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차 최대2.0%p…환율상승·자금유출 '노심초사'
한미 금리차 최대2.0%p…환율상승·자금유출 '노심초사'
  • 한지훈 기자
  • 승인 2023.07.2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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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 기준금리 0.25%p 인상...환율안정·외국인자금 순유입 지속에도 불안 커져.
한은,가계부채도 늘어 추가인상하자니 경기·부동산PF 걱정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미국이 정책금리(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더 올려 한국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치인 2.0%포인트나 벌어졌다.

이는 과거 한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수준으로, 그만큼 원/달러 환율상승과 외국인의 자금유출 압력이 커졌다.

더구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0%로 묶어둔 사이 가계대출까지 다시 빠르게 늘면서,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8월24일 금리인상 여부 딜레마에 빠졌다.

하지만 하반기 경기회복이 불투명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금융위기 가능성까지 남아있어 금리인상 해법은 더욱 복잡한 상황이다.

◇美연준 "2% 물가 확신까지 더 올릴 수도"…시장은 "마지막"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25∼26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범위를 5.25~5.50%로 0.25%p 올렸다. 한국(3.50%)보다 최대 2.00%p나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동결로 약 15개월 만에 멈췄던 금리인상을 연준이 재개한 배경으로는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론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단기간의 사회적 비용보다 인플레이션 통제실패에 따른 장기적 사회적 비용이 훨씬 클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2% 목표를 향해 내려간다고 확신할 때까지 정책을 계속 긴축적으로 유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새로운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6월 점도표상 올해 금리전망치 중간값(5.6%·5.50∼6.00%)을 고려할 때 연말까지 추가인상이 뒤따를 수도 있다.

파월 의장도 "데이터가 뒷받침된다면 기준금리를 9월 다시 올리는 것도 틀림없이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경기침체 가능성 등 때문에 이번 인상이 마지막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5개월 연속 자금 순유입이지만…6월 규모 급감하고 주식은 순유출 전환

원론적으로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한은도 미국의 추가인상에 보조를 맞춰 기준금리를 올리고 격차를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앞서 여러차례 "한·미 금리차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강조해왔다.

일단 현재 환율이나 자금흐름은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다.

원/달러 환율은 경상수지 개선 등과 함께 이달 들어 1,270∼1,280원대까지 내려갔고, 외국인 증권(채권+주식)투자자금은 올해 2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순유입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5월 초 이후로는 한·미 금리 역전폭이 1.75%p에 이르렀지만, 5월(114억3000만달러)과 6월(29억2000만달러) 모두 자금유입이 더 많았다.

하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지난달 순유입 규모가 5월의 약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데다, 주식만 따로 보면 자금이 3월(-17억3000만달러)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순유출(-3억1000만달러)로 돌아섰다.

한은 관계자는 "이차전지 등 일부업종을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도세가 이어져 (외국인 주식자금이) 순유출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세차례 금리역전기, 외국인자금 채권중심 순유입

과거 세차례의 한·미 금리 역전시기에도 외국인 자금은 빠져나가기보다 채권투자를 중심으로 오히려 들어왔다.

미국 금리인상기를 ▲1기 1996년6월∼2000년5월(금리역전기 1996년6월∼2001년3월) ▲2기 2004년6월∼2006년6월(2005년8월∼2007년9월) ▲3기 2015년12월∼2018년12월(2018년3월∼2020년2월)로 나눠보자. 

외국인 증권(채권+주식) 자금은 1기 107억9000만달러, 2기 246억8000만달러, 3기 311억5000만달러로 모두 순유입을 기록했다.

금리역전 시기에도 예외없이 자금은 1기 168억7000만달러, 2기 304억5000만달러, 3기 403억4000만달러 모두 순유입을 기록했다.

다만 주식의 경우 1기 역전기에는 209억3000만달러가 들어왔지만, 2기와 3기 역전기에는 각각 263억4000만달러, 83억6000만달러씩 빠져나갔다.

◇금통위원 6명 3.75% 열어둬…경기·금융불안에 '올리지도 내리지도'

하지만 2%p까지 벌어진 한·미 금리차와 이후 추가확대 가능성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경우, 원/달러 환율이 다시 오르고 주식이나 채권시장에 외국인이 돈을 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 경우 이달까지 네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은 금통위원들도 추가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앞서 13일 기준금리 동결이후 이 총재도 "금통위원 여섯분 모두 당분간 3.75%까지 오를 가능성을 열어뒀다"며 "아직 미국 연준이 금리를 몇번 올릴지 불확실성이 크고, 그에 따라 우리 외환시장도 어떻게 변할지 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커지는 한미 금리 역전폭뿐 아니라 가계부채 문제도 금통위의 금리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전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올해 3월까지 계속 줄다가 4월과 5월, 6월 각 2조3000억원, 4조2000억원, 5조9000억원씩 전월보다 늘었다.  특히 6월 증가액은 2021년 9월(+6조4000억원) 이후 1년9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이달 20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678조5700억원)도 6월 말(678조2454억원)보다 3246억원 불어, 전체 은행권 가계대출의 4개월 연속 증가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당국 통계에서도 은행·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4월(+2000억원) 이후 5월(+2조8000억원)과 6월(+3조5000억원)까지 3개월째 뛰고 있다.

그러나, 한은이 한·미 금리차와 가계대출 안정을 명분으로 다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려면 적지 않은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우선 기준금리 재인상이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경제는 지난 2분기 수출이나 소비증가가 아닌 수입급감에 기대 힘겹게 0.6%(전기대비) 성장했다. 미미한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재개) 효과나 고물가·금리에 짓눌린 소비 등을 고려할 때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자칫 금리인상이 신용경색을 불러 제2의 레고랜드·새마을금고 사태나 급격한 부동산PF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는 부동산 시장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단기적으로 급격히 조정하려고 하면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부동산PF 문제나 역전세난, 새마을금고 사태 등이 사례"라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 회의 등에 참석해보면, 가계대출에 대한 한은의 우려가 생각보다 크다"며 "그러나 경기 등 다른 요인들도 있기 때문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지도 못하고 올리지도 못하는 곤란한 상황이 6개월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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