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초과저축 100조↑'두 얼굴'…경기충격 완충 vs 금융불안
가계 초과저축 100조↑'두 얼굴'…경기충격 완충 vs 금융불안
  • 한지훈 기자
  • 승인 2023.07.2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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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3년간 소비보다는 예금·주식...소득증가에도 소비 안하고 대출도 안갚아
지난해 7월 국내 소비가 24년여 만에 4개월 연속 감소했을 당시 서울시내 한 상점에 붙은 코로나19 임시 휴업안내문. 
지난해 7월 국내 소비가 24년여 만에 4개월 연속 감소했을 당시 서울시내 한 상점에 붙은 코로나19 임시 휴업안내문. 

[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코로나19 사태를 약 3년간 겪으면서 우리나라 가계가 이전보다 100조원 이상 더 저축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방역 등으로 소비가 강제로 제약된 상황에서 소득은 늘고 정부 지원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가계는 이 '초과저축'을 주로 예금이나 주식 등 금융자산을 불리는 데 썼지만, 대출을 적극적으로 갚지는 않았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팬데믹 이후 가계 초과저축 분석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3년간(2020∼2022년) 가계부문 초과저축 규모는 101조∼129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4.7∼6.0%, 민간소비의 9.7∼12.4% 수준이다. 이 분석에서 초과저축은 팬데믹 이전 추세를 웃도는 가계 저축액으로 정의됐다.

결국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가계의 저축규모가 과거 통상적 수준보다 최소 100조원 이상 더 불었다는 뜻이다.

초과저축 증가원인으로는 팬데믹 직후의 소비감소와 지난해 소득증가 등이 꼽혔다.

저축률 상승분을 저축동기에 따라 분해한 결과에서도 절반이상을 코로나19에 따른 소비제약 등 '비자발적 요인'이 차지했다.

가계는 이처럼 풍부한 저축을 소비재원으로 활용하거나 부채상환, 자산취득 등에 쓸 수 있다.

하지만 한은은 가계지출 증가율 등으로 미뤄 우리나라 가계가 초과저축을 추가적 소비재원으로 활용한 부분은 크지 않은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고용호조에 정부 지원까지 더해져 소득여건이 좋았기 때문에, 저축까지 헐어 소비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는 얘기다.

실제로 2020∼2022년 명목 가계 처분가능소득은 평균 4.6% 늘었는데, 증가율이 팬데믹 이전 2017∼2019년(3.6%)보다 높았다.

그렇다고 가계가 이 저축을 주로 대출상환에 쓴 것도 아니다.  조주연 동향분석팀 과장은 "금리상승으로 부채상환 유인이 커졌지만, 우리나라 가계의 디레버리징(차입축소·상환)이 주요국보다 상대적으로 더딘 모습"이라며 "2020∼2022년 가계의 금융자산과 부채가 동시에 크게 늘었는데, 이는 우리 가계가 초과저축을 부채상환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대신, 가계는 초과저축을 주로 예금·주식 등 유동성이 좋은 금융자산의 형태로 보유한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 국민계정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가계의 금융자산은 2020∼2022년 현금·예금·주식·펀드를 중심으로 1006조원 늘었다. 2017∼2019년(591조원)의 거의 두배에 이른다.

조 과장은 "팬데믹 기간에 가계는 100조원 이상의 초과저축을 축적했고, 이를 금융자산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며 "이는 가계가 실물경제와 금융의 큰 불확실성 때문에 향후 추이를 관망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초과저축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 "유동성 좋은 금융자산 형태의 초과저축은 앞으로 실물경제 측면에서 부정적 소득충격이 있을 때 완충역할을 하면서 민간소비의 하방위험을 줄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시에 초과저축은 금융불안의 잠재요인으로도 지목됐다.  조 과장은 "최근 주택가격 상승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가계 초과저축이 대출과 함께 주택시장에 재접근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주택가격 상승, 가계 디레버리징 지연 등으로 금융안정에 부정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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