에서는 지난해에도 대규모 횡령 사태가 있었던 만큼 내부 통제 시스템이 더 엄격히 가동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우리은행에서는 내부 직원이 비밀번호와 직인까지 도용해 무단으로 결재 및 출금하는 방식으로 700억원 가량을 빼돌렸다가 적발된 바 있다.
지난 3월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 ‘신뢰받는 우리금융’ 이미지 쇄신 노력에 '찬물'
하지만 여론은 금융사고가 터진 후 빠른 수습같은 '사후약방문'보다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내부통제가 보다 엄격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이번 횡령사건은 지난 3월 우리금융그룹 회장 취임 이후 대대적인 내부 변화를 통해 ‘신뢰받는 우리금융’으로 이미지 쇄신을 추진해오던 ‘임종룡 체제’의 새로운 금융조직 관리에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무소속, 비례대표)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은행권 횡령사고 건수는 111건이며 횡령액은 944억1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횡령액이 가장 많은 곳은 우리은행이었다. 우리은행은 해당 기간 13건 횡령사고가 일어났고 728억600만원의 횡령이 발생했다.
가장 큰 횡령사고는 지난해 4월 우리은행 직원 B씨가 비밀번호와 직인까지 도용해 무단으로 결재 및 출금하는 방법 등으로 697억 원을 횡령했다가 적발된 사고였다.
한 금융전문가는 “아무리 다른 마음을 먹더라도 시스템적으로 걸러낼 수 있는 체계와 내부망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7일 조병규 신임 우리은행장은 검사본부를 신설하고 내부통제 강화에 나선 바 있다.
검사본부는 상임감사 아래에 있던 기존 검사실과 본부감사부를 총괄하는 상위 조직으로 개편됐다. 아울러 영업본부에 준법감시 인력을 소속장급으로 전담 배치해 선제적으로 금융사고를 예방하고 불건전 영업행위를 방지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