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초등학교 사건과 우산 받쳐주던 아이들
서초구 초등학교 사건과 우산 받쳐주던 아이들
  • 이영미
  • 승인 2023.07.2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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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상황에 따라 약자가 달라져...학생이 될 수도 젊은 교사가 될 수도 급식실 직원이 될 수도

[이영미 칼럼] 한 때 교사는 최고의 인기 직업이었다. 모범적인 우등생이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해 임용고시라는 높은 벽을 넘어야 가질 수 있는 자리였다. 힘들고 어려운 자리지만 해맑은 아이들을 가까이하는 보람은 남다르다고 했다.

그런데 학교가 정말 그런 곳일까.

바로 지난 호에 나는 학교라는 곳은 돌발상황이 많아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 학교는 정말 예상을 뛰어넘는 곳이다. 아이는 학교 가기 전에 한 센터에서 ‘학교 준비반’ 수업을 받으면서 차례를 지키는 법, 화장실에 다녀오는 법은 물론, 공책의 줄과 칸에 맞게 글씨를 써넣는 법도 배웠다. 

그러나 아이는 학교에 처음 가서 근 몇 달간 울면서 등교하고 울면서 하교를 했다. 학교에는 아픈 아이도 느린 아이도 있고, 불안을 참지 못하는 아이도 있다. 

거기다 못 참는 것과 느린 것을 용납 못 하는 아이도 있다. 그 많은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며 수업을 하다 시간 되면 밥을 먹여야 하고, 식습관 안 잡힌 아이, 특정 음식에 알러지 있는 아이, 안 먹는 아이까지 챙겨 먹이고 나서, 또 방과 후 수업에 보내거나 학원 차에 태우는 것까지 하는 게 요즘 담임 교사의 일이다. 

선생님이 미치기 직전에 방학을 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할 일과 챙겨야 할 일이 많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 말고도 요구 조건이 너무나 다양하다. 치열한 경쟁 의식에다 우월 의식으로 무장하고 내 가족이 조금만 뭣해도 부당하다며 이빨을 드러내며 위협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이들의 무서운 항의가 때로 학교를 어지럽히고 학교는 쩔쩔맨다.

최근 일어난, 서초의 한 초등학교 교사의 교내 자살이라는 이 사건을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지 그 전에도 유사한 사건은 항상 있었다. 스승과 제자가 모여 존중과 배려를 배우고 학습하는 것은 무슨 산의 정기를 받았다는 교가에만 살아있는 것이다.

20년 만에 일을 다시 시작한 친구가 있다. 기간제 교사로 중학교에 배치되었는데 수업은 물론 시험 문제 출제부터, 교육 계획안 작성까지 맡는다고 한다. 일이 있음에 감사하는 친구였지만 고된 일은 모조리 맡아 하면서 급여는 정교사보다 훨씬 적었다. 교사들의 휴직이나 장기 휴가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고용되는 제도지만, 그보다 너무 많은 일들, 특히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맡고 있었다. 

입시에 초 민감한 학생들의 분노나 극심한 민원을 받고 진땀을 빼고, 학습자료를 만드느라 야근까지 하고 있지만 친구는 20여 년 전 퇴근 길에 비 온다고 우산을 들고 와 받쳐주던 학생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 고된 일, 어려운 일은 자신같은 기간제 교사나 저 연차 교사들이 하는 게 실상이기는 하다고 했지만 뼛속까지 스승인 친구는 그래도 웃으며 아이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냐고 반문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사건과 문제를 해석하고 말을 보탰고 여러 후속 조치들이 검토되기 시작했다. 그보다 가장 먼저 학교를 실제로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과연 지금의 학교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가 궁금하다.

너무나 확실한 점은, 상대적인 약자들이 짓눌려 고통받는 구조가 명확하다는 점이다. 내가 학생 때 권위와 관습으로 필요 이상의 체벌을 받았다면 지금은 상황에 따라 약자가 달라진다. 학생이 될 수도 젊은 교사가 될 수도 급식실 직원이 될 수도 있다.

수업시간 내내 비명을 질러 수업 진행을 못하는 상황에도, 우리 애의 수업권을 침해하지 말라며 소송을 하겠다던 부모도 생각나고, 도움반 지원을 받는 아이 부모에 대고 우리가 낸 세금이 왜 너희를 위해 쓰이냐고 성토하던 부모도 생각난다.

그 때 친구에게 우산을 받쳐주던 학생들 몇 명과 지금도 만난다는 친구는 고맙고 기쁘다고 했다. 선생님이 되는 이유일 텐데 그런 보람을 단 1년 보내고 나서 사지에 내몰려버린 선생님에게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제 편히 쉬라는 인사를 보낸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이영미<klavenda@naver.com>

동화작가/문화예술사

세종대학교 대학원 미디어컨텐츠 박사

경희대학교 대학원 신문만화

전 명지전문대 글쓰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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